한창 프랑스의 담론이 국내에 소개되었을 때, 크리스테바까진 번역이 많이 되었으나 뤼스 이리가라이는 잘 소개되지 않았다. 다만 나는 그녀가 다른 어떤 책에서 다른 일련의 현대 프랑스 사상가들과 함께 난해함으로 인해 비판받는 것을 본 것이 전부였다. 그래서 이 책을 읽기는 했으나 사실 그녀의 이론에 대해서 아는 것이 전무했기 때문에 단편적인 생각을 훑는데 그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역자가 해설을 해 놓지 않은 점이 무척 아쉬웠다) 이 책을 가르는 몇 개의 대칭선들이 있는데, 남자-여자, 개인-공동체, 동양-서양이 그것이다. 그녀의 독특한 사유를 볼 수 있는 구절을 한 개만 옮긴다면 서양의 전통적 합리화 개념을 바꿀 것을 제안하면서 '자립적이고 추상적이지만 실제로는 객관적이지 않은 인식의 방법을 단념하고 서구의 의식, 서구적 주체, 우리의 '나라는 존재'와 '우리라는 존재'가 남성 주체만의 조정에 굴복하는 것임을, 그리하여 실제로는 보편적이지도 중성적이지도 않은 것임을 파악해야 한다. 또한 인간적 본성으로서의 자연이 남성적인 것과 여성적인 것 이 둘로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그리고 이 자연이 가꾸어지기 위해서는 이중의 주관성, 이중적인 '나의 존재'를 요구한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103-104)라고 말하는 것이다. 이 이외에도 '타인인 너의 초월성'(131) 등을 지적하는 부분은 새롭다. 이런게 정말 현대 프랑스적 사유가 아닌가 싶기도 했을 정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