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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스프
오치 미치오 지음 / 살림 / 1999년 10월
평점 :
품절
C. W. 밀즈의 '파워 엘리트'를 생각하면서 이 책을 읽었습니다. 미디어의 조명을 화려하게 받았던 만큼 책 자체는 흥미롭습니다. 문화 다원주의를 겉으로는 지지하면서도 그 내부구조는 철저하게 성공의 경로가 제한되어 있는 미국의 이면적 상황을 분석하고 있기 때문이죠. WASP 개념이 창시된 것부터 시작해서, '위대한 개츠비'와 컨트리 클럽으로 상징화되는 1920년대의 전성기, 그리고 WASP의 특성, 교육이나 문화, 종교관을 통한 재생산 구조, 마지막으로 현재의 WASP의 문제점과 진단을 저자는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책 자체가 학술적이고 엄격한 방법론을 통해서 WASP를 말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 실재성 자체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 다소 회의적인 생각도 듭니다.
너무 사건이나 몇몇 인물을 중심으로 논의를 진행하다보니 다소 선정적이라는 느낌도 들구요. 사실, WASP 자체는 상식적으로 미국 사회에서 실패할 꼬투리가 없기 때문에 성공하기 가장 쉬운 출발점(즉, 핸디캡이 없는 출발점)에 놓여 있다고 누구나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왜 WASP가 그 사회 내에서 핵심이 될 수 있으며, 실제로 스스로를 그런 WASP 집단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은 얼마나 되는지 좀 더 자세하게 말해줬어여 하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한국 내에서도 그런 WASP와 같은 집단을 규정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해봤습니다. 그것은 대체로 태어날 때 부모님의 직업과 연줄망에 의해 형성되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