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과 동양이 127일간 e-mail을 주고받다 대담 시리즈 2
김용석 외 지음 / 휴머니스트 / 200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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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성인들의 솔직한 대화만으로 이 책을 봐서는 안 될 것 같다. 책을 찬찬히 읽고 있으면, 그냥 지식인들이 새로운 형식으로 끈기있고 진지하게 토론을 했다고 결론내리는 것보다 더 후한 점수를 줘야 한다고 느낄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 전공자들이 전공에 대해서 공격적인 대화를 하는 경우가 거의 없었을 뿐만 아니라, 있었다 하여도 이렇게 공개적으로 '소통'을 위해서 대화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즉, '소통'이라 함은 각각의 대화 당사자가 가지고 있는 입장과 토대를 드러내고 그것이 상대방과 다른 차이점과 장점, 우월함을 말하여, 궁극적으로 가장 좋은 해결점이나 지향점에 '합의'를 도출하는 것이다. 적어도 이것이 내가 생각하는 지식인들의 소통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서는 전공자들의 토론이란 세부 전공들을 각각 나눠서, 같은 전공이라 하더라도 세부 전공에 따라서 '-부분은 oo님이 잘 아니까' 건드리지 않는 성역(일종의 밥그릇)을 서로 인정해주고 또 보호받는 형식이었다. 그래서 우리 사회만큼 권위주의와 독단이 쉽게 뿌리내릴 수 있는 사회도 없었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두 저자가 진지하게 철학 일반에 대한 성찰을 시도했다는 점에서 훌륭한 성과를 일궈냈다. 두 분의 용기와 도전에 대해서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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