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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사회의 노동과 계급의 재생산 (양장)
김왕배 지음 / 한울(한울아카데미) / 2001년 5월
평점 :
절판
방금 전에 뉴스를 듣는데, 요즘 대학에선 전과가 인기라고 보고하였다. 내용을 듣자하니 철학, 사회학, 인류학과 같은 과의 학생들이 경영학과 등 취직이 잘 되는 곳으로 전과한다는 것이었다. 위의 세 학과 가운데 하나를 전공하고 있는 나로서는 참 안타까운 소식이 아닐 수 없었다.
물론 나 역시 이곳으로 진학하는 과정에서 주위의 만류와 우려를 많이 들었다. 그리고 지금도 그런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 그래서 더 꿋꿋이 용기를 내며 공부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제대로 된 현상인가? 올바른 현상인가? 모든 것을 돈의 논리에 맞춰 살고, 또 그 안이한 자본주의 사회에 발 붙이고 살기 위해서 조금 더 안정적이고 좋은 직장을 생각하는 것이 대학의 목적이던가? 대학은 학문을 하는 곳이지 취업을 준비하는 곳인가? 이미 대학의 저 깊숙한 곳과 대학생들의 의식 뿌리 깊숙이 자본의 논리가 파고들어와 있어 이런 말은 의미가 없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는 바로 이런 구조가 계급을 재생산하는 구조라고 본다.
다시말해, 기존의 부르주아지와 프롤레타리아트의 계급적 대립은 없어졌지만, 그 사생아로 남아있는 화이트 칼라와 대자적 의식을 잃어버린 노동자들이 적당히 체제에 안주하여 살아가는 양태의 계급이 그것이다. 나는 이를 일단 제3계급이라고 부르고자 한다. 이들은 중하류 계층으로서 인구의 소득별 위계에서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그 숫자가 점차 커져가고 있는 습속화된 자본주의 사회 내 계급이다. 물론 이들이 가지는 계급의식은 대자적도 즉자적도 아닌 자본주의적이며 가족적인 이익이다. 이런 개인과 가족이 지금 우리나라는 물론, 세계의 거의 모든 체계 속에 있다.
이런 의미에서 나는 포스트 자본주의 사회와 그 속의 개인과 집단의 정체성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고 있는데, <산업사회의 노동과 계급의 재생산>은 이런 연구에 기초를 놓아주는 책이다. 사회학적인 객관성을 충분히 담지하고 있으며, 또 소위 말하는 사회학적 상상력을 넓힐 수 있는 여지도 크다. 그리고 참고문헌도 충실하다. 지금은 누가 뭐래도 사회학과 철학, 그리고 인류학이 필요한 시대이다. 인문학은 분명 자본주의의 끝점에서 그 진가를 발휘할 것이다. 그때까지 우리, 황량한 제3계급이 되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