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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간의 유혹
김광규 / 미래사 / 1991년 11월
평점 :
절판
'대장간의 유혹'은 김광규의 시가 얼마나 쉽고 친근한지를 보여주는 시선집이다. 결코 삶의 공간을 떠나서 쓰이지 않았기 때문이리라. 그래서 권영민의 해설처럼, '서투르고 부족한 말을' 그는 자신의 시어로 사용하고 있다. 시가 의식으로 들어와 관념으로 환원되는 것을 거부하면서 그가 지키려했던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아마도 세상에 대한 흔들림 없음이 아닐까.
다시 말해, 한 경험주의자의 귀납논리처럼, 그는 일상에서 관념들을 불러 녹이면서 세상을 끌어안고 있다. 인간의 관념과 의식, 지향성 등은 쉽게 새로운 세계를 주조해낼 수 있지만, 그것은 또한 허망한 이념의 세계일 수도 있다. 그런 점에서, 김광규는 지상에 내려앉는다. 눈에 보이는 것들을 보고, 귀에 들리는 것들을 들으면서, 그렇게 구체화한 세계에 대해서 노래한다. 산은 산이고 물은 물이듯이, 그에게 세상은 다름아닌 세상이다. 그 속에서 시인의 감각은 조금씩 그 영역을 확장한다. 언제 닿을지 모르는 세상의 경계를 볼 때까지. 스멀스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