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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저키즘
질 들뢰즈 지음 / 인간사랑 / 1996년 4월
평점 :
절판
매저키즘은 사드의 글이 우리에게 음성적인 경로로 이해되었던 사회구조 때문에 다소 낯설지만, 그 핵심은 아주 친숙하다. 그러므로, 우리는 우리의 몸에 묻어있는 흔적, 혹은 습관인 이 새디즘과 매조히즘에 대해서 충분히 파악할 필요가 있다. 들뢰즈의 매저키즘은 이런 의미에서 적절하게 우리가 읽을만한 책이다. 물론 들뢰즈가 워낙 독창적이라서, 그의 머리 속에서 나온 글들은 그 나름의 코드와 개념으로 재형성되어 있다. 따라서 어느 정도는 들뢰즈를 알아야지만 이 책에 접근할 수 있는 것이 사실이다. (개인적으로는 이 접근방법으로 '감각의 논리'를 읽기를 추천한다) 어쩌면 돌연변이거나, 어쩌면 인간의 본성인 새도-매저히즘은 과연 무엇일까?
이 책에서 들뢰즈는 (물론 그가 이것을 그의 이론의 전면에 내세우려는 의도는 없었지만, 우리에게는 엄연히 두툼한 단행본으로 나온 것이 사실이다) 사드와 마조흐의 원래 텍스트를 적절히 소개하면서 글을 이끌고 있다. 과연 인간의 쾌락은 무엇일까? 인간의 욕망은 무엇일까? 그것은 본성적인 형태의 실재일까? 아니면, 상황에 따라 규정되는 하나의 기표와 같은 것일 뿐일까?
이 문제는 어려운 것이지만, 어쩌면 핵심적인 것일 수도 있다. 형식과 내용이 서로를 밀쳐내는 과정에서 생겨난, 그래서 이형동종인 무엇인 것처럼, 인간의 쾌락은 자신의 슈퍼에고에 의해 억압당한 이드일 수도 있지만, 어쩌면 근대화를 통해서 하나의 사회적 개인으로 습속화되기 이전 자연적인 인간의 모습일지도 모를 일이다. 인간의 욕망을 알고 싶다면, 읽어보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