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겐슈타인 - 무엇이 세계를 움직이는가
존 히튼 / 이두 / 1995년 5월
평점 :
절판


비트겐슈타인. 그는 천재이다. 그러나 전공자에게는 적어도 그가 천재인지 아닌지는 아무 상관이 없다. 다만, 현대철학에서 '언어'의 의미를 이해하기 위해서 넘어야 하는 큰 산일 따름이다. 나는 철학을 전공하면서 비트겐슈타인이라는 산을 직접 넘어보지는 못했다. 그의 책과 또 그에 관한 여러 해설서를 읽기는 했지만, 본래의 전공도 벅찼기 때문에 그에게 관심은 있었지만, 막상 깊게 생각해보지는 못했다. 분석철학과 논리 실증주의의 사이에서, 러셀과 프레게 사이에서 비트겐슈타인의 의미는 아직까지는 알지 못했지만, 두 개념은 내 마음속에 남아있다. '가족유사성'과 '언어게임'이 그것인데, 후자는 전공영역의 개념이기 때문에 쉽게 말하기가 어렵다.

그러나 나는 비트겐슈타인이 세상은 모두 언어게임으로 환원될 수 있다고 말한 것에 대해서 반대한다. 예컨데, 라캉이 무의식은 언어로 구조화되어 있다고 말했듯이 현대의 사상조류는 언어적 측면에 아주 주목하고 있다. 그러나, 나는 그의 반대편에 서서 비언어적 존재론의 측면을 공부하고 있다. 적어도 언어가 기호가 아닌 더 큰 의미로 이해되는 것인 이상, 나는 나의 입장을 견지할 것이다. 그런데 '가족유사성'은 참 적절한 개념이라 생각한다. 이것은 인지과학이나 여타의 다른 분야에서도 많이 언급되는데, 개인적으로는 형태발생에서의 상동적인 틀과 맞닿아 있는 개념이라고 생각한다. 이에 대한 연구를 통해서 비트겐슈타인의 언어적 인식론에로 진입하고 싶은 것이 차후의 내 과제이다.

이 책은 너무 어렵지도, 너무 비약적이지도 않은 적절한 비트겐슈타인 입문서라고 할 수 있다. 이 책 안에 있는 다음 구절을 옮겨보면서 글을 마치겠다. '내부는 숨겨져 있지 않다. 그러나 우리가 우리 자신을 표현하는 언어 놀이는 확실성이 배제되어 있는 언어 놀이이다. 내부라고 하는 것은 심리학자들에 의해 상세히 나타내어 질 수 있는 야만적인 실재가 아니라, 내부를 외부와 연결시키는, 그리고 인간의 이해력의 가운데에 앉아 있는, 한 타래의 복잡한 개념들이다'(151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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