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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나무로부터 봄 나무에로 ㅣ 민음 오늘의 시인 총서 21
황지우 지음 / 민음사 / 1985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황지우. 그는 적어도 나의 생각으로는 우리나라의 시단에서 1980-90년대를 넘어오는 시기를 이해하기 위한 하나의 키워드가 아닐까한다. 물론, 그의 시는 때로는 너무 아름답고 간결해서 매력적이지만, 때로는 또 너무나 힘이 많이 들어가 알아듣기가 어렵다. 속칭 난해하다고 말할 수 있겠다. 그가 그랬었지. 시는 질그릇과 같아 깨지기 쉽다고. 그런데, 그의 시는 도대체 깨지지 않는 질그릇인 경우가 더러 있었다. 그래서 그의 시를 두번 세번 다시 읽었던 경우도 많았고. 깨어지지 않는 질그릇일 필요는 없는데, 굳이 그의 표현법은 그랬었다. 그러나 표현법은 시인 고유의 영역이다.
나는 그가 말하는 속내가 맘에 든다. 그는 적어도 솔직하고 직설적인 사람이기 때문이다. 다만, 하나의 질그릇으로서 시는 그것이 깨지면서 세상을 울리고, 우리의 정신을 울리고, 또한 엉겨붙은 저속함들을 울린다. 깨지면서 세상을 정화시키는 것이다. 그런 그 당찬 목소리로서, 혹은 봄이 오면서 소리없이 녹아버리는 얼어붙은 강가의 얼음장처럼, 그런 소리를 그의 시에서 더 많이 듣고 싶다. 개인적으로 황지우의 근황이 다시 궁금해진다. 아, 그는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