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눈박이 물고기의 사랑
류시화 지음 / 열림원 / 1996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류시화는 꾸준하고 끈기있는 작가이다. 그의 이름만 들어도 이젠 명상과 발견, 그리고 로드무비처럼 정신을 맑고 깨끗해진다. 그런 의미에서 류시화는 자연과 가장 가까이 있는 시인이고, 류시화의 시는 머리를 상쾌하게 하는 침엽수림 속의 산림욕과 같다.

혼자 떠나는 여행은 쓸쓸하지만, 나를 되돌아보기에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끊없이 이어진, 어디로 나를 이끌어줄지 모르는 길을 따라, 아침이건 저녁이건 걸어가다보면, 류시화는 나에게 인디인 추장을 소개해주고 또 인도의 어느 성전 앞에서 긴 우화를 들려줄 것만 같다. 그런 점에서 류시화는 작가를 넘어 좋은 스승이라 생각한다.

비록 나는 어렵고 난해한 전공 서적을 많이 읽지만, 가끔씩 꺼내보는 류시화의 글은 나를 해방시킨다. 나를 풀어헤쳐, 저 멀고 먼 이국의 땅으로 인도한다. 그의 이 시집은 그런 점에서 잊혀지지 않는다. 다시 돌아가고 싶은 모국처럼, 나를 계속 끌어당긴다. 영원히 닿지 않을지라도, 류시화는 나를 인도한다. 길 위에서 잠들어도 좋을 그런 여행이 이제 막 시작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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