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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화과정 1 ㅣ 한길그레이트북스 9
노르베르트 엘리아스 지음, 박미애 옮김 / 한길사 / 1996년 12월
평점 :
'문명화 과정'은 내가 읽기로 아마 최근에 가장 재미있는 사회학의 연구분야를 잘 다루고 있지 않나 싶다. 이 책은 계층 혹은 계급이 어떻게 스스로의 정체성을 형성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있기 때문이다. 엘리아스의 대답은 다른 계급 혹은 계층과의 차별화 전략을 통해서라는 것이다. 여기서 그는 결합태(figuration)이라는 독특한 개념을 들고 나온다. 즉, 그는 서양의 귀족계급을 연구하면서 장기적인 사회변동 속에서 인간들이 상호결합하는 어떤 욕구의 패턴을 이 개념으로 읽어내려한 것이다.
따라서 결합태는 간략하게 요약하면, 인간들이 자신의 행위를 통해 형성하는 인간관계의 구체적 형태이다. 그것을 통해서 사회적 개인의 역할관계, 감정과 합리적 사고능력, 그리고 갈등과 조화가 드러나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이 개념은 부르디외의 아비투스 개념과 비교 가능하며, '문명화과정'의 역자는 이것을 막스 베버의 이상형(idealtypen)과 대비하여 현실형(realtypen)이라고 부른다. 본고 33쪽) 이 개념을 통한 엘리아스의 실증적인 작업인 본고는 장기적인 사회변동 속에서 인간의 행동과 감정의 일정한 구조와 방향을 포착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도출된 중요한 결론이 새로운 행동과 감정수준이 발전, 확산되는 동인은 바로 권력 차이의 보존과 확대에 있다는 것이다.
즉, 상류층이 칼과 포크를 사용하고, 식사시간에 위생적인 생활습관을 드러냈던 것은 그들의 권력을 다른 계층과 구별지음으로서 위계질서의 차를 공고히 하려한 것이다. 그러나 나에게 이 부분은 비판의 여지가 있다. 모든 계층이 그런 구별짓기를 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즉, 한 계층은 자신의 하위계층과는 구별짓기를 하지만, 상위계층과는 동화되려 한다는 점이다. 따라서, 그것은 계층의 즉자적인 의식작업은 아니라고 보아야 하는 것 아닐까? 이것은 오히려 자본주의적 습속이 아닐까? 계층은 오히려 분절되어 있는 자본주의적 개인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