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가이아 - 지구의 체온과 맥박을 체크하라
제임스 러브록 지음 / 김영사 / 1995년 3월
평점 :
절판
사실 러브록의 가이아 이론은 신과학 내에서도 흥미로운 부분이다. 신과학의 주류는 아니지만, 그의 이론은 비전공자들에게 인기가 더 많다. 왜일까? 전공자들은 환완주의적인 방법론과 근대과학의 틀에 빠져 오히려 훨씬 더 쉽게 보이는 전체를 의심하기 때문이다. 전일주의나 홀리즘과 같은 용어는 그들의 편견을 반영하는 용어이다. 그래서, 나는 가이아 이론은 그 내용도 중요하지만, 가이아 이론이 가지고 있는 패러다임 전환의 측면이 더 중요하다고 본다. 이 이론은 본문에서도 느낄 수 있지만, 인간중심주의를 끊임없이 배척하고 있다. 즉, 인간적 인식론과 거리를 두려 한다.
그리고 지구와 환경 안에서, 바로 인간의 자율적인(autopoesis) 재귀-준거적인 체계를 유지하게 하는 그 지평 속에서의 존재론을 보여준다. 마투라나와 '정신과 자연' 초반에서 보여주는 상동성(homology)과 같이 인간과 그 환경이 서로 공진화하고 최적의 상태로 서로를 제어한 흔적을 우리는 인식론적 엄격함을 벗어버리면 얼마든지 볼 수 있다. 방법론에 너무 집착하면 방법론 이상을 볼 수 없기 때문에 우리는 이런 사실에 조심해야 한다.
하나의 체계로 조감된 지구를 저자는 가이아라고 부른다. 나는 이와 같은 이론을 서울대 장회의 교수의 '과학과 메타과학'에서 본 적이 있다. 작용과 보작용자의 개념이 그것이다. 그런 점에 있어서, 나는 가이아 이론이 동료 연구자들과 대립되는 부분은 점차 완화될 것이라 생각한다. 사실, 이 이론의 외부에서 이 이론이 지지될 수 있는 가능성만큼, 가이아 가설이 생태학 내부에서 대립되는 지점은 각각의 개체만이 재귀-준거적인 체계인가? 아니면 행성 단위도 재귀-준거적이라 볼 수 있는가?이다. 이 문제는 이미 더욱 중요한 재귀-준거라는 문제를 인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조만간에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