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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스주의와 근대성 ㅣ 문화과학 이론신서 6
이진경 지음 / 문화과학사 / 1997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여러권의 책을 읽다보면, 어떤 책은 읽는이에게 잊어버리고 있었던 열정을 기억나게 한다. 여러 명의 친구보다, 한 권의 책이 내 마음을 더 잘 알아줄 때가 있는 것처럼. 이진경 선생의 이 책은 나에게 그런 책이었다. 한때는 맑시즘을 공부했지만, 길을 잃어버려 도중에 그만두고 말았었다. 그러나, 이 책은 나에게 그 길을 다시 찾아주었다. 이진경 선생의 책을 계속 읽어왔던 이라면, 그 분이 들뢰즈/가타리를 맑시즘에 접속시킨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책은 그 경계에 서 있다. 맑시즘 내부의 근대성을 들뢰즈/가타리를 통해, 넘어서고자 하는 것이다. 물론, 이진경 선생은 스스로 밝혔듯이 맑시스트이다.
그래서, 들뢰즈/가타리를 충분히 육화하여, 그의 언어로 맑시즘에 접목시킨다. 따라서, 이 책을 읽고 있으면 새로운 가능성들을 많이 보게 된다. 그리고 맑시즘의 전문가인 저자로부터 많이 배우게 된다. 내용 중에는 괴델의 공준을 이용하여, 맑시즘을 극복하려는 모습이 두드러진다. 맑스의 현재성과 근대적 노동의 의미, 역사유물론과 근대적 주체의 생산 문제, 횡단의 정치 등을 다룬 항목은 신선하다. 많이 읽고 배울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로자 룩셈부르크를 맑시즘 내부에서 코뮤니즘으로 이행할 수 있는 단초로 보았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과연 이행으로서의 코뮤니즘은 어디서 가능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