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기의 역사 - 현대 프랑스 철학총서 11
미셸 푸꼬 지음 / 인간사랑 / 1999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미셸 푸코의 <광기의 역사>는 이제 푸코 연구자들에게는 고전이나 다름없는 책이 아닐까? 나는 적어도 그렇게 생각한다. 특히 이 책을 <감시와 처벌>과 같이 읽고 있으면 그가 얼마나 탁월한 통찰력을 가진 이론가인지 새삼 느끼게 하기 때문이다. 이 책 <광기와 역사>는 푸코가 방대한 분량으로 西洋史에서 광인이 억압되고 탄압되고, 수용과 감금되었던 역사를 통해 이성의 優性性을 폭로한다.

아마 이 책은 그래서 여전히 이성에 대한 내재적인 비판의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독일의 프랑크푸르트 학파 계열―특히, 하버마스―이나 급진적 구성주의와 같은 담론들과 달리, 프랑스 철학만의 독특한 입장을 보여준다. 즉, 그것은 후기 구조주의의 사상가들이 전면적으로 혹은 은밀히 가지고 있는 이성에 대한 외재적인 비판의 입장이다. 데리다가 '로고스중심주의'라는 용어로 서양철학사에 있어서 이성의 우월성을 비판하고, 들뢰즈가 헤겔을 표적으로 동일성의 철학을 비판했던 것도 같은 맥락이다.

푸코의 연구는 아마 김현 선생님을 필두로 후기 구조주의의 사상을 받아들이는 가운데 최초였고, 특히 이 책은 더더욱 먼저였다. 그만큼 <광기의 역사>는 푸코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필수적이다. 바로 '권력' 개념을 알 수 있고, 더 나아가 지식과 권력이 어떤 착종 관계를 가지고 있는지를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혹자들은 푸코의 권력 개념은 저항의 가능성이나 궁극적인 해방의 가능성이 이론적으로 배제되어 있기 때문에 수용할 수 없다고 한다. 그러나, 어느 누구도 푸코의 이론이 가지는 탁월한 실증성을 부인할 수는 없을 것이다.

또한 <임상의학의 탄생>등에서 보여줬던 논의들 또한 경탄할만하기 때문이다. 즉, 그는 지식이 어떻게 권력과 함께 구성되는가를 '미시정치학'을 통해 세밀하게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어떤 실체로서 권력을 가정하는 것이 아니라, 일상생활의 표면에서 권력의 징후를 들춰낸다. 그러므로, 저항에 대한 논의는 어쩌면 그의 목표가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프로이트가 무의식을 발견해 내었듯이, 푸코는 이성의 의도적인 억압을 발견해내었다. 아니, 그것은 이성의 한계가 드러난 지점일 수도 있겠다. 즉, 이성의 경계에서 이성 스스로도 자각하지 못하는 일이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푸코는 바깥(dehors)을 사유했다고 할 수 있다. 푸코의 <광기의 역사>는 서양사에 정통한 사람들도 잘 알지 못하는 인물과 서적이 많이 등장한다. 그만큼 푸코의 세밀함과 박학함을 동시에 알 수 있는 좋은 책이다. 물론, 이 책을 덮고 난 후에 大悟한 느낌이 드는 것도 빼 놓을 수 없다. 한 번 읽어보셔도 후회 없으리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