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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악을 넘어서 ㅣ 니체전집 7
프리드리히 니체 / 청하 / 1982년 12월
평점 :
내가 니체의 책을 처음으로 읽었던 것은 중학교 3학년 때의 일이었다. 독서실에 그의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이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등의 책을 가지고 가서 읽었었다. 그때에는 너무 어렸기에 그의 주장을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무엇인가 저 아래에서 솟구치는 '힘'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대학에 들어와서 니체를 배웠다. 그 '힘'은 그의 '권력에의 의지(Wille zur macht)'에 나오는 'Macht'임을 알았고, 또 그의 '계보학적 비판'에 대해 감탄했다. 플라톤-데카르트-칸트-헤겔로 이어지는 주류 형이상학자들의 철학을 전복시킨 이론이 그것이기 때문이다. 즉, 계보학적 비판은 기존의 형이상학이 가지고 있는 가치에 대해 그것이 '누구(Qui)?'를 위해 존재하며 또한 타당성을 지니는 것인가를 비판한다. 그래서 니체는 이러한 기존의 가치와 도덕을 부정하며 그것을 넘어서는 위버멘쉬(超人, Ubermensch)를 제시했던 것이다.
'거짓을 삶의 한 조건으로 인정한다는 것, 그것은 통념화된 가치 개념에 대한 다소 위험스러운 거부를 의미한다. 그리고 그런 거부를 감행하는 철학은 그것만으로도 이미 선악을 넘어서 있는 것이다(28쪽)' 결국, 그에게 있어 계보화된 도덕이야말로 통념화된 가치들의 뿌리로서 '권력'이다. 그리고 니체는 이에 대해 새로운 '힘(권력)'인 Macht를 제시한다. 니체 자신은 그 구분을 두지 않았지만, 스피노자와의 관계를 잘 검토하고 그의 原書를 문헌학적으로 고증한다면, 그 '힘'의 개념은 pouvoir[potestas]/puissance[potentia]로 분화되어 나타내는 것이 더 명확할 것이다(여기에 대해서는 37쪽 affekt[스피노자의 affectus] 개념의 번역에 대한 편역자의 주석 참조).
<선악을 넘어서>는 결국 '도덕의 계보'에서 행해지는 계보학적 논의에 대한 구체적 밑그림이라고 볼 수 있을 듯하다. 이 책은 형이상학의 전복은 어떻게 감행되는 것인가를 잘 보여주고 있다. (또한 여기서의 선악 개념을 동양의 아름다움과 추함 개념과 비교해 보는 것도 상당히 흥미로운 것이다. 여기에 대해서는 김용옥 선생의 빼어난 단행본을 추천한다. 결국 이러한 비교는 동서양의 美學에 대한 관념의 비교이기 때문에, 좋은 연구 소재가 될 것이다)
니체의 형이상학 전복의 연구를 잘 공부해 본다면 현대의 후기 구조주의, 특히 푸코-데리다-들뢰즈가 제시하는 포스트 니체적인 연구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그들의 사상은 하나같이 거대한 전복을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푸코는 계보학적 연구의 측면에서, 데리다는 해석학적 측면에서, 또한 들뢰즈는 존재론적인 측면에서 니체를 이어받아 탁월한 연구를 수행했다. 이 책 <선악을 넘어서>를 잘 읽어보면 니체에게서 난해한 개념으로 다가오는 '예술'이 어떻게 계보학적 논의의 주축이 되는가를 잘 알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