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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에 달하다 ㅣ 문학과지성 시인선 192
김소연 지음 / 문학과지성사 / 1996년 12월
평점 :
세상의 변죽들에게 보내는 김소연 시인의 시는 아름답다. 아니, 정확하게는 그 詩語가 아릅답다고 해야 할 것이다. 변죽이나 침윤과 같은 단어들을 비롯해 시인은 좋은 문장을 잘 구사하는 것 같다. 그래서 시인이겠지만... 그 시어들을 통해 시인은 주변을 공략한다. 그러나 시인의 극단이 무엇인지, 그가 말하고자 하는 지향점이 무엇인지를 알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김진수씨가 해설에서 밝혀놓은 것과 달리 이 시집은 냉소주의나 허탈감은 아니라 하더라도 심리주의적인 분위기를 떨쳐버리지 못하는 것 같다. 그래서 그의 詩作 능력과 달리 아쉬운 점이 많은 시집이다. 내가 시를 잘 몰라서 그렇게 읽히는 것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녀가 어떤 시적 기법이나 모델을 극화한다 할지라도 어떤 효과를 발휘할 수 없다면 무슨 소용일까? 그런 점에 있어서 시인은 '중심없는 바깥'에서 빼어난 이마쥬들을 보여주지만, 주변이 실제로 어떤 효과를 보여주는지에 대해서는 모호하다.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시집을 많이 읽고 시를 쓰는 것 또한 좋아하지만, 김혜순 시인, 조정권 시인이나 김소연 시인의 상상력에 대해서는 접근하기 힘든 점이 많았다.
그렇다고 모든 시가 곽재구 시인처럼 쉽고 간명하게 쓰여져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개인적으로 통신의 온라인 상에서 김소연 시인을 만난 적이 있다. 물론, 그 동호회에서 시인에게 이런 이야기를 묻기는 어려웠기 때문에 아직도 궁금증이 남아 있다. 그러나, 그곳에서 나는 시인의 이 시집에 대해 욕망, 이마쥬, 상상력에 대한 모자이크가 한편으로는 뛰어난 소질로 그려져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그 소질이 시인의 시를 잡아먹고 있는 것 같다는 식으로 글을 올렸던 적이 있다. 아직 시인의 다음 작업을 살펴보지 못했지만, 그런 상상력에 분명 나는 관심을 가지고 있다. 그때 말했던 것이 무엇인지 알고 싶은 궁금증이 남아 있는 것이다. 시인의 다음 작업에서 나의 궁금증이 어떤 방향으로 해소될 것인지를 기대하며 시인의 건필을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