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춘 2
이영미 지음 / 한울(한울아카데미) / 1994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정태춘은 90년대 음악에 있어서 하나의 코드이다. 마찬가지로 어느 음악평론가는 90년대의 두 가지 주요한 키워드는 서태지와 정태춘이라고까지 했다. 서태지야 그 천재성과 대중성에 의해 규정된 것이라 할지라도 정태춘을 아는 청소년이나 일반인은 생각보다 작다. 소위 학생때 운동권이었던 사람들은 그를 기억할까? 그러나 정태춘·박은옥 부부는 '가요 사전심의제도 철폐'에 있어서 쓸쓸한 투쟁으로 그것을 쟁취한 영웅이다. 다윗이 골리앗을 쓰러뜨렸듯이 그는 그 엄청난 일을 혼자서 일궈낸 것이다. 그런 점에 있어서 나는 그를 존경한다. 그래서 그에 대한 책을 구입하였는데, 1권이 절판이라서 2권 밖에 구할 수 없었다.

내가 정태춘의 노래를 처음 들었던 것은 대학교 1학년때 자취방에서였다. 친구와 자취를 하였는데, 그 친구가 듣던 노래테잎이였다. 나는 그것을 무심결에 듣고 섬찟하였다. 마치 이 책에서 이장호 영화감독이 전라도 구례 가는 길에서 정태춘의 '나 살던 고향'이란 노래를 들으면서 머릿결이 쭈뼛하게 곤두서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는데, 나는 그 기분을 잘 안다. 정태춘의 노래는 그만큼 절실하고 힘이 있다. 요즘 TV에서 하는 대중가수들의 사랑노래가 아니다. 그는 정말 자유를 노래했다. 하지만, 더 큰 자유와 해방을 위해서 '가요 사전심의제도 철폐'를 외쳤다.

이런 점에 있어서 나는 요즘의 TV 가요프로를 보면서 모두 똑같은 노래에 똑같은 의상, 똑같은 춤을 추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것도 20대 안팎의 학생을 상대로 기획사가 그들을 조정한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스스로 자유로울 수 있는 영역을 제한하는 꼴이라고 할까? 아무튼 정태춘의 노래는 많이 팔리지는 않지만 힘이 있다. 어느 누구도 그의 노래를 들어보면 한곡쯤은 가슴 깊숙이 찔려오는 아픔을 느낄 것이다.

이 책은 그런 아픔을 경험한 매니아들을 위한 책이다. 그의 사진과 주변이야기가 조금 실려 있고, 곡을 만들게 된 계기가 실려 있다. 그리고, 그의 노래와 악보들이 들어있다. 그의 음반에 감동을 받는 이에게는 좋은 책이 될 것이다. 나에게 그랬듯이. 오늘은 비가 온다. 그의 노래를 듣고 싶다. 우리가 보지 않고 애써 눈가리고 있는 세상의 현실에 대해 당당히 맞서기 위해, 정태춘·박은옥 부부의 노래를 따라 불러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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