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란 무엇인가
김용옥 지음 / 통나무 / 200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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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옥 선생의 책은 여러권 베스트셀러에 올랐는데, 이 책도 그 가운데 하나였다. 그가 밝혔듯이 이 책은 1985년 11월 고려대학교에서 2천여명의 청중을 대상으로 한 강의의 서론을 글로 옮겨놓은 것이다.

책의 앞머리에 김용옥 선생은 모든 언명은 그 자체가 표현하고자 하는 명제의 완전한 표현일 수가 없다 는 러셀 역설을 원용하면서 글을 시작한다. 김용옥 선생의 스타일답다고 하겠다. 개인적으로 김용옥 선생의 모든 저작을 다 읽어보진 못했지만, 절반 정도는 읽어보았다. 물론, 내가 동양철학의 전공자가 아니기 때문에 깊이있는 말은 하지 못하겠지만, 이 책은 상당히 재밌으며 검토해보고 싶은 글이다. 더군다나 그가 이 말들을 다 강연으로 쏟아부었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그가 공부를 많이 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라 하겠다.

물론, 그가 이 책을 아직까지 완결하지 못했고, 서설이 너무 길다는 단점을 극복하지 못했지만, (이것은 상당히 중요하고 치명적인 결점임은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용옥 선생의 글은 재미있고, 가히 천재라 할만하다. 언젠가 강준만 교수도 그를 두고 천재이기 때문에 그를 이해하여야 하는 부분도 있다고 했을 정도니 말이다. 이 책을 읽고 있으면 그때의 젊은 김용옥 선생의 강의를 듣지 못한 아쉬움이 많이 생긴다. 물론 그때 나는 어려서 강의를 이해하지 못했겠지만, 그의 열정을 肉聲으로 듣고 싶은 욕망이 인다.

어쨌든 글에는 상당히 자투리 내용들도 많지만, 본문으로 들어가면 또 상당히 전문적이다. 그리고, 여성과 남성에 대한 동양철학적 관점의 깊이도 심오하다. 그래서 나는 감히 이 책을 김용옥 선생의 주저 가운데 하나로 꼽는다. 그가 기왕에 강의에 더 신바람이 나고, 더 열성적으로 내용들을 전달하는 특성을 가졌기에 더욱 그러하다.

그리고 이 책에서는 독창성도 보이는 것 같다. 비록 내가 동양철학 방면을 잘 모르기 때문에 확언할 수는 없지만, 그의 해석은 상당한 고증과 학문적 열의로 불타있다. 젊은 날의 신진학자가 가지고 있는 그런 열의 말이다. 이런 의미에서 볼 때, 김용옥 선생의 이 책을 읽어본다면 김용옥 선생 식의 강의와 저술이 가지는 장단점을 잘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독자 여러분에게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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