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세노야 문학과지성 시인선 95
곽재구 지음 / 문학과지성사 / 1990년 11월
평점 :
절판


곽재구 시인의 시집 가운데, 내가 제일 좋아하는 시집이 이것이다. 이 시집 가운데 「어란진에서」는 학창시절에 외우고 다니면서 즐겼던 것이다. 특히, 고등학교 때 문예부를 하면서 문학에 대한 열정을 품었던 나의 10-20대 시절을 되짚어보면 그때가 참 그립다.

삶에 대한 진지하지만 무겁지 않은 작은 열의와 작은 희망, 그리고 작은 화해와 직관을 보여주고 있는 곽재구의 시집은 그때 내가 사랑했던 시집이다. 그래서 「어란진에서」를 읽으면 결국 문학을 택하지 못했던 내 삶의 진로와 그때 나를 잠시나마 문학에로 매료시켰던 문단의 형과 누이들의 얼굴이 교차해서 나는 깊은 상념에로 이끌린다.

특히 나에게 곽재구의 詩들을 엮어 보내주었던 J형의 친철이 아니었다면 나는 학창시절 남들과는 다른 생각과 조숙함을 틔워내지 못했을 것이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그 형의 친철은 곽재구를 통해서 나타났고, 곽재구 역시 그의 시를 통해서 나에게 또렷한 성찰들을 불러일으켰으니, 둘은 실재로 중첩되어 있는 나의 앨범의 옛사진과 같은 것이라 하겠다.

앞에서 나는 '또렷한 성찰'이라고 하였는데, 이것이 곽재구 시인의 詩에 대한 나의 이마쥬이다. 우선, 그의 시들을 사실적이다. 그는 과거의 역사로 남아있던 아픔들이 이미 지나간 과거가 아니라, 아직도 남아있는 아픔들이라는 것을 우리의 주변에서 끌어내어 보여준다. 또 현재 우리의 주변에서 무심코 일어나는 작은 일들을 스케치하여 이들에 대한 성찰을 독자들에게 자연스럽게 제시한다. 그렇기 때문에, 곽재구의 詩를 읽는 사람들은 그가 제시한 문제제기에 대해 어떻게든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그러면서, 곽재구가 제시한 일련의 서정시들을 읽는다.

결국, 나에게는 시인이 하나의 문제제기와 자신의 답을 병렬적으로 보여준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그 방법은 매우 힘있고 선명하여 독자들에게 어떤 성찰을 계기지운다는 점에서 그의 문학은 매력있다. 단지 시인의 감성에로 들어오기를 바라는 시가 아니라, 시인의 감성과 독자의 감성이 같이 交感할 수 있도록 하는 힘이 그의 매력이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독자들에게 곽재구 시인의 시를 추천한다. 책이 아니면 우리 언제 같이 생각해볼 겨를이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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