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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로 돌아가다 - 갈무리신서 22
안또니오 네그리 / 갈무리 / 2000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안또니오 네그리와 펠릭스 가타리. 이 두 이름만으로도 그는 21세기 정치학의 희망이자, 새로운 사회구성체를 생각할 때 고려되지 않을 수 없는 이름이다. 다른 사람들은 동의하지 않을지 몰라도, 적어도 나아게는 그러했다. 이 두 사람 옆에 조용히 포진해있는, 질 들뢰즈·마이클 하트를 비롯해 그들이 사숙했던, 스피노자·마르크스·빌헬름 라이히를 기억했을 때, 우리는 그냥 그들의 연설을 지나쳐갈 수는 없는 것이다.
한국의 학생운동과 노조운동에 하나의 주축이었던 불셰비끼즘은 지금 퇴색했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여전히 사회주의의 붕괴를, 맑스의 사회주의가 아닌 국가 자본주의의 붕괴로 보면서 진정한 사회주의의 정당성을 요구하고 있다. 뜨로츠키의 정신에 따라 볼셰비키즘을 마냥 내버려두려고 하지 않는 것이다. 다만 여기엔 사회주의 열망을 보존하는 일에만 급급한 나머지 정치적 보수주의로 전락하는 위험이 있다.
그런 의미에서 네그리와 가타리는 정통 마르크스-레닌주의에서 벗어나 새롭게 마르크스를 재전유하려는 입장에 서 있다. 즉, '또 다른' 노동운동의 방향을 구상해온 것이다. 그것은 특히 스피노자의 potentia 개념을 분석적 도구로 사용해, 이론과 실천의 괴리가 없는 역능의 구성체가 가능함을 토대로 한다.
예컨데, 네그리가 '야만적 별종'에서 수행했던 potentia와 potestas의 적대관계를 이 책은 정치적 차원에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 적대는 새로운 형이상학을 건설하려는 것은 아니다. 마치 소비에트 연방의 당이 그러했던 것처럼, 그것이 다시 인민을 지배하는 지배세력이 되지 않게 하려는 것이다. 그래서 그들의 커뮤니즘은 다중의 것이며, 일자에 대립하는 공동적인 구성체이다. 그들은 반플라톤주의를 토대로 하는 것이다. 이러한 틀을 바탕으로 그들은 한국의 정치상황 등을 보여주며, 하나의 다중심주의(multicentrism)를 계획한다.
이들의 정치적 주장들에 대해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한국의 운동가들에게 주어진 몫은 그것이다. 그들에게 답변을 해주는 것! 이 나라에서는 어떠한 이념과 이론들이 가능하다는 것! 이런 물음들을 통해 우리나라의 특수한 주체생산양식이 극복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