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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림 없는 삶이 가능한가 하는 것은 여전히 내겐 주요한 질문거리이다. 가만히 서서 걸어온 길을 돌아보듯 지난 세월을 상기하면, 평생을 흔들리고 흔들리면서 살아온 시간만 떠올라서 묵직하고 깊은 중심을 갖는다는 게 애초에 내게는 불허된 것 같았다. (...) 산은 못돼도 바위 비슷한 것은 되고 싶었는데, 큰 나무는 못돼도 갈대처럼은 되고 싶지 않았는데 나는 작은 돌멩이고 강아지풀이었다. (..) 자신을 감당하기도 힘들어하면서 어떻게 타인을 감당해 내겠는가."(스미는 목소리 247쪽)




#한정선 작가는 제주도에서 타인과 사회를 지원하는 활동가이자 작가이기도 하지만, #조울증#불안장애, #수면장애 #메니에르 등 다양한 증상을 겪고 있는 당사자이기도 합니다. 질병인으로서 그다지 특별하지 않은 그러나 조금은 다를 수밖에 없는 일상의 어려움과 즐거움, 소소한 기쁨과 외로움 등을 풀어냅니다. 일상에 침투해 들어오는 사소하지만 날카로운 순간의 경험, 하루의 절망과 하루의 희망 속에서 고군분투하는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자신만의 감정과 호흡, 의식 세계에 깊이 몰입하는 작가는 서정적이고 감각적인 산문으로 자기 탐색을 이어갑니다. 그리고 쓰러지지 않기 위해 자신의 일상을 기록합니다. 그렇게 자신을 돌보는 이야기는 《#스미는목소리》가 되었습니다.
우리는 모두 어쩌면 불안을 달고 사는지도 모릅니다. 딱히 질환이 아니어도 말이죠. 또 주변을 둘러보면 이런저런 심리적 질환으로 고통받는 이들도 많습니다. 나와 타인을 이해하기 위해서라면 배울 부분이 많은 책입니다.


"자신에게만 침잠하고 골몰하며 바라본 세상을 써내기도 했고 때로는 세상에서 수합되는 사건들을 살피고 고민하고 드러낸 내 이야기이기도 했다. 골몰하는 나도 관찰하는 나도 모두 세상과 내가 관통하는 순간에 이뤄진 고통과 기적의 순간이었다. 관통하는 것은 고통을 수반한다. 관통한 틈으로 캄캄한 어둠이 밀려 나오고 나면 비로소 거기에 빛이 스며든다. 바로 기적의 순간이 있다. 캄캄한 어둠이 반짝이는 그 틈을 헤집고 벌리고 바라본다. 이 책은 이런 기록을 담아내고 싶었다."




"누군가의 시선에는 성에 차지 않고 어떨 때는 누군가의 온정에 기대어 버텨온 세월 내내정말로 나는, 망가지고 엉망인 모습인 그대로 최선이었다."


"두려웠다. 흩어져 있던 글을 묶어서 단숨에 읽어 내려가는 과정은 여전히 낯설고 이상한 감각을 길어 올렸다. 이 글이 너무 사적이지 않나, 내 병증을 지나치게 드러낸 건 아닌가, 내가 살아가는 사회에서 F코드-정신과 코드- 낙인이 찍힌 채, 어떤 행동이나 무엇을 해도 이 병증 때문이라고 재단 당하고 비난받거나 동정받게 되지 않을까, 나아가 현재 직장 생활을 유지할 수는 있을까 하는 구체적 두려움이 가슴을 파고들어 헤집어 놓았다.

용기를 내어보아도, 무슨 생각으로 이런 책을 내겠다고 덜컥 약속했는지 자신조차 이해가 가지 않았다.

두려움으로 날이 섰을 때, 내 글에 자신이 다시 상처받아서 웅크리고 할퀴기만 하는 상태가 지속되고 있을 때바닥에 쏟아진 물처럼 주워 담지 못할 것 같은 상태에서, 마치 물로 만들어진 인형처럼 일어나 작업을 이어갔다. 울어도 눈물이 티가 나지 않아 다행인 물 인형으로 다시금 글을 마주할 수 있었다."



흔들림 없는 삶이 가능한가 하는 것은 여전히 내겐 주요한 질문거리이다. 가만히 서서 걸어온 길을 돌아보듯 지난 세월을 상기하면, 평생을 흔들리고 흔들리면서 살아온 시간만 떠올라서 묵직하고 깊은 중심을 갖는다는 게 애초에 내게는 불허된 것 같았다. (...) 산은 못돼도 바위 비슷한 것은 되고 싶었는데, 큰 나무는 못돼도 갈대처럼은 되고 싶지 않았는데 나는 작은 돌멩이고 강아지풀이었다. (..) 자신을 감당하기도 힘들어하면서 어떻게 타인을 감당해 내겠는가. - P 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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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레트는 어머니에게 새벽 3시 반에 들판으로 나가 산책하는 것을 허락받는다. 그 시간에 깨워달라고 부탁한다. 누구보다 강하고 줏대있던 여성이었던 어머니 시도는 두말없이 3시 반이면 콜레트를 깨운다. 콜레트는 그 순간을 좋아했다.

해 뜨기 전의 그 푸르스름한 미명 속에서 ‘대지와 대기와 나무와 꽃과 벌레와 새와 낯선 동물들과의 교감’. <슬픔의 긍지>는 그 순간의 교감과 희열을 잘 드러내고 있다. ‘날개를 지닌 산문. 단어들의 속살. 살아있다는 기쁨’ 콜레트는 평생, 그 생의 기쁨을 위해 싸웠다.

어머니가 돌아가셨을 때는 장례에도 참석하지 않았다. 물론 그 전에 사이는 좋지 않았다. 어머니 시도는 매사에 간섭과 잔소리가 심했던 모양이다. 그렇지만 콜레트가 어머니 장례에 가지 않은 것은 바로 생과 죽음의 대한 콜레트의 고집(!)이기도 하다. "La mort ne m'intéresse pas, et surtout pas la mienne." (죽음에 관심없어, 특히 내 죽음은 더 아니지)

콜레트의 어머니는 적대적인 마을 사람들에게서 문을 걸어 잠그고는 콜레트에게 항상 이렇게 말한다. "잘 봐." 바로 창 밖의 정원, 그리고 들판과 숲. 살아 움직이는 것에 대한 관찰의 기술은 어머니에게 온 것이다. 그러니 콜레트가 죽음으로 향하지 않은 것 또한 당연한 것이리라.


클로딘 연작은 사실 첫 남편 윌리의 그림자 속에서 콜레트가 글을 쓰게 된 계기를 마련해준 것일 뿐이다. 아버지와 함께 고전을 탐독했지만 글을 쓰는 건 전혀 생각지도 못한 일이다. 글을 쓰는 건 남성의 일이었다. 글쓰기가 고역이었던 콜레트, 남편 윌리의 치밀한 상업적 계산과 또 콜레트 자신의 어린 시절을 앗아간 시골 작은 마을 주민들에 대한 복수가 절묘하게 맞아떨어진 것이다.

콜레트의 재능이 본격적으로 드러나기 시작한 것은 바로 <슬픔의 긍지>에서 부터다. 클로딘과는 전혀 다른 글쓰기, 콜레트만의 글쓰기가 시작된다. ‘모든 찌거기가 제거된 상상력과 정취’, 콜레트는 ‘지적인 방식이 아니고 지각하는 방식으로 세계를 탐험한다’.

‘온전히 자기 세계를 지닌 작가는 사실 드물것이다. 콜레트는 그 드문 작가에 속한다. 그래서 그의 작품만큼 그의 삶 또한 매혹적이었던가. 글쓰기에 관능을 부여하는 작가. 콜레트.


스무 살에 결혼한 남자는 음악평론가이자 소설가. 출판사를 운영했다. 클로딘 연작은 콜레트에게 일종의 작가 수업인 셈이다. 과정이 어떻든 나중에 콜레트는 첫 번째 남편이 없었다면 글을 쓰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회고한다.

13년의 결혼 생활을 끝내고 빈털털이로 혼자가 된다. 콜레트는 스스로 생계를 유지해야 했다. 그 방편으로 마임배우, 무용수로서의 생활을 시작한다. 비로소 콜레트가 대중 앞에 얼굴을 드러내게 된다. 여전히 궁핍했지만 버텨나갈 수 있었던 건 동성의 연인 마틸 드 모니의 경제적 도움이었다.

<슬픔의 긍지>에서 당시의 무용수, 배우로서의 생활을 볼 수 있다. 지저분한 극장 대기실, 가난하고 처량한 상황이지만 자신을 놓지 안으려 발버둥치는 콜레트... 그리고 극장 주변의 여성들과 소녀들의 애뜻한 풍경.

[마지막 불] [춤추는 여인] [흐린 날] 등은 책이 최초로 출간된 1908년 전후로 쓰인 글들로 모두 마틸 드 모니와의 관계를 다루고 있다. 사랑이라는 감정의 강렬함과 연약함, 나와 타자 사이의 근본적인 틈, 그 틈을 메꾸려는 갈망과 포기, 쓸쓸함이 복잡하게 얽혀나간다. 낭만적으로 사랑을 그려낸 마지막 작품이 1902년의 <파리의 클로딘>이라 말한다. 콜레트는 한 때 이런 말을 남겼다. "남자는 끔직하다, 여자도 마찬가지다"

두 번째 남편은 귀족이자 언론인이었던 남자, 콜레트의 기자 경력의 시작이다. 이 시기 천 여편의 기사와 평론을 썼다. 콜레트는 평생 60여편의 작품을 남겼다. 글을 쓰는 게 고역이었던 사람치고는 엄청난 생산성이었다. 남작은 1차 세계대전에 참전하고 콜레트는 돌아오지 않는 남편을 보러 전선으로 향하기도 했다. 전쟁이 끝나고 남작은 정치에 뛰어든다. 사랑을 잃고 우는 박새, 콜레트는 또 다시 복수를 감행하듯 남자의 아들과 사랑에 빠진다. 열 여섯 소년. 5년 동안의 관계는 남작과의 이혼으로 끝을 맺는다. 다시 혼자가 되었다.

대공황의 시기엔 역시 생계를 위해 파리에 미용샵을 연다. 화장품과 향수에 자신의 이름을 붙여 브랜드화 시킨다. 온갖 일을 도맡아 했다. 광고와 홍보 문구를 쓰고, 지방으로 방문 판매를 나서고, 샵에 온 손님들의 얼굴을 만졌다. 이 때의 이야기가 [화장]이라는 짧은 이야기다.

[지금의 우리는 화가들도 열광할 만큼 다양한 색조를 보유하고 있다. 미용술, 화장품 산업은 거의 영화 제작에 버금가는 자본을 움직인다. 여성에게 어려운 시대일수록 여성은 자신이 고통받고 있다는 사실을 애써 숨기려고 노력한다. 고단한 노동은 해가 뜨기도 전에 우리가 “연약한 생물”이라고 부르는 여성들에게서 짧은 휴식마저 빼앗아 간다. 오렌지 색조 화장과 커진 눈, 창백한 입술 위로 채색된 붉고 조그마한 입술로 대담하게 자신을 감춘 여자는 일상의 눈속임과 하루 분량의 인내, 그리고 절대 고백하지 않는 자존심 덕분에 자신을 되찾는다.](화장 중에서)



콜레트는 1925년 52세에 인생의 사랑을 만난다. 16세 연하의 남성. 10년 후엔 결혼을 하고 이 남자는 콜레트가 죽을 때까지 곁을 지킨다. 유대인인 남자가 게슈타포에 끌려가 수용소로 향할 처지에 놓였을 때 콜레트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그를 구출해왔다. 그는 콜레트와의 삶을 자기 삶의 황금기이자 가장 찬란했고 축복받은 시기라고 말한다. 고관절염으로 거의 불구로 지냈던 콜레트의 곁을 지키고 있는 아래의 사진으로도 충분히 그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


이제 한 해는, 계절에서 계절로 물결치며 리본처럼 풀어지는 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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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돈나, 소크라테스 처럼 단독명으로 알려진 여성작가는 아마 콜레트가 유일할지도 모르겠다.

시도니 가브리엘 콜레트.(1873-1954)


프랑스의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하는 작가이면서 동시에 프랑스 작가들의 유례없는 사랑을 받는 작가다. 2014년 콩쿠르 상 수상작가인 '리디 살베르'는 자신의 책에서 사춘기에 절대적 영향을 준 작가로 꼽고 있다.

콜레트는 프랑스 자전 소설의 선구자라 불리는데 사실 같은 시기에 활동했던 여성 작가는 제라르 두빌(Gérard d'Houville)로 알려진 마리 드 레니에, 바로 피에르 루이스의 연인이었던 작가가 있다. 이 이야기는 2019년 영화 큐리오사(Curiosa)에서 재밌게 다루고 있다.

북펀드 종료


여기서 굳이 여성 작가라 표현한 이유는 여자가 글을 쓴다는 걸, 그리고 작가로서도 인정하지 않았던 당대 1800년대 후반에 성공적인 작가로 인정받았기 때문이기도 한데 이를 위해서 어떤 희생을 치워야 했는지는 상상해 볼 수 있다.


2019년 키이라 나이틀리가 콜레트 역을 맡은 영화 Colette를 보신 분들이나 오래 전부터 아내의 글을 훔친 남편 작가 등 남성들에게 착취당한(?) 예술가들 이야기 속에서 콜레트를 발견한 분들이라면 잘 알겠지만 여전히 우리에겐 낯선 작가이긴 하다. 콜레트 이야기는 현대 프랑스 문학의 아주 놀라운 이야기 중 하나다. 물론 콜레트의 소설이 다섯 편 정도 우리 말로 번역되어있긴 하다. 영어권에서는 <Gigi>라는 작품으로 유명하다. 연극과 뮤지컬 영화로 수없이 만들어졌다. 콜레트가 직접 무명의 오드리 햅번을 캐스팅해서 무대에 올린 일화로도 유명하다.


남편의 이름으로 클로딘 연작 4편을 써냈는데 그게 20대인 1900-1903년까지다. 1년에 1편씩 썼다. 엄청난 생산성에 가혹한 착취 노동이라 할 만하다. 영화 속에서 이 클로딘 연작은 당대 하나의 문화현상으로 표현될 정도로 엄청난 성공을 거둔다. '세기 최초의 사춘기 소녀'가 탄생한 것이다.

일상의 경험, 내밀한 감정, 사적 관계를 탐구하는 유연하고 서술적인 산문은 19세기 말 20세기 초의 문학적 경향, 내면의 복잡성을 포착하고 일상 생활의 세부 사항을 조사하려는 당시의 문학적 경향에 딱 들어맞았다. (물론 콜레트와 같은 작가들의 등장은 당대의 부르주아 사회의 변화된 풍경을 드러내는 것이기 하다. 사생활 개념의 탄생이라는)

콜레트는 이렇게 썼다.


사랑, 내 펜의 빵과 버터


역시 영원한 주제다. 그러나 콜레트에게서 이 주제가 힘을 얻게 된 것은 다름 아닌 콜레트 자기 자신을 거침 없이 드러내는 데 있었다. 비옥한 생산성, 매혹적인 기질, 마음의 신비에 천착하고 자신을 전혀 감추지 않고 자기 이야기를 쓰려는 그 열망이 자기 작품만큼이나 자기 삶을 매혹적으로 만들었다.


*콜레트의 스무개의 짧은 이야기 모음 <슬픔의 긍지> 8월 출간을 준비 중이다.

원제<les vrilles de la vigne 포도 덩굴손>으로 '르 몽드'가 선정한 세기의 책 100선에 이름을 올린 유일한 콜레트의 작품이다. 작가 콜레트의 파격적인 삶과 작품을 관통하는 화살 같은 이야기들이다. 대중적인 만큼 수많은 불어권 스페인어권 유투버들의 낭송 영상을 볼 수 있다. 2023년엔 프랑스 대학 입학 자격시험의 프랑스어 시험에 등장. 어마어마한 양의 해설 영상들이 넘쳐난다.



<슬픔의 긍지> 출간에 맞추어

서점 리스본에서

번역자와 함께 책을 읽고

작가 콜레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눕니다.


@bookshoplisbon 연남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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펠릭스 발로통 소설 [유해한 남자]의 리뷰를 발췌해봅니다.

#유해한남자


* 마치 연극 한 편을 보는 것 같은. 대사들에 리듬이 있듯 발로통의 문장에는 숨겨진 리듬이 있는 것 같다. 게다가 몹시 시각적이다...

유해한 남자 속 발로통은 여전히 '파격'이라는 말을 벗어던지지 않는다. 그의 그림처럼 시점 또한 다양하게 던져둔다. 다양한 시점들이 가져오는 생동감. 어느 시점에 눈을 맞추느냐에 따라 진행이 달라지는 시간의 흐름처럼 그의 글이 그렇다...이 남자. 진심으로 유해하다. 뭔가 옭죄고 있는 것이 있다면 풀어헤치라고 큰 소리가 아니라 귓속말로 속살거린다. 거부할 수 없게스리..

사이즈 업 한 아아 한 컵 옆에 놓고 하염없이 읽기 좋은 책이네.(RS)


* 폭주 하는 전차를 타고 있는 듯한 상황에서 속절없이 당하고만 있어야 했던...그렇게 억울하거나 비참해져야만 했었던 기억들이 책을 읽으며 울컥울컥 튀어나와 숨이 턱턱 막혀 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아무도 모르는... 아무도 모르게 간직하고 있어야만 하는 비밀스런 이야기들은 나를 유해한 여자로 만들어버린다.(KJH)


* 나로 인해(화자) 무슨 일이 또 생겨 누군가가 죽을까봐 불안해서 빨리 책을 읽어버리고 싶었었다.(MYM)


* 실존주의적 암호로 가득한 소설이다. 지은이 화가 펠릭스 발로통은 괴재(怪才)가 틀림없으며 '뜨거운 남프랑스의 카뮈'가 아니라 '서늘한 스위스의 카뮈'라고 할 만하다. 남프랑스는 카뮈의 고장은 아니다. 그는 지중해의 고독의 아들이며 남프랑스는 향유와 열정의 알퐁스 도데의 고장이다. 이 소설은 새 천 년의 이방인이다.(HDW)


* 펠릭스 발로통은 허우 샤우시엔의 <빨간 풍선>을 보고 처음 알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오래 전 읽었던 쥘 르나르의 <홍당무>를 다시 읽자 내가 펠릭스 발로통을 이미 알고 있었다는 걸 알았다. <홍당무> 삽화를 펠릭스 발로통이 그렸던 것이다. 펠릭스 발로통의 그림을 볼 때마다 색감이 아름다워 마음이 충만해 지는 기분을 느꼈는데 동시에 쓸쓸함도 느꼈다. 어떤 그림이든 여운이 오래 남았다. 그가 쓴 소설 <유해한 남자>는 펠릭스 발로통의 그림에 더 가까이 다가가게 해줄 것이다. 죽을 줄 알면서 살아가고 이별할 줄 알면서 사랑을 하는 아이러니. 타인의 고통을 나의 고통으로 여기는 공감 말이다(MC)


* 디테일과 생경함이 신선한 자극을 준다. 풍경, 사물, 움직임 등을 묘사할 때 바람과 빛, 질감과 색감까지 고집스럽다. 화가의 소설이란 이런 것이었다.(KS)


* 펠릭스 발로통의 소설 <유해한 남자>의 자크 베르디에는 자신에게 부여된 살인자의 운명에 대항해 자기 삶의 종식을 기획한다. 그는 석양의 그림자 살인으로 다음 세기 전무후무한 정오의 태양 살인의 전조가 된다.

 

* <유해한 남자>, 원본 언어인 프랑스어 이외에 영어 번역본과 스페인어본이 있고, 그리고 한국어본이 생겼다. 전 세계 단 4개의 언어로 번역되어있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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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의 모호한 대상>은 피에르 루이스의 저작인데 국내에 피에르 루이스 저작은 이 책 단 하나다. 역사상 가장 뛰어난 성애문학 작가에게 프랑스는 레지옹 도뇌르 훈장을 주었으니 얼마나 훌륭한 성애작가란 말인가. 훌륭한 성애와 관능을 보여주는 작가의 유일한 한국어판 도서. 이 책은 정말 얼마 안 남았다 

 

이 소설의 원제는 <여인과 꼭두각시>, 풀어보자면 여인과 그 여인에게 조종당하는 남자, 정도가 된다. 이를 원작으로 루이 브뉘엘이 역사에 남을 영화 <욕망의 모호한 대상>을 만들었다.

물론, 루이 브뉘엘 영화 외에도 이 소설이 원작인 영화들이 여러 편 있다. 대표적으로 1937년작 마를렌 디트리히 주연, 조셉 폰 스턴버그 감독의 <악마는 여자다>가 있다.

한 여자에 집착하는 남자의 이야기는, 일종의 페티쉬라 할 수 있는 영화(보기)의 속성, 특히 남성 감독(관객)과 여배우의 관계에서 잘 드러나는 영화 자체의 속성에 부합하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루이 브뉘엘 영화가 역사에 남는 이유는 이 관습적인 이야기를 장르적 재현/ 영화의 관습에 가두지 않고 완전히 다른 차원으로 끌고 갔기에 가능했다. 한 인물(여주인공)을 두 명이 연기하는 것으로 이제 이 이야기는 영화가 지닌 페티쉬의 속성을 그대로 드러내는 자기반영적이면서도 온전히 남자에게 촛점을 맞추는 영화가 된다.

19세기 부르주아 남성의 내면과 욕망의 분명한 대상인 팜므파탈의 이야기는 루이 브뉘엘의 손을 거치면서 불분명하고 어두운 욕망으로 가득한 20세기 부르주아 남성이 진정 위험한 존재라는 결론에 도달하는 영화가 되었다.


문학평론가 도널드 와트는 피에르 루이스를 이렇게 묘사한다.

"express pagan sensuality with stylistic perfection"

조금 거칠게 옮겨보자면 "완벽한 문체(?)로 이교적 관능을 표현하는".

<욕망의 모호한 대상>은 피에르 루이스 소설 중에서 유일하게 정상적인 경로를 통해 출판될 정도로 아주 얌전한 소설이라 할 만하다. 당시 30만부 이상을 판매한 그의 시집<빌리티스>, 파리 사람들이 식당이나 카페에 일단 모이면 누구나 시집 <빌리티스>에 대해 이야기했다고 전한다. 심지어 '플로베르 이후 완벽한 프랑스 산문의 등장'이라는 찬사를 받는다.

피에르 루이스는 그 시집이 출간될 때 완벽하게 자신을 숨겼다. 고대 그리스에서 전해내려오는 시들을 모았다고만 했던 것이다. 나중에 이래저래 결국 밝혀지긴 했지만, 이렇게 피에르 루이스는 자신의 이름이 드러나는 걸 좋아하지 않았다. 글을 평생 써나갔지만 대중에게 발표하는 것에 회의적이기도 했다. 그에게 중요한 건 사생활이었다. (19세기 벨에포크의 부르주아 시민 사회의 공적 영역/사생활의 완벽한 분리를 생각해보면 이해가 된다)

사후에 출간된 소설 <<세 자매와 어머니 Trois filles et leur mère>>, 그리고 <<어린 소녀들을 위한 가정 교육 지침서>>로 역사상 가장 뛰어난 포르노그래피 작가로 추앙받게 된다. 수전 손택은 조르주 바타유의 <눈 이야기>와 더불어 <<세 자매와 어머니>>를 성애문학의 빛나는 성과로 꼽고 있다.


피에르 루이스의 소설집 [욕망의 모호한 대상]은 표제 소설 외에 3편의 짧은 이야기가 함께 묶여 있다. 그중에서도 특히 <새로운 즐거움>은 매혹적인 이야기다.

어느 날 저녁 시인에게 환영인 듯 실제인 듯 기묘한 복장의 아름다운 여인이 홀연히 나타난다. 아르테미스의 시녀이자, 제우스가 아르테미스로 변해 사랑을 나눌 정도로 아름다운 칼리스토가 시인의 작은 방에 방문한 것. 칼리스토는 무덤에서 나와 문명 세계를 여행하는 중이다. 시인과 칼리스토는 푸른 새벽이 올 때까지 문명과 발전, 각자 자기 시대의 가치로 논쟁을 펼칩니다. 아주 짧고 간명하지만 또 미묘하게 육감적이다.

그 외에 사제가 고해자들의 이야기를 통해 들려주는 금기와 죄의식에 관한 이야기 <X양의 고해>는 반전의 묘미가 있고요, 발자크가 등장하는 <가짜 에스더>는 소설의 인물이 실제 인물이 되어가는 과정의 광기가 번득인다. 감각과 스타일의 귀재 피에르 루이스의 현대성을 여실히 증명하는 소설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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