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비즘의 화가 조르주 브라크가 추구했던 예술과 그의 철학을 접할 수 있는 특별한 책이다. 1917년부터 1952년까지 조르주 브라크의 수첩에 기록된 단상은 창작 행위와 예술에 관한 깊은 통찰을 제공하며 그의 작품 세계를 이해하는 중요한 단초가 된다. 창작자로서의 맹렬한 자기 성찰, 그리고 예술가가 자신을 둘러싼 세계를 인식하고 표현하기까지의 첨예한 사유를 담은 짧은 메모들은 현실과 상상의 경계를 탐구하고 세계의 모순과 대립을 엄정한 지성으로 바라본다. 자연과 인간, 실재와 관념, 현실과 상상 등 우리의 세계관을 구성하는 대립 사이의 균형을 찾는 철학적이고 미학적인 성찰은 예술과 삶을 탐구하려는 모든 이들에게 큰 영감을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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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입체파의 중심 주제인 사물과 사물의 표현 사이의 복잡한 관계, 시공간 속에서 사물의 인식과 변형에 대한 문제를 시적이고 철학적이며, 예술적이면서도 형이상학적인 개념의 대립들로 다룬다. 그가 추구한 예술은 형태의 파괴와 재구성을 통해 우리가 세상과 관계를 맺는 방식, 그리고 우리가 자신을 어떻게 인식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는 일이었으며, 이 노트는 그 치열한 과정을 기록하고 있다.
이 기록은 제1차 세계대전의 격변과 입체파의 예술적 변화, 그리고 또다시 제2차 세계대전이라는 혼란한 유럽을 마주하며 끊임없이 변화하는 세계에서 안정을 찾으려는 브라크의 내면적 여정처럼 보인다. 브라크는 이 노트를 통해 낮과 밤, 빛과 어둠, 예술과 과학, 진화와 진보, 이성과 영성, 희망과 이상, 믿음과 신념, 힘과 저항 등 세계를 구성하는 이중성과 대립에 대한 성찰을 이어간다. 세계의 아름다움은 끊임없는 대립과 상호의존 사이의 불안한 균형에 있으며 황폐한 세계에서 이 대조는 희망과 절망, 명료함과 혼란 사이에서 요동치며 인간 존재 자체에 대한 은유가 된다.
그는 사물의 이중성과 대비—본질과 현상, 관념과 실재, 빛과 그림자 사이의 상호작용—에 대한 성찰을 통해 우리가 현실을 어떻게 인식하는지를 탐구하며, 궁극적으로는 예술적 표현을 넘어 인간의 존재론적인 질문으로 나아간다. 브라크는 이러한 대립적인 개념들이 서로를 정의하고 보완한다고 주장하며, 빛과 어둠, 삶과 죽음, 희망과 절망은 모두 상호의존적인 관계에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 대립은 브라크의 예술에서 끊임없이 변화하고 상호작용하는 중요한 원리로 작용한다. 궁극적으로 브라크는 예술이 어떻게 인간의 내면을 반영하고 세상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공할 수 있는지 그 가능성을 탐색하고 있다.
시적이고 철학적인 산문에서, 예술가는 깊은 주관성으로만 포착할 수 있는 찰나의 빛과 그림자의 순간적인 느낌, 시간과 공간에 대한 감각을 포착하고 육화하는 존재다. 그는 이 감각들을 단순한 기하학적 형태가 아니라, 그 깊은 인식의 순간들을 어떻게 예술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지, 이런 대비가 예술적 표현에 어떻게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인간의 인식이 어떻게 외부의 변화와 내적 경험을 반영하는지를 보여준다.
<낮과 밤>은 단순히 미적 성찰을 넘어서, 현실과 상상의 경계를 탐구하는 동시에 현실과 상상이 만나서 벌이는 끊임없는 인식의 게임을 보여준다. 브라크는 독자에게 세상을 구성하는 대립을 지각하고 탐구하도록 초대하는 것이다.
언제나 두 가지 생각, 하나를 무너뜨릴 또 하나의 생각을 가져야 한다.
브라크는 초기에 구상적 표현을 통해 현실을 묘사했지만, 점차 추상적이고 기하학적인 형태로 변모하며, 그 속에서 새로운 의미를 찾으려 했다. 브라크의 예술은 언제나 과정과 변화에 초점을 맞췄다. 브라크의 예술적 성장과 변화의 과정 또한 이 책을 통해 유추할 수 있다. 그는 완성된 형태나 완벽한 미학을 추구하기보다는, 끊임없이 변하는 선과 색의 상호작용을 통해 삶의 복잡성과 변화를 반영하려 했다. <낮과 밤>에서도 그의 사고는 같은 어휘일지라도 시간의 흐름이나 상황 혹은 맥락에 따라 서로 상충하거나 모순을 내포하지만 이는 언어의 자의적인 사용과는 아무런 상관없이 하나의 생각에 갇히는 것을 지양하려는 의지일 것이다. 그에게 중요하고도 절대적인 것은 진실이기때문이다. 진실에는 그 어떤 상반도 모순도 반의어도 존재하지 않는다. 진실은 오직 그 자체로 절대적이다. 브라크의 메모는 바로 그가 추구했던 예술의 본질, 즉 지속적인 변화와 진화하는 과정을 육성으로 들려준다. 이 수첩은 그가 끊임없이 자기 내면의 깊이를 탐색하고 보편적인 인간의 경험을 예술로 승화시키려 했던 노력의 과정이라 할 수 있다.
브라크는 회화가 단순히 하나의 그림을 그리는 것 이상임을 분명하게 밝히고 있다. 예술은 그 자체로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창이자, 일상적이고 물리적인 세계 너머에 존재하는 심리적, 존재론적 진실을 탐구하는 수단이 된다.
그의 메모는 간결하지만 그 안에 담긴 대립과 모순은 의미의 심도와 입체감을 더하며 여러 층위에서 다양한 해석의 가능성을 제공한다. 이러한 점에서, ‘낮과 밤’으로 상징되는 이 대비는 우리 내면의 감정적 갈등이나 심리적 변화, 인식의 전환을 표현하는 중요한 매개체로 등장한다. 이 대비는 언제나 서로 맞물려 돌아가며, 서로를 정의한다. 그가 작품을 통해 말하려는 것 역시 이 두 가지가 분리되지 않으며, 각각이 하나로 완성되는 과정에 있다는 점일 것이다. 예술은 단순히 현실을 묘사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 너머에 숨겨져 보이지 않는 진실을 드러내는 것이다. 예술을 통해 자아와 세상에 대한 이해를 확장하고 세상을 보는 다양한 시각을 제시하려는 브라크의 의도가 이 노트에서도 뚜렷하게 드러난다. <낮과 밤>은 예술적, 철학적으로 중요한 작품으로, 오늘날까지도 인간의 존재와 예술에 대한 깊은 성찰을 촉구하는 작품으로 남아 있다.
브라크의 텍스트는 그 자체로도 시적이고 은유적인 특성을 갖는다. 그는 언어를 통해 자신의 예술적 세계를 설명하는 동시에, 그가 선택한 개념의 층위는 그가 단순한 미술가가 아닌 예술 철학자로서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매우 추상적이고, 때로는 자기만의 언어로 감정과 생각의 흐름을 전개하는 브라크의 메모는 그의 예술 세계의 이해와 지적 토론의 장으로 충분하리라 본다. 무엇보다 독자는 그의 간결하고 철학적인 메시지에서 자신만의 해석을 찾아가는 여정을 떠날 수 있을 것이다. 그리하여 이 책이 예술을 바라보는 시각의 확장을 일궈내고 눈을 뜨고, 감각을 자극하며, 세상에 대한 이해를 확장하는 힘이 예술 속에 있음을 깨닫게 되는 하나의 창이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