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과 밤>

 

 

 

큐비즘의 창시자, 현대 미술의 새 지평을 연 조르주 브라크

 

예술과 인식의 심오한 탐구

 

<낮과 밤>은 조르주 브라크가 추구했던 예술적 사유와 철학적 깊이를 엿볼 수 있는 특별한 책이다. 독창적이고 예리한 통찰을 담은 브라크의 짧은 문장은 예술 그리고 삶에 대한 전망을 이야기한다. 브라크 예술의 비밀을 엿볼 수 있는 귀중한 자료로 브라크가 펼치는 빛과 어둠, 존재와 무, 삶과 죽음의 상징적 대비, 예술과 삶에 관한 깊은 성찰은 인간의 인식과 예술의 본질을 파고드는 치열한 기록이다. 또한 자연과 인간, 실재와 관념, 현실과 상상 등 우리의 세계관을 구성하는 대립 사이의 균형에 관한 철학적이고 미학적인 성찰은 예술과 삶의 본질을 탐구하려는 모든 이들에게 큰 영감을 줄 것이다.

 

언제나 두 가지 생각, 하나를 무너뜨릴 또 하나의 생각을 가져야 한다.

 

큐비즘의 화가 조르주 브라크가 추구했던 예술과 그의 철학을 접할 수 있는 특별한 책이다. 1917년부터 1952년까지 조르주 브라크의 수첩에 기록된 단상은 창작 행위와 예술에 관한 깊은 통찰을 제공하며 그의 작품 세계를 이해하는 중요한 단초가 된다. 창작자로서의 맹렬한 자기 성찰, 그리고 예술가가 자신을 둘러싼 세계를 인식하고 표현하기까지의 첨예한 사유를 담은 짧은 메모들은 현실과 상상의 경계를 탐구하고 세계의 모순과 대립을 엄정한 지성으로 바라본다. 자연과 인간, 실재와 관념, 현실과 상상 등 우리의 세계관을 구성하는 대립 사이의 균형을 찾는 철학적이고 미학적인 성찰은 예술과 삶을 탐구하려는 모든 이들에게 큰 영감을 줄 것이다.

 

특히 입체파의 중심 주제인 사물과 사물의 표현 사이의 복잡한 관계, 시공간 속에서 사물의 인식과 변형에 대한 문제를 시적이고 철학적이며, 예술적이면서도 형이상학적인 개념의 대립들로 다룬다. 그가 추구한 예술은 형태의 파괴와 재구성을 통해 우리가 세상과 관계를 맺는 방식, 그리고 우리가 자신을 어떻게 인식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는 일이었으며, 이 노트는 그 치열한 과정을 기록하고 있다.

 

이 기록은 제1차 세계대전의 격변과 입체파의 예술적 변화, 그리고 또다시 제2차 세계대전이라는 혼란한 유럽을 마주하며 끊임없이 변화하는 세계에서 안정을 찾으려는 브라크의 내면적 여정처럼 보인다. 브라크는 이 노트를 통해 낮과 밤, 빛과 어둠, 예술과 과학, 진화와 진보, 이성과 영성, 희망과 이상, 믿음과 신념, 힘과 저항 등 세계를 구성하는 이중성과 대립에 대한 성찰을 이어간다. 세계의 아름다움은 끊임없는 대립과 상호의존 사이의 불안한 균형에 있으며 황폐한 세계에서 이 대조는 희망과 절망, 명료함과 혼란 사이에서 요동치며 인간 존재 자체에 대한 은유가 된다.

 

그는 사물의 이중성과 대비본질과 현상, 관념과 실재, 빛과 그림자 사이의 상호작용에 대한 성찰을 통해 우리가 현실을 어떻게 인식하는지를 탐구하며, 궁극적으로는 예술적 표현을 넘어 인간의 존재론적인 질문으로 나아간다. 브라크는 이러한 대립적인 개념들이 서로를 정의하고 보완한다고 주장하며, 빛과 어둠, 삶과 죽음, 희망과 절망은 모두 상호의존적인 관계에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 대립은 브라크의 예술에서 끊임없이 변화하고 상호작용하는 중요한 원리로 작용한다. 궁극적으로 브라크는 예술이 어떻게 인간의 내면을 반영하고 세상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공할 수 있는지 그 가능성을 탐색하고 있다.

시적이고 철학적인 산문에서, 예술가는 깊은 주관성으로만 포착할 수 있는 찰나의 빛과 그림자의 순간적인 느낌, 시간과 공간에 대한 감각을 포착하고 육화하는 존재다. 그는 이 감각들을 단순한 기하학적 형태가 아니라, 그 깊은 인식의 순간들을 어떻게 예술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지, 이런 대비가 예술적 표현에 어떻게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인간의 인식이 어떻게 외부의 변화와 내적 경험을 반영하는지를 보여준다.

 

<낮과 밤>은 단순히 미적 성찰을 넘어서, 현실과 상상의 경계를 탐구하는 동시에 현실과 상상이 만나서 벌이는 끊임없는 인식의 게임을 보여준다. 브라크는 독자에게 세상을 구성하는 대립을 지각하고 탐구하도록 초대하는 것이다.

 

브라크는 초기에 구상적 표현을 통해 현실을 묘사했지만, 점차 추상적이고 기하학적인 형태로 변모하며, 그 속에서 새로운 의미를 찾으려 했다. 브라크의 예술은 언제나 과정과 변화에 초점을 맞췄다. 브라크의 예술적 성장과 변화의 과정 또한 이 책을 통해 유추할 수 있다. 그는 완성된 형태나 완벽한 미학을 추구하기보다는, 끊임없이 변하는 선과 색의 상호작용을 통해 삶의 복잡성과 변화를 반영하려 했다. <낮과 밤>에서도 그의 사고는 같은 어휘일지라도 시간의 흐름이나 상황 혹은 맥락에 따라 서로 상충하거나 모순을 내포하지만, 이는 언어의 자의적인 사용과는 아무런 상관없이 하나의 생각에 갇히는 것을 지양하려는 의지일 것이다. 그에게 중요하고도 절대적인 것은 진실이기 때문이다. 진실에는 그 어떤 상반도 모순도 반의어도 존재하지 않는다. 진실은 오직 그 자체로 절대적이다. 브라크의 메모는 바로 그가 추구했던 예술의 본질, 즉 지속적인 변화와 진화하는 과정을 육성으로 들려준다. 이 수첩은 그가 끊임없이 자기 내면의 깊이를 탐색하고 보편적인 인간의 경험을 예술로 승화시키려 했던 노력의 과정이라 할 수 있다.

 

브라크는 회화가 단순히 하나의 그림을 그리는 것 이상임을 분명하게 밝히고 있다. 예술은 그 자체로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창이자, 일상적이고 물리적인 세계 너머에 존재하는 심리적, 존재론적 진실을 탐구하는 수단이 된다.

 

그의 메모는 간결하지만 그 안에 담긴 대립과 모순은 의미의 심도와 입체감을 더하며 여러 층위에서 다양한 해석의 가능성을 제공한다. 이러한 점에서, ‘낮과 밤으로 상징되는 이 대비는 우리 내면의 감정적 갈등이나 심리적 변화, 인식의 전환을 표현하는 중요한 매개체로 등장한다. 이 대비는 언제나 서로 맞물려 돌아가며, 서로를 정의한다. 그가 작품을 통해 말하려는 것 역시 이 두 가지가 분리되지 않으며, 각각이 하나로 완성되는 과정에 있다는 점일 것이다. 예술은 단순히 현실을 묘사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 너머에 숨겨져 보이지 않는 진실을 드러내는 것이다. 예술을 통해 자아와 세상에 대한 이해를 확장하고 세상을 보는 다양한 시각을 제시하려는 브라크의 의도가 이 노트에서도 뚜렷하게 드러난다. <낮과 밤>은 예술적, 철학적으로 중요한 작품으로, 오늘날까지도 인간의 존재와 예술에 대한 깊은 성찰을 촉구하는 작품으로 남아 있다.

 

브라크의 텍스트는 그 자체로도 시적이고 은유적인 특성을 갖는다. 그는 언어를 통해 자신의 예술적 세계를 설명하는 동시에, 그가 선택한 개념의 층위는 그가 단순한 미술가가 아닌 예술 철학자로서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매우 추상적이고, 때로는 자기만의 언어로 감정과 생각의 흐름을 전개하는 브라크의 메모는 그의 예술 세계의 이해와 지적 토론의 장으로 충분하리라 본다. 무엇보다 독자는 그의 간결하고 철학적인 메시지에서 자신만의 해석을 찾아가는 여정을 떠날 수 있을 것이다. 그리하여 이 책이 예술을 바라보는 시각의 확장을 일궈내고 눈을 뜨고, 감각을 자극하며, 세상에 대한 이해를 확장하는 힘이 예술 속에 있음을 깨닫게 되는 하나의 창이 되길 바란다.

 

[화가 조르주 브라크에 관하여]

 

브라크는 1882513일 프랑스 파리 근교의 아르장퇴이에서 태어났다. 그의 아버지는 건축 도장 사업가이자 화가였으며, 어린 시절부터 미술에 관심을 보였다. 그는 르 아브르의 미술 아카데미 야간반에서 수학하다 중도에 그만두고 파리로 돌아와 아버지의 일을 도우며 파리의 움베르 미술 아카데미에 입학한다. 그곳에서 마리 로랑신과 프란시스 피카비아를 만난다.

 

초기의 브라크는 앙리 마티스와 앙드레 드렝 등 야수파(Fauvism)의 영향을 받아 강렬한 색채를 사용했지만 1907년 여름 마티스가 "큐비즘"이라고 명명한 큐브 모양의 집이 있는 에스타크(l'Estaque)의 풍경을 담은 그림, 특히 [에스타크의 집Maisons a l'Estaquel'Estaque]을 통해 새로운 길로 접어들며 브라크의 작품은 더욱 추상적이고 기하학적으로 변한다. 1906년부터 폴 세잔의 윤곽선에 대한 체계적 연구와 더불어 고전적 시각과의 단절을 통해 본격적으로 입체주의라 불리는 시기(1911-1914)로 들어선다.

 

브라크와 피카소: 입체주의의 탄생

 

입체주의란 무엇인가? 당연히 브라크-피카소 화파다.” 1911년 어느 평론가는 이렇게 말했다. 브라크는 파블로 피카소와 만남으로 예술 인생의 중요한 전환점을 맞는다. 두 예술가는 1907년에 처음 만나게 되었고, 이후 함께 큐비즘이라는 혁신적인 예술 운동을 창시했다. 규비즘은 전통적인 원근법과 사물의 재현 방식을 거부하고, 다각적인 시점을 통해 형태와 구성을 분해하고 재조합하는 방법을 제시했다.

 

전쟁과 이후의 변화

 

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자, 브라크는 프랑스 군에 자원입대했고, 전투 중에 심한 부상을 입는다. 전쟁 이후, 브라크는 형태의 분해와 해체에서 벗어나, 단순화된 선과 색을 사용하여 부드럽고, 유기적인 형태를 추구하기 시작했다. 그의 작품은 점차 감성적이고 개인적인 요소를 담게 되었다.

 

입체주의의 진정한 사상가로서 그는 원근법과 색상의 법칙을 다시 세운다. 정물화에 집중하며 색상, , 질감을 통해 사물을 기하학적인 형태의 변형과 다각적인 관점에서 바라보는 방식에 중점을 두었다. 정물화에 기하학적 모양을 사용하고 그림에 스텐실 문자를 도입하거나 광고전단의 조각을 캔버스에 붙이는 콜라주 기법을 활용하고 안료를 모래와 섞는 등 다양한 기법들을 활용하여 평면적 이미지에서 공간 속의 촉각적인 감각까지 끌어내는 새로운 발견은 20세기 추상 미술과 초현실주의를 비롯한 여러 예술 운동에 큰 영향을 미쳤다. 브라크의 예술은 단지 기법적인 혁신에 그치지 않고, 예술의 본질과 존재에 대한 깊은 철학적 질문을 던지며 예술을 완전히 새롭게 정의했다. 끊임없는 실험과 탐구를 통해 미술의 경계를 확장하고, 예술의 본질에 대해 새로운 시각을 제공한 중요한 예술가로 기억될 것이다.

 

브라크의 창작 철학과 예술적 접근

 

브라크에게 예술이란 과정과 탐구의 연속이라 할 수 있다. 그는 작품을 완성된 결과물로 보기보다는, 작품을 만들고 실험하는 과정에서 얻은 영감과 아이디어에 더 큰 가치를 두었다. 그에게 예술은 불완전함과 실험을 통해 진화하는 것이었으며, 이는 그의 스케치북과 개인적인 메모에서 잘 드러난다. 브라크는 완벽하게 정리된 그림보다는, 그가 작업하는 과정에서의 감정과 사유를 중시했다.

 

브라크의 미술은 단순히 시각적인 작품이 아니라, 철학적 사유의 표현이기도 하다. 그는 형상과 색을 통해 존재론적 질문을 던지고, 인간의 감정과 내면의 변화를 드러내고자 했다. 형상과 색의 언어를 사용하여, 언어로 표현되지 않는 깊이를 전달하는 그의 예술은 인간 존재의 복잡한 심리적, 철학적 상태, 즉 인간의 내면세계와 세상에 대한 인식을 표현하려 했다. 형태의 해체와 색의 변화를 통해, 존재의 본질과 인간 감정의 복잡성을 탐구하는 예술을 보편적인 진리로 승화시키려고 했던 그의 미학적 입장은 그의 창작노트인 <낮과 밤>에서 짧고 간결하게 표현된다. 브라크의 예술이 단지 시각적인 재현이 아니라, 인간 존재와 내면을 탐구하는 중요한 철학적 여정이라는 점이 그의 노트를 통해 분명하게 드러난다.

 

브라크의 작품은 당대의 미술적 흐름을 반영한 것이 아니라, 현대 미술의 방향을 제시한 것이었다. 미술의 형식을 넘어서 미술의 본질적 의미를 탐구하며, 새로운 시각적 언어를 창조했다. 그가 사용한 기법과 아이디어는 오늘날 화가들에게도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불란서책방의 영화책들은 영화의 정체와 영화가 관객의 삶 속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에 무척 관심이 많습니다.


<영화의 역사>

2023년 한국출판문화진흥원 우수출판물 제작지원작을 선정된 <영화의 역사>는 이창동 감독님의 멋진 추천사와 함께 합니다.


“...영화의 역사를 이렇게 넓고 깊게, 이처럼 다층적인 시각으로 서술한 책은 한국은 물론이고 저자 자신이 공부한, 영화를 발명했던 프랑스에서도 찾아보기 어렵다. 그런 점에서 김성태의 『영화의 역사』는 감히 기념비적인 역작이라고 할 만하다. 마침내 우리는 영화를 이해하고 사유하기 위해 서가 한쪽에 꽂아두고 언제나 찾아볼 수 있는 영화 관련 참고서를 한 권 얻게 되었다.”

_이창동 (영화감독)

그리고 오늘부터 알라딘 북펀드를 시작하는 책 <영화-존재의 이해를 위하여>

22년 만의 복간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아마, 읽으시다가 뿜을 수도 있습니다.
"감독님, 감독님은 스스로 재능이 있다고 생각하세요?"


영화에 미쳐 살기 시작한지 대략 30년이 지나 뒤돌아보니 영화에 대한 열정은 나의 맹렬한 짝사랑이었다. 그것도 어쩌면 병적인 사랑. 나름 분석을 해보자면, 사람들로부터 얻고 싶었던 사랑을 결코 얻을 수 없었던 나는 영화에 대한 짝사랑을 통해서라도 그 결핍을 채우려고 했다.
영화와 함께 살아왔지만 정작 영화로부터 그 어떤 보답도 받지 못한 것 같다 - P1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극장에는 항상 상훈이 형이 있다는 우연한 계기로 인해 영화에 빠져든 한 남자가 삶과 영화 사이에서 방황하며 써 내려간 기록이다. 특수한 상황에 처한 이유로 인해 인생 자체가 마치 영화와 같이 흘러온 사람의 이야기인데 누구나 상상으로는 꿈꿔봤을 삶을 실제 살아온 사례로서 보편성을 획득한다. 저자의 인생 자체가 한 편의 영화인 것이다. 따라서 이 책은 저자의 의도와 상관없이 삶과 영화 사이의 관계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 우리는 이 책을 통해 이 질문에 대해 고민해보게 된다.

 

기존의 영화 서적들과 비교해봤을 때 이 책은 유례가 없을 것이다. 굳이 이 책을 분류해보자면 영화 에세이에 해당하지만, 기존의 영화 에세이는 텍스트로부터 촉발된 것들을 바탕으로 저자의 사유를 담은 경우가 많다. 그 사유가 일상과 관련된 경우에라도 그것은 사유를 확장하는 하나의 방편일 뿐 텍스트가 저자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 그러나 이 책은 일상이 곧 영화가 되어버린 사람의 일기에 가까운 고백으로 가득 차 있다. 이 책의 저자는 사유 이전에 몸으로 영화를 경험하는 독특한 성향을 지니고 있다. 영화와 한 개인의 실존이 이렇게 만나는 내용을 서술한 책은 일찍이 나온 적이 없다. 영화 에세이의 새로운 길을 제시한다는 면에서도 소중한 가치를 지닌다. 그리고 학계에서도 영화와 관객의 관계를 탐구할 수 있는 흥미로운 사례 연구로서 이 책이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영화와 밀착된 삶을 살아온 저자의 글들은 우리가 영화를 보는 이유가 무엇이며 왜 우리는 영화에 매혹되는가, 이미지의 힘은 무엇인가에 대해 이론의 도움이 없이 삶의 과정 안에서 생각하게 만든다. 따라서 이 책은 각종 환경의 변화로 인해 봉착하게 된 영화의 위기의 시대에 순수하게 관객이 영화를 본다는 것의 본질적인 체험을 독자들에게 돌려주고 공감을 불러일으키며 이러한 체험과 자각이야말로 영화의 존재 이유를 강력하게 입증하는 사례가 될 것이다. 이 책의 저자는 영화를 통해 절망을 겪기도 했지만 놀랍게도 한 영화를 통해 구원받는다. 그러므로 이 저자의 여정 자체가 지금 우리에게 영화란 무엇인가에 대한 답을 제시할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영화를 업으로 삼지 않은 사람의 인생이 영화로 구성되었다면 믿으시겠는가. 말 그대로 영화와 함께 살아온 사람의 이야기다. 30여 년 동안 오직 극장에 오가며 영화를 본 것이 그의 유일한 일이자 삶이었다. 이 책은 우연한 계기로 영화에 빠져든 저자가 삶과 영화 사이에서 방황하며 써 내려간 일생의 기록이자 그로 인해 치러야 했던 삶의 대가 또한 뼈저린 회한으로 털어놓는 고백록이다.

 

영화와 한 개인의 실존이 이렇게 만나는 책은 보기 드물다. 영화와 한 몸으로 살아온 저자의 글은 우리 삶에서 영화란 무엇인가? 왜 우리는 영화에 매혹되는가? 이미지의 힘은 무엇인가에 대해 별다른 이론의 도움이 없이도 한 사람의 삶을 통해 깊은 숙고로 인도한다. 그렇게 이 책은 영화의 위기라 불리는 지금, 순수하게 관객이 영화를 본다는 것의 본질적인 체험을 전하고 공감을 불러일으키며 이러한 체험과 자각이야말로 영화의 존재 이유라는 것을 절실하게 보여준다. 저자는 영화를 통해 인생의 여러 절망과 슬픔을 겪기도 했지만 놀랍게도 또한 영화를 통해 구원받는다. 그러므로 이 저자의 여정 자체가 지금 우리에게 영화란 무엇인가에 대한 답을 제시할 것이다.

 

이 책의 구성 대략 저자의 인생 여정을 닮았다. 영화와 열렬한 사랑에 빠지기 시작한 순간으로 시작해서 가장 강렬했던 영화 체험과 잊을 수 없는 영화들, 그리고 저자와 영화, 그리고 가족이라는 삼각관계에서 일어난 애잔한 이야기들이 진솔하게 담겨 있다. 마지막에는 한 편의 영화를 통해 자신의 삶을 구원하려는 필사의 노력으로 글을 끝맺고 있다.

독자는 한 사람이 영화와 어떻게 관계를 맺어왔으며 어떤 미래로 나아가고 있는지를 흥미롭게 지켜볼 수 있다. 영화와 삶 사이에서 고민해온 저자의 진솔한 감정들이 전편에 잘 묻어있듯 저자의 이 진정성이야말로 이 책의 최대 강점이라고 할 수 있다.

 

먼저 1극장전은 극장이라는 공간을 삶의 일상적 공간으로 살아온 저자가 극장을 중심으로 겪었던 감정이나 여러 관계와 사건들을 담았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감독들과의 만남, 홍상수 감독이나 박찬욱 감독 등과의 인연 등 자연스럽게 영화인들과 만나게 된 일화들을 전하며 영화와 영화예술가들에 대한 깊은 흠모와 애정을 고백한다. 2미치광이 같은 사랑에는 저자가 유독 애착을 갖는 영화 중에서 그동안 매체에 기고했던 영화 리뷰와 영화에 관한 생각을 담은 글이 실려있다. 특히 저자가 자신과 동일시하다시피 하는 영화와 인물인 히치콕의 <현기증>스코티’, 그리고 저자의 인생 영화인 타르코프스키의 <희생>이 저자의 삶으로 분석된다. 3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는 근래 세상을 떠난 배우들과 감독을 위한 추모의 글로 채웠다. 알랭 들롱, 지나 롤랜즈 등 기라성 같은 배우와 오시마 나기사, 데이빗 린치 같은 독보적인 감독들을 위한 존경과 감사를 담았다. 가장 밀도 있고, 또 저자의 진솔함이 묻어나는 4어느 가족은 영화를 주제로 삼은 글 중에서 독보적이라 할 만큼 독자의 심금을 울릴만한 글을 모았다. 영화와 저자의 삶이 가족사 안에서 어떻게 관계를 맺어왔는지, 평생 소원했던 아버지와의 첫 화해, 그리고 어머니와 아버지를 떠나보내는 순간마저 영화로 기록되는 놀라운 광경, 그리운 어머니와의 애틋한 사연도 영화와 함께 펼쳐진다. 마지막으로 저자가 자신을 구원했다고 말하는 한 편의 영화 <벌새>를 통해 자신의 청년기를 먹먹하게 바라본다.

 

시네필이라 불리는 영화매니아들 뿐만 아니라 한때 영화에 열광했던 세대에게도 특별한 공감을 불러일으키며 아련한 향수를 자극하고 달랠 것이다. 자연스럽게 영화와 삶이 밀착된 관객의 이야기라는 측면에서 영화학계의 연구자나 전공자, 평론가와 영화저널리스트에게도 영화와 관객의 상호관계성을 탐구할 수 있는 흥미로운 사례를 제공할 것이다.

 

 

 

책 속에서


영화에 미쳐 살기 시작한 지 대략 30년이 지나 뒤돌아 보니 영화에 대한 열정은 나의 맹렬한 짝사랑이었다. 그것도 어쩌면 병적인 사랑. 나름 분석을 해보자면, 사람들로 부터 얻고 싶었던 사랑을 결코 얻을 수 없었던 나는 영화에 대한 짝사랑을 통해서라도 그 결핍을 채우려고 했다.

영화와 함께 살아왔지만 정작 영화로부터 그 어떤 보답도 받지 못한 것 같다. 한때 나와 함께 영화를 보던 사람 중 에는 현재 평론가나 감독이 되어 활발하게 활동하는 이들 도 많다.

반면에 나는 조금의 진전은 있었을지 몰라도 예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그래서 짝사랑이라는 표현을 쓴 것이다. 언젠가 누군가로부터 영화가 나를 사랑하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그렇다. 나는 영 화로부터도 사랑받지 못했다. 이것은 또다시 실패를 의미 한다. 사랑은 상호적일 때 온전히 성립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영화를 짝사랑하는 것은 타인과 소통하는 것보다 나에게 행복한 일이었다. 적어도 나는 영화로부터는 사람만큼 상처받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인해 나는 영화에 대한 병적인 사랑을 버릴 수 없었다.

나는 한때 타인과 소통할 수 없고 신앙적인 고민을 해결 할 수 없다는 절망감에 스크린 속에서 영원한 죽음을 꿈꾼 적도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무모하고 어리석은 일이었다. 내가 살아있는 한 그런 형태의 죽음은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스크린에서 빠져나와 현실로 돌아오려고 했으나 그 또 한 쉽지 않았다. 마치 문명 세계에 적응하지 못했던 늑대 소년처럼 사람들과의 소통은 더 어려워졌다. 어느 순간 영화에서 현실로 돌아왔으나 다시 상처받고 영화로 돌아가고, 다시 필사적으로 현실로 돌아오려고 했으나, 또다시 상처받고 영화로 돌아가는 악순환을 반복했다. 그런 가운데 부모님 모두 돌아가셨고 나는 더욱더 사람들과 멀어지고 내 삶은 점점 망가져 갔다.


https://www.aladin.co.kr/m/bookfund/view.aspx?pid=2492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