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의 유령. 저자는 자신을 그렇게 부릅니다. 때론 영화보기가 일종의 강박처럼 느껴질 때도 있다고 합니다. 일견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일이죠. 영화란 마치 뱀파이어와 같습니다. 뱀파이어의 눈은 곧 영화의 눈이죠. 매혹하고 최면을 거는 뱀파이어에 홀린 남자, 상훈이 형이 오랜 세월 영화와 함께 살아온 삶을 이야기합니다. 우리 삶에 영화가 무엇인지 이토록 절박하게 이야기하는 책도 드물 것입니다.비로소 영화는 상훈이 형을 통해 자신의 정체를 밝히고 있습니다. 영화를 분석하는 것이 아니라, 삶 그 자체로 영화의 존재를 증명하는 작업. 어떤 비평 이상으로 영화의 심연, 그 실재를 말하는 상훈이 형의 이야기를 들어봅니다

 


 

1. 이 책의 제목 『극장에는 항상 상훈이 형이 있다』는 어떻게 탄생했나요? 상징적인 의미가 있을까요?

 

이 책의 제목은 잘 아는 동생인 김시선 영화 유튜버로부터 시작됐어요. 시선이가 몇 년 전에 본인의 책인 오늘의 시선을 출간했을 때 영화는 사람입니다’ 챕터에 극장에는 항상 상훈이 형이 있다라는 제목의 글을 썼어요. 저에 관한 글을 써줘서 정말 고마웠죠. 그리고 제가 2023년부터 필름포럼에서 영화 토크 행사를 하고 있는데요. 토크 행사의 제목을 짓는 과정에서 시선이에게 허락을 받고 다시 극장에는 항상 상훈이 형이 있다를 사용하게 됐어요. 그게 다시 책 제목으로까지 온 거에요. 처음에 시선이의 책에 제 글이 실릴 때 걱정도 했었는데 결과적으로 그 글 때문에 제 책 제목까지 만들어졌으니 너무 고마운 상황이 되었죠. 그래서 고마운 마음에 이번 책의 추천사를 시선이에게 받게 됐어요. 시선이가 이런 제목을 지은 나름의 이유가 있을 텐데 이 제목은 생각할수록 저에 대해 많은 것을 설명하는 것 같아요. 우선 극장에는 항상 제가 있다는 건 97년부터 지금까지의 제 삶을 요약하는 말이에요. 그 결과로 대략 30년만에 책이 한 권 나올 수 있었구요. 그런데 한편으로 이 제목은 제 책에도 썼지만 사람들과의 소통에 실패했기 때문에 저는 할 수 없이 극장에라도 존재하려고 했다는 저의 비극적인 상황을 말하고 있기도 해요. 영화와 관객의 숙명을 말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하구요. 이렇게 이 제목은 저에 대해 여러가지를 말해주는 것 같아요. 

 

2. 서문에서 이 책이 ‘영화로부터 단 한 번도 답장을 받지 못한 연애편지’라고 표현했는데요, 지금은 영화가 답장을 해줬다고 느끼시나요?

 

이 질문에 대해 즉각적으로 떠오른 답변은 아직은 답장을 받지 못했다고 느낀다는 거에요. 그런데 30년간의 연애 편지로 책이 한 권 나왔다는 걸 생각해본다면 이것이 나에 대한 영화의 답변인 것인가 하는 고민을 하게 되네요. 영화를 본격적으로 좋아하기 시작한 초창기부터 동경해온 프랑스 누벨바그 감독들처럼 평론가나 감독이 되지 못하는 이상 스스로는 계속 답장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느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그런데 최근에 이 책을 읽은 제 지인이 그가 볼 때 영화에 대한 저의 짝사랑이 짝사랑이 아니라 찐사랑인 것 같다는 말을 했어요. 그 말을 듣고 어쩌면 제 스스로 너무 주관화해서 그동안 영화와 저의 관계를 바라봐왔던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은 들더라구요. 그래도 여전히 예전에 지인에게 내가 영화를 사랑하느냐보다 영화가 나를 사랑하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라는 말을 들었던 걸 다시 떠올려본다면 아직 영화가 저에게 답장을 줬는지의 여부에 대해서는 더 고민해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영화와 나의 관계는 도대체 무엇인가에 대해 더 탐구해봐야 할 것 같아서요. 아직 현재진행형이라는 거죠. 


3. 〈벌새〉를 본 날을 '기적'이라고 표현하셨어요. 그 기적은 지금도 유효하다고 생각하시나요?

 

여전히 유효하다고 생각해요. 김보라 감독의 <벌새>를 본 날의 기적이 이번에 책 출간으로까지 이어졌다고 생각하구요. 많은 사람들이 각자의 인생에서 각별한 의미를 갖는다는 차원에서 볼 때 인생영화들을 갖고 있는데요. 저는 제 트라우마를 치유해서 제 인생을 영원히 바꾸어버린 <벌새> 같은 작품을 인생영화로 갖고 있으니 너무 행복한 관객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앞으로 영화와 관객과의 관계를 논하는 데 있어서 <벌새>로부터의 치유 사례를 들면서 사람들과 심도깊은 대화를 나눠보고 싶은 생각도 있어요. 제 스스로도 너무 놀라운 경험이었기 때문이에요. <벌새>를 통한 제 스스로의 변화의 핵심은 이 영화와의 만남을 통해 제 스스로를 이전보다 더 사랑하게 되었다는 거에요. 그렇게 되자 제 삶에는 어떤 큰 에너지가 생겼고 그 에너지에 힘입어 힘든 일이 닥치더라도 이전과 다르게 한 걸음씩 전진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이 자리를 빌어서 <벌새>의 감독, 배우, 스태프에게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네요.    


4. 이 책에서 본인을 ‘극장의 유령'이라고 표현하고 있는데 그렇게 표현하신 이유가 무엇인가요?

 

대략 30년간 영화에 미쳐 살아왔지만 그에 비해 사회적으로 보나 개인적으로 보나 존재감이 없는 스스로의 처지를 유령에 빗대어 설명하고 싶었어요. 영화를 너무 좋아해서 극장을 떠날 수는 없지만 오랜 기간 극장에서 시간을 보낸 것을 떠올려 볼 때 극장에 왔던 수많은 관객들과 제가 과연 제대로 소통을 해왔느냐에 대해 의문이 들어요. 삶을 버티는 방식으로 극장에 남아있었던 것이지 극장에 오는 단 한 명의 사람과의 관계를 따져보더라도 저라는 존재가 상대에게 제대로 인식된 적은 있었던 것인지 모르겠어요. 상대에게 잘못이 있었다는 말을 하는 건 아니고 제 스스로가 타인과 소통하는 방법을 모르기 때문에 유령이 된 것 같아요. 제가 책에서 밝힌 심리적인 문제와도 연관은 있겠구요. 스스로를 유령이라고 밝힘으로써 한편으로는 이제 유령의 처지를 벗어나고 싶다는 바람도 포함되어 있었다고 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이 책을 계기로 타인들과 제대로 소통하고 싶어요.

 

5. 출간  가장 기억에 남는 독자 반응이나 피드백이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영화 감독으로 활동 중인 동생의 말이 제일 기억에 남아요. 그 동생이 자기가 읽은 어떤 영화 에세이, 비평보다 개인적이고 솔직해서 좋았고 이 책은 한국의 모든 영화인들 중에 오로지 저밖에 쓸 수 없는 책이라고 했어요. 제 스스로 아직 영화인인지는 모르겠지만 저만이 쓸 수 있는 책이었다는 표현이 너무 감동적이더라구요. 저만의 고유성을 인정해준 거잖아요. 적어도 제 삶이 오롯이 담긴 책이 나왔다는 걸 상대가 인정해준 것 같아서 정말 뿌듯했어요. 다른 독자들에게도 그런 점이 잘 전달되었으면 좋겠네요.

 

6. 책을 통해 어떤 독자와 마주하고 싶으셨나요? 어떤 이에게 이 책이 다가가기를 바라시나요?

 

저와 같이 어떤 한 대상을 오랫동안 좋아해온 사람에게 위로와 공감을 주는 책이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요. 이 책을 통해 그런 삶을 사는 게 결코 무가치하지 않다는 걸 말하고 싶어요. 그리고 저 같은 심리적인 문제로 고통을 받으면서도 삶을 버텨온 사람들에게 용기를 줄 수 있는 책이었으면 하구요. 영화에 국한해서 얘기하자면 저처럼 영화에 너무 빠져든 나머지 영화와 현실의 관계 사이에서 고민하거나 어떤 영화를 보고 흥분해서 어쩔 줄을 몰랐던 경험을 갖고 있는 사람들과 그런 경험을 나누거나 그런 문제를 함께 고민해볼 수 있는 책이었으면 좋겠어요제 책이 각자에게 영화란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7. 앞으로 영화와 관련해서 어떤 걸 하고 싶나요?

 

일단 나이도 있고 영화쪽에서 무슨 일을 해서라도 살아남아야 하는 상황에 처해 있어요. 그래서 이 책의 출간이 저의 생존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솔직히 있어요. 당연히 쉽지 않겠지만 앞으로도 영화평론가나 영화감독의 꿈을 이루기 위한 노력을 할 생각이에요.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생계형 단역 활동도 할 예정이구요. 제가 워낙 사람들에게 영화에 대한 말을 하는 걸 좋아하다가 보니 필름포럼에서 영화 토크 행사도 계속 하고 싶고 강연 시장에도 들어가서 활동하고 싶어요. 누구보다 쉽게 영화에 대해 잘 소개해주고 설명해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그리고 다음 책을 쓰게 된다면 당연히 좋겠죠. 더 좋은 글을 쓰도록 노력하려구요. 유튜브 활동을 하거나 편집을 배워서 생계와 연결해 볼 생각도 갖고 있어요. 크리스천으로서 생전에 영화적으로 훌륭한 기독교 장편 영화를 꼭 한 편 만들고 싶다는 소망도 이어가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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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영화'의 존재와 변천을 설명하면서 구체적인 작품이나 사조를 예로 들지 않는다. 그가 다루는 '영화'는 개별 작품들의 어떤 부분이 가리키는 것, 거시적인 흐름 속에서 드러나는 개념이지 특정한 영화 몇 편으로 환원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런 시각을 이해할 때 비로소 한 편의 영화가 좋네 나쁘네 어느 것이 더 낫네 별점이 몇 개네 하는 식의 심사위원 같은 태도에서 벗어나 더 큰 지도를 그릴 수 있게 될 것이다.) 대신 다른 예술과 다른 영화 이미지의 속성에 관해서, 그것이 현상과 맺는 관계에 대해서, 현상과 본질에 관한 합리주의/비합리주의의 다른 태도에 관해서, 예술의 고전성과 현대성에 관해서 말한다.(독자추천)

 

개별 영화 비평에서 벗어나 '영화' 자체에 대한 관점을 확립하고 싶은 영화 애호가라면 일독, 재독, 삼독을 권한다. 『'영화' - 존재의 이해를 위하여』는 관성에 가깝게 이어져 온 기존의 막연한 이해를 반박하고,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고, 원론에서부터 다시 대상을 생각하도록 하고, 그 이해를 토대로 역사를 다시 쓴다. 한국어 영화 서적 중 이만한 집중력과 독창성을 갖추고 지도를 그려주는 안내서가 존재한다는 사실이 신기하기까지 하다.(독자추천)



영화라는 매체의 존재 의미를 묻다

초판 절판 이후 22년 만의 복간.

영화는 단지 이야기의 연속일까, 아니면 세계를 해석하는 철학적 사유의 장일까? 이 단순한 질문을 깊은 성찰로 이끄는 김성태의 『영화 - 존재의 이해를 위하여』는 한국어로 쓰인 영화 이론서 중 보기 드물게 영화의 존재론적 문제에 깊이 침잠하는 저작이다. 이를 통해 영화의 근본적인 성격과 영화의 본질, 구조와 기능, 현실과의 관계 등을 총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영화에 관한 질문과 사유를 다시 제기하는 이 책은 영화라는 이미지-기술의 집합체가 어떤 존재이며, 어떤 세계를 보여주고, 어떻게 관객과 관계 맺는지에 대해 심층적으로 탐구한다.


저자 김성태는 프랑스 유학 후 국내에서 영화 연구와 창작 활동을 병행해 온 영화학자다. 그의 『영화‑존재의 이해를 위하여』는 영화 그 자체를 ‘존재’의 관점에서 재고하며 ‘영화’라는 예술의 본질에 다가선다. 개별 영화 분석이 아닌 영화 그 자체에 대한 이해를 목표로 영화의 탄생, 촬영·편집 기술의 발전, 관객 수용 방식, 고전에서 현대영화로의 흐름 등을 포괄적으로 서술하고 영화적 구성 요소와 재현의 문제들을 분석한다.

 

이 책 주요한 논점은 영화라는 장치 속에서 철학적 질문을 끌어내는 것이다저자 김성태는 영화를 “움직이는 철학”으로 간주하며, 영화를 통해 베르그송의 지속, 들뢰즈의 시간, 라캉의 주체 등을 관통한다. 이는 단순히 영화에 철학을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철학이 구체적 형상으로 재현되고 실험되는 장이 바로 영화라는 을 밝히는 것이다. 특히 저자 김성태는 영화가 “이미지를 통한 존재의 사유”라는 관점에서, 기존의 실증주의적 영화 이론을 넘어서고자 한다. 이론으로 영화를 ‘설명’하는 것에서 벗어나 영화 자체가 하나의 존재론적 질문이자 실천이라는 인식은 이 책의 주요한 화두가 된다. 베르그송, 들뢰즈, 바쟁 등 영화철학의 주요 사상가들을 가로지르며, 저자는 우리가 흔히 ‘보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이미지의 층위를 해체하고 다시 조립한다. 이미지란 무엇인가? 현실과 영화 사이의 경계는 존재하는가? 영화는 현실을 ‘보여주는’ 것인가, ‘만드는’ 것인가?

 

이러한 질문에 답하기 위해 영화의 형식 자체—몽타주, 롱테이크, 플랑-세껑스, 데꾸빠쥬—가 어떻게 존재성을 획득하는지 자세히 분석한다. 이를 통해 저자 김성태는 영화가 단순히 ‘무엇을’ 보여주는지가 아니라, ‘어떻게’ 보여주는가에 존재의 의미가 숨어 있다고 주장한다. 특히 관객의 시선을 조직하고 현실을 분절하는 카메라의 움직임은, 세계의 존재 조건 자체를 바꾸는 기술적-미학적 개입으로 읽힌다. 영화는 보는 이 없이 존재할 수 없으며, 그 의미는 관객과의 관계 안에서 생성된다는 점을 강조함으로써 영화가 단지 ‘표현된 존재’가 아닌, ‘관계적 존재’로 이해되어야 함을 시사한다.

 

책의 1부 「‘영화’라는 존재 I ― 다른 이미지」는 영화의 형식이 단순한 시청각 재현을 넘어선 철학적 도구라는 점을 강조한다. 여기서 김성태는 영화가 현실을 모사한다기보다 다르게 재현하고, 다르게 보여주는 이미지라는 전제를 세운다. 특히 ‘움직임과 근대’라는 장에서, 영화가 이미지와 움직임을 통해 근대를 구현하는 방식을 보여준다. 즉 영화는 근대 시공간의 감각과 속도를 수용하면서도, 동시에 그것을 재배치하고 재조립하는 시간-운동 기계로 해석된다.

책의 2부 「존재의 진화 ― 첨가되는 개념들」은 영화가 붙잡는 세계의 다양한 층위들을 보여준다. 일상을 보여주는 영화(리얼리즘 전통의 카메라 시선), 조작된 상황을 보여주는 영화(서사적 개입과 연출의 정치성), 편집을 보여주는 영화(몽타주를 통한 인식 구조의 생성), 이야기를 보여주는 영화(시간성과 이야기성의 결합) 등 이러한 구분은 영화가 조망하는 측면에 따라 세계의 양태가 달라짐을 보여준다. 김성태는 영화가 단순한 스토리텔링 장치가 아니라, 세계를 감각하고 구성하는 복합적인 지각 기계라는 존재를 강조한다.

책의 3부 「‘영화’라는 존재 II ― 영화들을 생산하는 기계」에서는 영화 제작 장치가 현실을 어떻게 구성하고 관객을 유도하는지 설명하며 수용자 측면에서의 영화 존재를 다룬다. 그는 영화와 관객의 관계를 존재론적 상호작용으로 본다. 즉, 영화는 관객의 시선 속에서만 실재하며, 관객은 영화의 리듬, 시점, 시선에 따라 존재를 재구성하게 된다. 영화 제작과 수용의 조건을 통해 영화의 실천적 성격을 조명한다. ‘영화관과 관객’에서는 영화가 시선과 주체를 어떻게 구성하는지에 대한 논의를 전개하고 ‘영화적 일루전’과 ‘영화적 상태’는 영화 속 몰입의 구조와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드러낸다. 특히 ‘영화적 공간과 최면’에서는 영화가 감각적 설계와 편집을 통해 심리적·지각적 란 상태를 어떻게 유도하는지를 분석한다. 이러한 분석은 영화가 단순한 서사적 장치가 아닌, 현실을 기획하고 재구성하는 기계라는 저자의 기본 전제를 뒷받침한다. 

책의 마지막 부분인 4부 「영화와 현실 ― 현실을 다루는 두 가지 방법」은 ‘영화’와 ‘현실’의 관계를 다룬다. 여기서 김성태는 “현실”이란 단일한 것이 아니며, 영화는 이를 여러 층위로 분할하고 새롭게 조직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영화적 현실의 다층성, 일루전 구조, 몽타주 vs 데꾸빠쥬를 통한 구조 분석을 통해 영화사 속 다양한 재현 전략이 현실과 관객을 어떤 방식으로 연결해 왔는지를 탐색한다.

 

“몽타주 이후”라는 마지막 장은 개정판 출간에 맞추어 새롭게 첨가된 부분이다. 여기서 결국 영화는 존재를 ‘조립’하는 방식으로 다시 돌아가는 듯하다. 이는 들뢰즈의 시간-이미지론을 떠올리게 하며, 영화는 재현이 아니라, 존재 자체의 구성 장치라는 점에서 이 책의 사유는 다시 정점에 도달한다. 예컨대 바쟁에게 영화 현실을 보존하는 기술이라면, 김성태에게 영화는 “현실을 낯설게 만들고, 재구성하는 사유의 매체”가 된다. 특히 몽타주와 롱테이크, 데꾸빠쥬 등의 영화 문법이 단순한 형식적 도구가 아니라, 존재를 인식하는 틀로 작동함을 강조한다.

 

김성태의 『영화 - 존재의 이해를 위하여』는 영화와 철학, 기술과 인식, 감성과 실재 사이의 긴장관계를 영화라는 존재에 관한 사유의 탐사를 통해 해명하면서 우리가 일상적으로 받아들이는 현실, 시간, 공간, 감각이 영화라는 장치를 통해 어떻게 다르게 인식될 수 있는지를 집요하게 파헤친다. 영화라는 매체의 본질을 깊이 성찰하고 싶은 이들, 특히 영화를 인문적 차원에서 바라보는 독자들에게는 흥미로운 책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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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과 밤>

 

 

 

큐비즘의 창시자, 현대 미술의 새 지평을 연 조르주 브라크

 

예술과 인식의 심오한 탐구

 

<낮과 밤>은 조르주 브라크가 추구했던 예술적 사유와 철학적 깊이를 엿볼 수 있는 특별한 책이다. 독창적이고 예리한 통찰을 담은 브라크의 짧은 문장은 예술 그리고 삶에 대한 전망을 이야기한다. 브라크 예술의 비밀을 엿볼 수 있는 귀중한 자료로 브라크가 펼치는 빛과 어둠, 존재와 무, 삶과 죽음의 상징적 대비, 예술과 삶에 관한 깊은 성찰은 인간의 인식과 예술의 본질을 파고드는 치열한 기록이다. 또한 자연과 인간, 실재와 관념, 현실과 상상 등 우리의 세계관을 구성하는 대립 사이의 균형에 관한 철학적이고 미학적인 성찰은 예술과 삶의 본질을 탐구하려는 모든 이들에게 큰 영감을 줄 것이다.

 

언제나 두 가지 생각, 하나를 무너뜨릴 또 하나의 생각을 가져야 한다.

 

큐비즘의 화가 조르주 브라크가 추구했던 예술과 그의 철학을 접할 수 있는 특별한 책이다. 1917년부터 1952년까지 조르주 브라크의 수첩에 기록된 단상은 창작 행위와 예술에 관한 깊은 통찰을 제공하며 그의 작품 세계를 이해하는 중요한 단초가 된다. 창작자로서의 맹렬한 자기 성찰, 그리고 예술가가 자신을 둘러싼 세계를 인식하고 표현하기까지의 첨예한 사유를 담은 짧은 메모들은 현실과 상상의 경계를 탐구하고 세계의 모순과 대립을 엄정한 지성으로 바라본다. 자연과 인간, 실재와 관념, 현실과 상상 등 우리의 세계관을 구성하는 대립 사이의 균형을 찾는 철학적이고 미학적인 성찰은 예술과 삶을 탐구하려는 모든 이들에게 큰 영감을 줄 것이다.

 

특히 입체파의 중심 주제인 사물과 사물의 표현 사이의 복잡한 관계, 시공간 속에서 사물의 인식과 변형에 대한 문제를 시적이고 철학적이며, 예술적이면서도 형이상학적인 개념의 대립들로 다룬다. 그가 추구한 예술은 형태의 파괴와 재구성을 통해 우리가 세상과 관계를 맺는 방식, 그리고 우리가 자신을 어떻게 인식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는 일이었으며, 이 노트는 그 치열한 과정을 기록하고 있다.

 

이 기록은 제1차 세계대전의 격변과 입체파의 예술적 변화, 그리고 또다시 제2차 세계대전이라는 혼란한 유럽을 마주하며 끊임없이 변화하는 세계에서 안정을 찾으려는 브라크의 내면적 여정처럼 보인다. 브라크는 이 노트를 통해 낮과 밤, 빛과 어둠, 예술과 과학, 진화와 진보, 이성과 영성, 희망과 이상, 믿음과 신념, 힘과 저항 등 세계를 구성하는 이중성과 대립에 대한 성찰을 이어간다. 세계의 아름다움은 끊임없는 대립과 상호의존 사이의 불안한 균형에 있으며 황폐한 세계에서 이 대조는 희망과 절망, 명료함과 혼란 사이에서 요동치며 인간 존재 자체에 대한 은유가 된다.

 

그는 사물의 이중성과 대비본질과 현상, 관념과 실재, 빛과 그림자 사이의 상호작용에 대한 성찰을 통해 우리가 현실을 어떻게 인식하는지를 탐구하며, 궁극적으로는 예술적 표현을 넘어 인간의 존재론적인 질문으로 나아간다. 브라크는 이러한 대립적인 개념들이 서로를 정의하고 보완한다고 주장하며, 빛과 어둠, 삶과 죽음, 희망과 절망은 모두 상호의존적인 관계에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 대립은 브라크의 예술에서 끊임없이 변화하고 상호작용하는 중요한 원리로 작용한다. 궁극적으로 브라크는 예술이 어떻게 인간의 내면을 반영하고 세상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공할 수 있는지 그 가능성을 탐색하고 있다.

시적이고 철학적인 산문에서, 예술가는 깊은 주관성으로만 포착할 수 있는 찰나의 빛과 그림자의 순간적인 느낌, 시간과 공간에 대한 감각을 포착하고 육화하는 존재다. 그는 이 감각들을 단순한 기하학적 형태가 아니라, 그 깊은 인식의 순간들을 어떻게 예술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지, 이런 대비가 예술적 표현에 어떻게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인간의 인식이 어떻게 외부의 변화와 내적 경험을 반영하는지를 보여준다.

 

<낮과 밤>은 단순히 미적 성찰을 넘어서, 현실과 상상의 경계를 탐구하는 동시에 현실과 상상이 만나서 벌이는 끊임없는 인식의 게임을 보여준다. 브라크는 독자에게 세상을 구성하는 대립을 지각하고 탐구하도록 초대하는 것이다.

 

브라크는 초기에 구상적 표현을 통해 현실을 묘사했지만, 점차 추상적이고 기하학적인 형태로 변모하며, 그 속에서 새로운 의미를 찾으려 했다. 브라크의 예술은 언제나 과정과 변화에 초점을 맞췄다. 브라크의 예술적 성장과 변화의 과정 또한 이 책을 통해 유추할 수 있다. 그는 완성된 형태나 완벽한 미학을 추구하기보다는, 끊임없이 변하는 선과 색의 상호작용을 통해 삶의 복잡성과 변화를 반영하려 했다. <낮과 밤>에서도 그의 사고는 같은 어휘일지라도 시간의 흐름이나 상황 혹은 맥락에 따라 서로 상충하거나 모순을 내포하지만, 이는 언어의 자의적인 사용과는 아무런 상관없이 하나의 생각에 갇히는 것을 지양하려는 의지일 것이다. 그에게 중요하고도 절대적인 것은 진실이기 때문이다. 진실에는 그 어떤 상반도 모순도 반의어도 존재하지 않는다. 진실은 오직 그 자체로 절대적이다. 브라크의 메모는 바로 그가 추구했던 예술의 본질, 즉 지속적인 변화와 진화하는 과정을 육성으로 들려준다. 이 수첩은 그가 끊임없이 자기 내면의 깊이를 탐색하고 보편적인 인간의 경험을 예술로 승화시키려 했던 노력의 과정이라 할 수 있다.

 

브라크는 회화가 단순히 하나의 그림을 그리는 것 이상임을 분명하게 밝히고 있다. 예술은 그 자체로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창이자, 일상적이고 물리적인 세계 너머에 존재하는 심리적, 존재론적 진실을 탐구하는 수단이 된다.

 

그의 메모는 간결하지만 그 안에 담긴 대립과 모순은 의미의 심도와 입체감을 더하며 여러 층위에서 다양한 해석의 가능성을 제공한다. 이러한 점에서, ‘낮과 밤으로 상징되는 이 대비는 우리 내면의 감정적 갈등이나 심리적 변화, 인식의 전환을 표현하는 중요한 매개체로 등장한다. 이 대비는 언제나 서로 맞물려 돌아가며, 서로를 정의한다. 그가 작품을 통해 말하려는 것 역시 이 두 가지가 분리되지 않으며, 각각이 하나로 완성되는 과정에 있다는 점일 것이다. 예술은 단순히 현실을 묘사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 너머에 숨겨져 보이지 않는 진실을 드러내는 것이다. 예술을 통해 자아와 세상에 대한 이해를 확장하고 세상을 보는 다양한 시각을 제시하려는 브라크의 의도가 이 노트에서도 뚜렷하게 드러난다. <낮과 밤>은 예술적, 철학적으로 중요한 작품으로, 오늘날까지도 인간의 존재와 예술에 대한 깊은 성찰을 촉구하는 작품으로 남아 있다.

 

브라크의 텍스트는 그 자체로도 시적이고 은유적인 특성을 갖는다. 그는 언어를 통해 자신의 예술적 세계를 설명하는 동시에, 그가 선택한 개념의 층위는 그가 단순한 미술가가 아닌 예술 철학자로서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매우 추상적이고, 때로는 자기만의 언어로 감정과 생각의 흐름을 전개하는 브라크의 메모는 그의 예술 세계의 이해와 지적 토론의 장으로 충분하리라 본다. 무엇보다 독자는 그의 간결하고 철학적인 메시지에서 자신만의 해석을 찾아가는 여정을 떠날 수 있을 것이다. 그리하여 이 책이 예술을 바라보는 시각의 확장을 일궈내고 눈을 뜨고, 감각을 자극하며, 세상에 대한 이해를 확장하는 힘이 예술 속에 있음을 깨닫게 되는 하나의 창이 되길 바란다.

 

[화가 조르주 브라크에 관하여]

 

브라크는 1882513일 프랑스 파리 근교의 아르장퇴이에서 태어났다. 그의 아버지는 건축 도장 사업가이자 화가였으며, 어린 시절부터 미술에 관심을 보였다. 그는 르 아브르의 미술 아카데미 야간반에서 수학하다 중도에 그만두고 파리로 돌아와 아버지의 일을 도우며 파리의 움베르 미술 아카데미에 입학한다. 그곳에서 마리 로랑신과 프란시스 피카비아를 만난다.

 

초기의 브라크는 앙리 마티스와 앙드레 드렝 등 야수파(Fauvism)의 영향을 받아 강렬한 색채를 사용했지만 1907년 여름 마티스가 "큐비즘"이라고 명명한 큐브 모양의 집이 있는 에스타크(l'Estaque)의 풍경을 담은 그림, 특히 [에스타크의 집Maisons a l'Estaquel'Estaque]을 통해 새로운 길로 접어들며 브라크의 작품은 더욱 추상적이고 기하학적으로 변한다. 1906년부터 폴 세잔의 윤곽선에 대한 체계적 연구와 더불어 고전적 시각과의 단절을 통해 본격적으로 입체주의라 불리는 시기(1911-1914)로 들어선다.

 

브라크와 피카소: 입체주의의 탄생

 

입체주의란 무엇인가? 당연히 브라크-피카소 화파다.” 1911년 어느 평론가는 이렇게 말했다. 브라크는 파블로 피카소와 만남으로 예술 인생의 중요한 전환점을 맞는다. 두 예술가는 1907년에 처음 만나게 되었고, 이후 함께 큐비즘이라는 혁신적인 예술 운동을 창시했다. 규비즘은 전통적인 원근법과 사물의 재현 방식을 거부하고, 다각적인 시점을 통해 형태와 구성을 분해하고 재조합하는 방법을 제시했다.

 

전쟁과 이후의 변화

 

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자, 브라크는 프랑스 군에 자원입대했고, 전투 중에 심한 부상을 입는다. 전쟁 이후, 브라크는 형태의 분해와 해체에서 벗어나, 단순화된 선과 색을 사용하여 부드럽고, 유기적인 형태를 추구하기 시작했다. 그의 작품은 점차 감성적이고 개인적인 요소를 담게 되었다.

 

입체주의의 진정한 사상가로서 그는 원근법과 색상의 법칙을 다시 세운다. 정물화에 집중하며 색상, , 질감을 통해 사물을 기하학적인 형태의 변형과 다각적인 관점에서 바라보는 방식에 중점을 두었다. 정물화에 기하학적 모양을 사용하고 그림에 스텐실 문자를 도입하거나 광고전단의 조각을 캔버스에 붙이는 콜라주 기법을 활용하고 안료를 모래와 섞는 등 다양한 기법들을 활용하여 평면적 이미지에서 공간 속의 촉각적인 감각까지 끌어내는 새로운 발견은 20세기 추상 미술과 초현실주의를 비롯한 여러 예술 운동에 큰 영향을 미쳤다. 브라크의 예술은 단지 기법적인 혁신에 그치지 않고, 예술의 본질과 존재에 대한 깊은 철학적 질문을 던지며 예술을 완전히 새롭게 정의했다. 끊임없는 실험과 탐구를 통해 미술의 경계를 확장하고, 예술의 본질에 대해 새로운 시각을 제공한 중요한 예술가로 기억될 것이다.

 

브라크의 창작 철학과 예술적 접근

 

브라크에게 예술이란 과정과 탐구의 연속이라 할 수 있다. 그는 작품을 완성된 결과물로 보기보다는, 작품을 만들고 실험하는 과정에서 얻은 영감과 아이디어에 더 큰 가치를 두었다. 그에게 예술은 불완전함과 실험을 통해 진화하는 것이었으며, 이는 그의 스케치북과 개인적인 메모에서 잘 드러난다. 브라크는 완벽하게 정리된 그림보다는, 그가 작업하는 과정에서의 감정과 사유를 중시했다.

 

브라크의 미술은 단순히 시각적인 작품이 아니라, 철학적 사유의 표현이기도 하다. 그는 형상과 색을 통해 존재론적 질문을 던지고, 인간의 감정과 내면의 변화를 드러내고자 했다. 형상과 색의 언어를 사용하여, 언어로 표현되지 않는 깊이를 전달하는 그의 예술은 인간 존재의 복잡한 심리적, 철학적 상태, 즉 인간의 내면세계와 세상에 대한 인식을 표현하려 했다. 형태의 해체와 색의 변화를 통해, 존재의 본질과 인간 감정의 복잡성을 탐구하는 예술을 보편적인 진리로 승화시키려고 했던 그의 미학적 입장은 그의 창작노트인 <낮과 밤>에서 짧고 간결하게 표현된다. 브라크의 예술이 단지 시각적인 재현이 아니라, 인간 존재와 내면을 탐구하는 중요한 철학적 여정이라는 점이 그의 노트를 통해 분명하게 드러난다.

 

브라크의 작품은 당대의 미술적 흐름을 반영한 것이 아니라, 현대 미술의 방향을 제시한 것이었다. 미술의 형식을 넘어서 미술의 본질적 의미를 탐구하며, 새로운 시각적 언어를 창조했다. 그가 사용한 기법과 아이디어는 오늘날 화가들에게도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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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란서책방의 영화책들은 영화의 정체와 영화가 관객의 삶 속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에 무척 관심이 많습니다.


<영화의 역사>

2023년 한국출판문화진흥원 우수출판물 제작지원작을 선정된 <영화의 역사>는 이창동 감독님의 멋진 추천사와 함께 합니다.


“...영화의 역사를 이렇게 넓고 깊게, 이처럼 다층적인 시각으로 서술한 책은 한국은 물론이고 저자 자신이 공부한, 영화를 발명했던 프랑스에서도 찾아보기 어렵다. 그런 점에서 김성태의 『영화의 역사』는 감히 기념비적인 역작이라고 할 만하다. 마침내 우리는 영화를 이해하고 사유하기 위해 서가 한쪽에 꽂아두고 언제나 찾아볼 수 있는 영화 관련 참고서를 한 권 얻게 되었다.”

_이창동 (영화감독)

그리고 오늘부터 알라딘 북펀드를 시작하는 책 <영화-존재의 이해를 위하여>

22년 만의 복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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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읽으시다가 뿜을 수도 있습니다.
"감독님, 감독님은 스스로 재능이 있다고 생각하세요?"


영화에 미쳐 살기 시작한지 대략 30년이 지나 뒤돌아보니 영화에 대한 열정은 나의 맹렬한 짝사랑이었다. 그것도 어쩌면 병적인 사랑. 나름 분석을 해보자면, 사람들로부터 얻고 싶었던 사랑을 결코 얻을 수 없었던 나는 영화에 대한 짝사랑을 통해서라도 그 결핍을 채우려고 했다.
영화와 함께 살아왔지만 정작 영화로부터 그 어떤 보답도 받지 못한 것 같다 - P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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