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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개의 경계로 본 세계사 - 국경선은 어떻게 삶과 운명, 정치와 경제를 결정짓는가
존 엘리지 지음, 이영래 외 옮김 / 21세기북스 / 2025년 8월
평점 :
[도서만협찬] 국경선을 통해 인간의 욕망과 역사를 들여다보는 책
[추천 독자]
-역사적 사건을 색다른 시선으로 읽고 싶은 사람
-국제 정세와 세계 질서에 관심이 많은 사람
-무겁지 않으면서도 깊이 있는 교양서를 찾는 사람
-‘지정학’과 ‘지리’의 교차점에서 세계를 해석하고 싶은 사람
-뉴스 속 세계 분쟁의 배경을 쉽게 이해하고 싶은 사람
우리가 최초로 기록된 인공적인 국제 경계선을 알게 된 가장 큰 이유는 그 국경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p6
경계와 국경, 즉 '우리'와 '그들'을 나누는 구분은 인류 역사 전반에 걸쳐 존재해왔다. -p7
어떤 경계도 필연적이거나 영원하지 않다. 경계는 자의적이며 우연적인 결과물이고, 많은 경우 단 한 번의 전쟁이나 조약, 혹은 지친 유럽인 몇 명의 결정이 달랐다면 전혀 다른 모습이 되었을 수도 있다. -p16
도시마다 대중교통 시스템의 규모와 범위는 다르다. -p39
<47개의 경계로 본 세계사>는 지도의 선 하나로 인류사를 통찰하는 독특한 역사서다. 역사 전공자로서 다양한 역사책을 읽고 있지만, 독자에게 필요한 책은 시기와 관심에 따라 다르다고 느낀다. 이 책은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를 이해하는 데 유독 타이밍이 잘 맞는 책이다.
국경선은 고정된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다시 쓰이는 '인간의 욕망과 두려움의 선'이라는 사실을 이 책은 명료하게 보여준다. 단 한 번의 전쟁, 혹은 강대국의 책상 위에서 자의적으로 그어진 선이 수백만 명의 삶과 정체성, 정치와 경제를 좌우했다는 사실은 충격적이다. 고대 이집트에서 시작된 최초의 경계부터, 유럽 열강이 자로 긋듯 만든 아프리카와 중동의 분할선, 지금도 분쟁 중인 한반도의 38선, 그리고 미래의 새로운 경계가 될 우주까지. 저자 존 엘리지는 47개의 결정적 경계선을 통해 세계사의 맥을 집요하게 짚는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점은 이 책이 단순히 과거의 기록을 되짚는 데서 그치지 않고, 지금 이 순간에도 쓰이고 있는 새로운 경계선들(해양법, 우주 궤도, 디지털 지리까지)를 함께 조망한다는 것이다. 덕분에 독자는 '경계'라는 키워드를 통해 세계 정세의 흐름과 지정학적 판도의 본질을 통합적으로 읽어낼 수 있다.
만약 세계의 구조와 분쟁의 뿌리를 다층적 시선으로 이해하고 싶은 독자라면, 이 책은 더할 나위 없는 출발점이 될 것이다. 경계는 선이 아니라 이야기이고, 결국 인간에 대한 이해임을 이 책은 설득력 있게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