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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당신의 죽음을 허락합니다 - 이토록 멋진 작별의 방식, ‘간절한 죽음이라니!’
에리카 프라이지히 지음, 박민경 옮김, 최다혜 감수 / 스마트비즈니스 / 2025년 10월
평점 :
[도서만협찬] 잘 살기 위한 잘 떠날 준비의 중요성을 일깨워주는 책



[추천 독자]
-가족의 투병이나 임종을 경험하며 존엄한 죽음에 대해 고민해본 사람
-의료윤리나 생명윤리 문제에 관심이 많은 사람
-자신의 노후와 죽음에 대해 미리 생각하고 준비하고 싶은 사람
-현재의 연명의료 시스템에 의문을 가지고 있는 사람
-인간의 존엄성과 자기결정권에 대해 깊이 사유하고 싶은 사람
무엇보다 그 시간은 견딜수 없을 만큼 힘들다. '왜 그래야 할까?' -p79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머릿속에 물음표가 끊이지 않던 그때, 전화벨 소리가 들린다. -p131
계획적으로, 평화롭고 행복하게 떠나는 의료조력사가 더 나은 대안이 될 수 있다. 나는 그렇게 믿는다. -p192


우리가 피해온 질문, "존엄한 죽음이란 무엇인가?"
에리카 프라이지히의 《아빠, 당신의 죽음을 허락합니다》는 무거운 주제를 다루지만, 피할 수 없는 인생의 마지막 장면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보게 만드는 책이다. 스위스 의사인 저자가 조력사망을 경험한 환자들의 사례를 통해 전하는 메시지는 단순하면서도 충격적이다. 죽을 권리 역시 인간의 기본권이다.
《아빠, 당신의 죽음을 허락합니다》를 읽으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저자의 솔직한 고백이다. 의사로서 생명을 구하는 것이 사명이라고 배워왔지만, 때로는 환자의 고통을 끝내주는 것이 진정한 치료일 수 있다는 깨달음을 담담하게 전한다. 이는 단순한 의료진의 개인적 고백을 넘어, 우리 사회가 직면한 윤리적 딜레마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책에서 제기하는 핵심 질문은 이것이다. "원하지 않는 임신으로 인한 낙태는 허용되는데, 왜 극심한 고통에 시달리는 환자는 죽음을 선택할 권리가 없는가?" 이 질문 앞에서 우리의 도덕적 기준이 얼마나 모순적인지 깨닫게 된다.
특히 한국의 현실과 비교했을 때 더욱 복잡한 감정이 든다. 우리나라 환자들이 조력사망을 위해 스위스까지 가야 하는 상황, 하지만 중증 환자에게는 그마저도 불가능한 현실이 가슴 아프다. 연명의료 거부 서약에 300만 명이 동의했고, 조력존엄사 찬성률이 82%에 이른다는 통계는 우리 사회의 인식 변화를 보여준다.

이 책의 가치는 우리가 지금까지 터부시해왔던 주제를 공론화의 장으로 끌어올렸다는 데 있다. "잘 살기 위한 잘 떠날 준비"라는 표현처럼,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현재 삶을 더 소중하게 만들 수 있다는 관점도 인상적이다.
개인적으로는 이 책이 정답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각자가 스스로 답을 찾아가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고 생각한다. 가족의 임종을 경험했거나, 자신의 노후를 준비하는 사람들에게는 깊이 있는 성찰의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런 논의 자체가 금기시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존엄한 죽음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이 책이 하나의 이정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쉽지 않은 주제이지만, 언젠가는 마주해야 할 문제에 대해 미리 생각해볼 기회를 제공하는 의미 있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