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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로 지구 정복
다카노 히데유키 지음, 신견식 옮김 / 다산북스 / 2025년 6월
평점 :
[도서협찬] 문법보다 흉내, 학원보다 거리에서 배우는 언어 실전기 책



어느새 나에게 언어는 '탐험의 도구'이자 '탐험의 대상'도 됐다. 새로운 탐험 테마가 눈에 들어오면 그 주제만큼이나 현지에서 쓰는 언어에도 가슴이 두근두근 뛰었다. 언어부터 시작해 미지의 세계로 파고드는 것이 이십대 초반에 이미 나으 특기가 되어버렸다. -p8
곤란한 일을 겪으면 강해진다. 언어도 단련된다 평소에 대화는 틀에 박힌 여행 회화이든가 아니면 아무래도 좋은 잡담뿐이다. -p43
사실 누군가를 천재라고 부르는 것을 대개 일종의 과장된 찬사다. 굳이 천재의 학술적 정의를 따지기보다는 그런 호감의 표시를 좋게 받아들이면 그만이겠지만, 특별히 자만심이 높지 않은 한 막상 그런 말은 듣는 사람은 대개 손가래를 칠텐데 저자도 그렇다. -p436
운동이나 음악, 미술처럼 어학도 실력을 쌓아 간다는 점에서는 비슷하나 그럼에도 어학은 개인에 따라 목표나 지향, 방법이 달라도 즐길 만한 요소가 많기에 인생길에서 좋은 길동무 노릇을 할 수 있다. -p440

언어는 사라지지 않는다. 번역기는 늘었지만, 낯선 말로부터 진짜 사람이 느껴지는 순간은 여전히 말 한마디에서 시작된다. 기계 번역기와 실시간 통역 앱이 국경을 무력화시킨 시대를 사는 우리. 언어는 더 이상 '배워야 하는 것'이 아니라 '편하게 처리할 수 있는 것'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그런데 여전히 누군가는 말한다. 언어는 도구 이전에 경험이며, 타인과 연결되는 가장 인간적인 방식이라고. 『언어로 지구 정복』은 바로 그 이야기를 한다.
저자인 다카노 히데유키는 단순한 언어 수집가가 아니다. 전 세계를 탐험하며 미지의 생물을 찾고, 소수민족의 삶을 기록하며, 위험한 지대에 잠입 취재를 하던 그에게 언어는 생존을 위한 무기이자 가장 강력한 교류 수단이었다. 그는 프랑스어, 링갈라어, 태국어, 샨어 등 25개 언어를 맨몸으로 부딪혀 익혔고, 그 과정을 하나하나 실감 나는 기록으로 남겼다.
『언어로 지구 정복』이 특별한 이유는 학습서이기 때문이 아니라, 학습을 살아 있는 일로 풀어내기 때문이다. 다카노는 단어를 외우는 대신 원어민의 말투를 흉내 냈고, 문법보다 재미와 유머에 집중했다. 그에게 중요한 건 얼마나 정확한가가 아니라 얼마나 진짜처럼 말하느냐였다. 이런 태도는 언어 학습의 진입 장벽을 낮추고, 누구나 외국어와 친해질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준다.
"틀려도 괜찮다. 상대방은 도와주려고 한다."
"언어는 협동이다."
이런 진솔한 진심은 언어를 배우고는 싶지만, 두려움이 앞서는 사람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준다. 어쩌면 우리에게 지금 필요한 건 고급 문법이 아니라, 말이 통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넘는 용기일지 모른다.
무엇보다 『언어로 지구 정복』이 전하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언어는 삶을 깊이 있게 이해하는 통로이며, 새로운 세계에 도달하는 하나의 방식이다. 이는 외국어 실력을 쌓기 위한 사람뿐 아니라, 낯선 것을 이해하고자 하는 모든 사람에게 유효한 통찰이다.
『언어로 지구 정복』은 언어라는 렌즈로 세상을 다시 바라보게 만드는 책이다. 어학은 그 자체로 목표가 아니라, 삶의 풍경을 넓히고 인간과 인간을 연결하는 여정의 시작점이다. 말 한마디로 문이 열리고, 새로운 세계가 열린다. 이 책은 바로 그 오래된 진실을 다시금 일깨워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