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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그런 말은 쓰지 않습니다 - 더 나은 내일을 위해 새로고침이 필요한 말들
유달리 지음 / 포레스트북스 / 2022년 10월
평점 :



글을 읽고 쓸 때 논란에 직면할 때가 있다. '이 표현이 왜 문제지?' 화들짝 놀라서는 검색을 한다. 차별, 비하, 혐오의 말을 일일이 트집 잡으며 사소한 것까지 불편하다고 하는 사람들은 프로 불편러일까? 난 아니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에서부터 차별이 하나둘 사라져야 한다. 언어가 바뀌면 차별을 바라보는 인식도 함께 바뀔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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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라는 단어는 반드시 두 명을 포함한다. 더불어 남자와 여자가 한 쌍인 단어이기에 혼인, 혈연, 입양 이외의 가족 형태는 설명할 수가 없다. 이 단어는 남자와 여자로 구성된 부부가 자식을 낳아서 기르며 가족이 되는 과정을 자연슬버게 연상시킨다. (p93)
차례를 살피며 이런 말이 문제가 될 수도 있구나 처음 알게된 것도 있었다. '짠! 놀랐지? 몰래카메라야!', '부모라는 단어가 꼭 필요한가?', '이제 한국 사람 다 되었네요.', '온라인 수업이 미래 교육일까?' 등 눈길이 가는 주제가 많았다. 특히 [부모라는 단어가 꼭 필요한가?]에서 나에게 평범한 '부모'라는 단어가 남들에게 아닐 수 있다는 점에서 화들짝 놀랐다.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앞으로 부모를 대신할 어떤 단어가 나올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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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2만 명에 해당하는 미등록 이주 아동이다. 한국인도 외국인도 아닌 채 주민등로번호 하나 없이 태어나 힘겹게 초중고를 한국에서 졸업한다 하더라도 한국인의 자격을 얻기란 힘들다. (p116)
이 책에서 사용하지 않아야 한다는 말의 기준이 정말 우리 모두를 위한 평등인지는 조금 더 고민해 봐도 좋을 거 같다. [대한민국은 정말 단일민족일까?] 파트에서 난 우리나라가 고대 때부터 국제 결혼을 했기 때문에 딱히 단일 민족이라 생각은 하지 않았다. 하지만 외국인 미등록 노동자를 비롯한 사회 문제 부분을 단일민족 키워드 하나로는 설명하기엔 부족했다고 생각한다. 이 언어 자체를 그만 쓰자는 건 좋지만, 조금 더 내용을 심도 있게 내용을 다루었다면 저자의 주장에 힘이 실렸을 거란 아쉬움이 들었다. 미등록 이주 아동들에 대한 동정 여론은 이해한다. 그렇지만 결국 한국에 불법적으로 거주한 어른들의 욕심에서 비롯된 문제이기에 국가가 모든 것을 책임질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정말 공산주의를 바라는 게 아니라면 단순한 동정 여론이 아니라 현명한 대책을 찾아야 한다. 또한 우리는 차별을 막기 위한 행동이 역차별을 불러올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트럼프의 주장을 무식하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그건 표면적인 것에 지나지 않는다. 트럼프가 자극적으로 던진 말에 역차별을 당한 사람들이 어떤 점에서 불만을 가졌나를 살펴보아야 한다.

차별을 다루는 콘텐츠를 읽고 새로움을 깨닫는 것도 좋지만, 늘 역차별 문제를 간과하고 있어서 아쉬움이 큰 편이었는데.. 이 책도 그런 점에도 약간의 아쉬움이 보였다. (차별과 역차별은 정말 주토피아 만큼 이해하기 쉽게 알려주는 작품도 없다.) <이제 그런 말은 쓰지 않습니다>라는 책 자체는 좋았다. 나도 몰랐던 부분이 많았으니까. 그저 조금만 더 차별에 집중하는 만큼 역차별이 발생할 수 있는 부분을 간과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흑인 인어 공주에 대한 논란도 작가가 아리엘 팬들이 문제 삼은 게 무엇인지 조금 더 제대로 알아보았으면 더 좋았을 거 같았다. 흑인인 것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어릴 적 보았던 아리엘의 실사판을 바랐던 것이기에.. 이 책에서 주장하는 내용에 큰 공감은 가지 않았다.
아쉬운 말을 많이 남겼지만, 한번쯤 읽어보고 우리 사회가 어떤 문제를 안고 있고, 어떤 갈등 속에서 어떤 차별이 일어나고 있는가를 생각해보기엔 좋은 도서였다. 그리고 나 또한 내가 사용하는 언어에 대해 점검해 볼 수 있었기에 주변에 추천해주고 싶은 책이기도 하다. 앞서 이야기했지만, 언어에서부터 차별이 하나둘씩 사라지면 인식도 많이 바뀔 것이라 믿는다. 그저 이 책에서 주장하는 저자의 주장이 아쉬울 뿐이었다.
책만을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글입니다
진정으로 귀천이 없기를 바란다면 어떤 직종은 비하해도 되며, 또 다른 직종은 오만해도 된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부디 자신을 과시하겠다고 타인의 인격을 모독하면서까지 살지 말자. - P52
우려와 달리, 결혼 말고 새로운 형태의 시민 결합이 생기더라도 사회는 무너지지 않을 것이다. 가족은 붕괴되지 않으니까, 이 변화는 오히려 ‘진화‘에 가깝다. - P86
좋은 사회란 자신의 출신을 묘비명처럼 세워둔 채 서로의 원산지를 헐뜯으며 낄낄대는 죽은 생선들의 나라가 아닌,, 서로 간 수질 따위를 따지지 않고 함께 같은 선상에서 살아갈 수 있는 드넓은 바다에 가깝지 않을까. - P152
학교도 가정도 자신의 낙원이 되지 못할 때, 학생은 그 어느 어른들도 알 수 없느 또 다른 장소로 도피한다. 이는 자연스럽게 교육의 결핍으로 이어진다. 그리하여 가정과 완전한 분리된 실물의 학교는 존재햐야 한다. - P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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