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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읽는 그림 - 수천 년 세계사를 담은 기록의 그림들
김선지 지음 / 블랙피쉬 / 2025년 12월
평점 :
[도서만협찬] 그림 한 장으로 세계사의 결정적 순간을 입체적으로 이해하게 하는 책



[추천 독자]
-역사를 외우는 것이 아니라 맥락으로 이해하고 싶은 사람
-미술 감상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시대 읽기를 하고 싶은 사람
-교양 있는 대화를 위해 깊이 있는 인문 콘텐츠를 찾는 사람
-청소년·자녀에게 흥미로운 역사 입문서를 골라주고 싶은 사람
-사진 이전 시대의 인간 삶을 생생하게 체감하고 싶은 사람
** 고대 로마에서 연회는 단순한 식사 자리를 넘어 사회적 교류의 장이었다. "친구와 함께하는 저녁 식사가 없는 인생은 사자나 늑대의 삶과 같다"라는 당대 철학자 세네카의 말은 연회의 의미를 잘 보여준다. -p63
** 카이펑은 정의로운 판관 포청천이 활동한 도시로도 유명하다. -p115


작년부터 무척이나 읽고 싶었던 <시간을 읽는 그림>을 드디어 만났다. 수천 년 세계사를 담은 기록의 그림이 생생하게 담긴 이 책은, 단순히 '읽는 책'을 넘어 소장 자체로도 충분한 가치를 지닌 도서다. 책장을 넘기는 순간부터 느껴지는 밀도는, 이 책이 정보 전달을 목적으로만 만들어진 교양서가 아니라 하나의 완성된 예술물에 가깝다는 인상을 준다.
우리는 흔히 역사를 글로 배운다. 연도와 사건, 인물 중심의 서술에 익숙하다 보니 과거는 늘 추상적인 개념으로 남기 쉽다. 그러나 이 책은 질문을 바꾼다. "그 시대 사람들은 무엇을 보고, 어떻게 기록했는가?" 카메라가 존재하지 않던 시절, 그림은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기억을 남기는 가장 강력한 수단이었다. 이 책은 바로 그 ‘기록으로서의 그림’을 통해, 우리가 교과서에서 지나쳐온 세계사를 다시 살아 움직이게 만든다.
인상적인 점은 다루는 그림의 범위다. 흔히 떠올리는 위대한 명화에 머무르지 않고, 신문 삽화, 벽화, 포스터, 풍자화까지 폭넓게 아우른다. 그 덕분에 역사는 왕과 영웅의 이야기가 아니라, 그 시대를 살아낸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과 선택으로 확장된다. 흑사병 앞에서 인간이 어떤 공포를 느꼈는지, 전쟁과 기근 속에서 사람들이 무엇을 먹고 어떻게 버텼는지, 제국과 자본주의의 그늘이 어떤 모습으로 기록되었는지가 그림 한 장으로 직관적으로 다가온다.

<시간을 읽는 그림>의 또 다른 미덕은 균형 잡힌 시선이다. 유럽 중심의 미술사나 세계관에 치우치지 않고 아프리카, 아시아, 아메리카 등 다양한 문명권의 기록을 함께 조망한다. 덕분에 독자는 세계사를 단선적인 발전 서사가 아니라, 여러 문화와 삶이 교차하며 만들어낸 복합적인 시간의 흐름으로 이해하게 된다.
무엇보다 <시간을 읽는 그림>은 '눈이 즐거운 책'이라는 표현에 딱 맞는 도서다. 풍부한 도판과 정제된 설명은 미술관을 거니는 듯한 감각을 선사하면서도 읽을수록 교양이 차곡차곡 쌓이는 만족감을 준다. 어렵지 않지만 얕지 않고 흥미롭지만 가볍지 않다. 그래서 이 책은 한 번 읽고 끝내기보다는 곁에 두고보고 또 보게 되는 책이다.

역사를 좋아하는 사람은 물론이고 미술을 통해 세상을 이해하고 싶은 독자라면 이 책은 분명 오래 기억에 남을 것이다. 과거를 기록한 그림을 통해 현재를 돌아보게 만드는 책, 그리고 시간이 지나도 가치를 잃지 않을 책. <시간을 읽는 그림>은 그런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