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다 햄버튼의 겨울 - 제15회 문학동네작가상 수상작
김유철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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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을 선정하는 것에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다. 주변에서 추천을 받거나, 내가 좋아하는 작가이거나, 그도 아니면 표지와 제목에서 오는 느낌정도? 이 책은 세번째였다. 표지로 유혹할 만큼 세련된 것은 아니였는데, 제목과 표지의 은근한 이질감과 함께 집어 들었다. 그리고, 읽는 동안 흐트러짐 없이, 부담도, 쓸모없는 노력없이 읽어낼 수 있었다. 갑작스런 이별 후, 다니던 병원을 그만 두고 고양이 한 마리와 살아가는 스물일곱 청년의 이야기. 몇 가지 소소한 사건들 안에서 글은 매끄럽게 이어간다. 묵직함을 거부하는 적당히 가벼운 청춘(靑春)처럼. 

p.99

"우리 시대엔 말이다," 식사를 끝낸 뒤 설거지를 하는 내게 아버지는 조심스럽게 말을 건넨다. "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같은 실연은 이십대에 한번쯤 겪어야 하는 일종의 관문 같은 거였단다."
"그런 애길 들을 기분은 아닌걸요."
나는 고무장갑을 끼고 그릇을 닦으면서 대답했다.
"난 단지 네가 좀더 성숙한 어른으로 성장하는 과정에 있다는 말을 하고 싶었을 뿐이란다."
"전 아지가 생각하는 것만큼 그렇게 괜찮은 아들이 아닐지도 몰라요."
"그런 건 내게 별 의미가 없어. 싫든 좋든 넌 내 아들이니까."
 

조금은 지리할 듯한사뭇 가벼운 이야기 안에서, 그리고 사실은 복잡한 그의 가족 관계 안에서 우리는 지금의 우리를 돌아본다. 무엇을 위해 치열해야 했는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좋을 청춘은 어떠한지. p.100 "언젠가 꺠달게 될 거야. 지금 네가 겪고 있는 불안이, 아픔이, 절망이 결국 네 자신을 더 강하게 만들어준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래서 얻는 게 뭐죠?" "글쎄다."아버지는 희미하게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라이프겠지. 인생." 담담하게 조금은 답답하게 답을 찾아가는 그를 보면서, 우리 시대의 젊은을 마주 한다. 목적이 결여된 치열한 경쟁 안에서, 진짜가 무엇인지 모르는 수 많은 안타까운 젊음. 정답이 있을 수 없는 인생, 그 안에서 타인에 의해 그리고 사회가 정해 놓은 성공, 이라는 틀로부터 점수를 얻으려, 발버둥 치는. 시들어가는 청춘들에게 과연 작가는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일까.

그리고 이 사회 안에서, 가혹하게 외로운 청춘들을 다독인다.

p.138

"뭐 그럴 수도 있지……하지만 명심하라구, 진실한 마음처럼 남을 배려하는 건 없다는 걸."

그럴싸한 말들의 위로는 아니였다. 그럼에도 우리가 커다란 위안을 받음은 온전히 어른이 되지 못한 채 숫자를 채워, 어른 놀이를 해야했던 청춘들에게, 괜찮노라 누구나 그러하노라는 우리의 나약함을 인정할 수 있도록 해주었기 때문이 아닐까. 우린 그렇게 불안해도 좋다고.

마지막 책장을 덮으며 주인공과 함께 한 계절, 겨울을 보낸 느낌이다.   

p.149 
"어른이 될수록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단 말야. 이상하지 않니?"
"하지만 그전에 스스로 일어설 수 있어야겠죠. 그래야 관계의 소중함도 깨닫게 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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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야 치유 식당 - 당신, 문제는 너무 열심히 산다는 것이다 심야 치유 식당 1
하지현 지음 / 푸른숲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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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혼자인 것 같을 때, 도시 생활에 지쳐 숨이 찰 때, 그래서 잠시 멈춰 서서 변화를 찾고 싶을 때, 우리는 심야 치유 식당에 간다'라는 문장으로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그리고 작가는 '병원에서 의사-환자라는 계약적 조건 안에서 이루어지는 일회성 만남이 아니라 인연이라는 끈으로 이어져 꾸준히 그들의 삶과 함께하는 모습을 글이라는 환상의 공간에서나마 실현해보고 싶다'고 말합니다. 성공을 해도, 많은 연봉을 받아도, 집을 장만해도, 원하는 것 이상의 성취를 해도 '하나도 행복하지 않다'는 이들의 이야기를 읽으며 잠시도 눈을 떼지 못하고 고개를 주억거려가며 안타까움에 마음도 졸이며 철주의 처방전을 기대하기도 합니다.

<심야식당>이라는 좋아하는 일본 만화가 있습니다. 드라마로도 만들어졌는데 만화도 드라마도 너무 너무 좋아 몇번이나 보고 또 보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자정이 되면 문을 여는 동네 어귀의 식당에서 주위를 둘러보면 있을 것 같은 삶에 지친 내 친구들이 음식으로 치유받던 소담한 에피소드로 채워진 <심야식당>의 기억을 더듬으며 기대감으로 <심야 치유 식당>에 발을 내딛습는다. 
 

전직 정신과 의사인 철주는 <노사이드>라는 자칭 식당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p.64 최고의 보상은 인간관계의 친밀함 속에서 정서적 충만감을 느끼는 것이다. 49일 동안 잠을 자지 못한 민수, 폭식증에 걸린 미수,  발기부전에 걸린 상진, 징크스에 갇힌 4번 타자 태조, 공황장애에 걸린 동우, 월급쟁이가 된 천재 음악가 우진, 자신감 없는 유진, 직장인 사춘기에 걸린 승현은 동생같고 친구같고 오빠같습니다. 그들은 모두 사회의 구성원으로 그럭저럭 잘 지내가는 것 같지만 곪을대로 곪아버린 마음은 그들의 삶을 불안하게 합니다. 살랑 불어오는 봄바람처럼, 혹은 겨울날의 매서운 칼바람처럼 우리 모두 그 시간을 지나 왔으니 어느 누구의 이야기도 흘려 들을 수 없나 봅니다.

p.77

탐욕도 경쟁도 부정하려는 것은 아니다. 쉽게 무소유의 삶을 살 수 없다. 대신 일회일비는 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묵묵히 페이스대로 가려는 것이다. 친구의 성공, 연애에 흔들리지 않을 것이다. 이제는 조금씩 천천히 묵묵히 자신이 생각하는 약간 느리다 싶은 호흡과 속도로 가려고 한다. 그때까지는 뒤로 돌아보지 않고, 옆도 보지 않을 것이다.

p.112~113

지속 가능한 최고의 솔루션은 자가 발전이다. 생격먹은 대로, 성질대로 살면서 만족할 수 있는 삶, 살아 있다는 생동감을 매일 느낄 수 있는 삶, 아침에 눈을 떴을 때 '아, 오늘이 시작되는구나'라는 기분 좋은 두근거림을 경험할 수 있는 삶, 남들이 볼 때 멋져 보이는 삶보다 내가 재미있고, 즐겁고, 나를 신나게 하는 삶이 진정한 자존감의 원자로가 될 수 있다.

자신이 만들어 놓은 틀 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그들은, 정말 내가 행복하고 즐거운 삶이 어떤 것인가를 외면하고 살 수 밖에 없었던 그들은 닳아져 사실은 톱니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쓸모없는 톱니바퀴에 불과합니다. p.217 "지금 행복하세요? 그럼 1년 후를 생각해보세요. 1년 후 지금에 무엇을 하고 있을 것 같아요?만족할 수 있을까요? 자, 그렇다면 이제는 5년 후를 그려보세요. 당신은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요?" 그들의 문제는 너무 열심히 살았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궤도에서 약간 벗어나도, 조금 쉬어가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p.107 사람은 해야 하는 것하고 하고 싶은 것 사이에서 갈등을 하면서 살아요. 해야 하는 것만 하면서 살면 너무 힘들죠. 그리고, 자신이 가장 빛나는 자리를 찾으라고 말합니다.

다른 이들의 마음을 위로하던 철주도 사실은 그들과 비슷한 삶을 살았습니다. 에필로그에서 작가는 정신과 의사는 우월하거나 완벽한 존재도 아니며 그도 삶의 한계에 부딪혔고 남들보다 조금 먼저 정신없이 뛰어가던 트랙에서 벗어났을 뿐이라고. 그렇게 가던 길에서 벗어나는 것이 백 점짜리 답안은 아니지만 열심히 사는 이들에게 조금 더 나은 삶을 생각해볼 수 있도록 한 뼘의 여유 공간을 주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 시간을 지나 왔기에 그렇게 마음을 어루만질 수 있었나 봅니다.

물론 등장인물부터 글의 흐름 모두 픽션의 틀을 빌려 왔더라지만, 현실에서는 이렇게 드라마틱한 결론을 내진 못하겠지만 우리는 이것만으로 충분히 위안을 얻습니다. 또 마음껏 음악을 틀고 싶어 번화가를 빗겨 <노사이드>를 연 철주의 마음처럼 중간중간 <노사이드>를 흐르는 곡들과 함께 하면 정말 내가 정말 그곳에 앉아 그들을 바라보는 기분입니다. 우리 동네에도 이런 식당이 있다면 참 좋겠다, 합니다. 이야기는 철주의 어머니가 <노사이드>에 등장하며 철주와 마찰을 빚으며 끝이 납니다.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지는군요.

사람의 심리를 알고 싶은 것, 그리고 가끔은 나조차도 혼돈되는 나를 알고 싶은 것은 우리 모두의 욕구가 아닐까 합니다. <심야 치유 식당>은 그러한 우리의 호기심을 부담스럽지 않게 건드려 어려운 용어나 거창한 치료가 아니라 삶에 낯익은 방법들로 이야기해 주어 나를, 나의 소중한 동생, 언니, 오빠, 친구의 마음을 조금 더 가까이 들여다 볼 수 있게 도와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나는 실패보다 후회가 두렵다.

마음에 박힌 글자는 깊게도 새겨져 오래도록 흔적을 남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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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아, 외로울 때는 시를 읽으렴 - 지금 생의 가장 아름다운 시절을 보내고 있는 당신에게 주고 싶은 시 90편 딸아, 외로울 때는 시를 읽으렴 1
신현림 엮음 / 걷는나무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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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네가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사람이면 좋겠어." 엄마의 마음, 이 가장 아름다운 시절을 그래서 가장 어려운 시절을 보내고 있는 딸에게 보내는 시를 엮은 마음이 이 한 마디면 충분할 것 같습니다. 시는 교과서에 실려, 시험 문제 지문으로만 읽어야 했고 시대적 배경, 시인이 처한 상황 등에 따라 시에 함축된 의미를 파악해야하는 일까지. 시는 나에게 문학 이전에 학문이였습니다. 그러다 문득 '아, 시를 읽어 볼까?' 하는 찰라 내게 온 책. 엄마가 딸에게 골라주는 시라면 좋을 것 같았습니다. 시에는 어떠한 해설도 저자의 감상도 덧붙이지 않아 내 마음이 내키는 모양으로 읽어내면 되었습니다. 

p.147 아침은 매우 기분 좋다 오늘이 시작되고 출발은 이제부터다 #천상병. 아침 시대와 공간을 초월한 시들은 엄마의 마음을 닮은 따뜻한 마음을 읽듯이 어렵지 않습니다. 가장 아름다운 날들에서 조금 덜 아프기를 바라는 마음이 곱게 담아져 한 장 한장의 시가 고개를 주억거리게 합니다. 그 시절을 거쳐 왔기에 그 눈부신 찬란함 그러나 결코 달지만은 않은 날들을 정말 이런 마음이라면 좀 더 수월하게, 담담하게 그러나 외면하지 않고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p.57 눈먼 손으로 나는 삶을 만져보았네 그건 가시투성이였어 가시투성이 삶의 온몸을 만지며 나는 미소 지었지 이토록 가시가 많으니 곧 장미꽃이 피겠구나라고 # 김승희. 장미와 가시

작가의 말처럼 산다는 것은 한 편의 시, 한 권의 책으로 삶을 조금씩 열렬하게 바꿔 가는 일인 것 같습니다. 얇은 시집 한 권을 읽어 내는 일에 며칠을 보냈습니다. (아마 서평을 빨리 써야 하지 않아더라면 조금 더 더딘 시간을 보냈을테지요.) 눈으로 읽는 것에 모자라 입으로 시인의 호흡을 따라 읽어 봅니다. p.50 슬픔이 밀려와 그대 삶을 흔들고 귀한 것들을 쓸어 가 버리면 내 가슴에 대고 말 '이 또한 지나가리.'# 랜터윌슨스미스. 이또한지나가리 깊은 호흡을 몰아 쉽니다. 후- 내쉬는 숨에는 한탄이나 절망이 아니라 다행스러움, 이 커다랗습니다. 물론 또 다시 흔들리고 넘어지겠지만 그렇게 반복하다보면 조금은 더 수월해지겠지요.

p.81 모든 이들은 너를 비추는 거울이다. 어떤 삶을 만들 것인가는 전적으로 너에게 달려 있다. 필요한 답은 모두 네 안에 있다. # 체리카터스코트. 삶이하나의놀이라면 직장 동료에게 서운함 가득한 꾸중을 들었습니다. 듣는 내내도, 집에 돌아와서도 영 마음이 편치 않고 '내가 왜 그런 부분까지 신경써야해?'라는 물음표가 가득합니다. 이해되지 않고 그저 억울했던 그녀의 태도에 이제서야 마음이 좀 누그러집니다. 나의 동료는 나를 비추는 거울이었군요. 물론, 주변 모두의 마음을 하나하나 헤아리며 맞추어 가기란 영 곤란한 일이지만, 그 안에서 간혹 나는 나를 제대로 발견하기도 합니다. p.149 다른 사람의 행복같은 것, 자존심같은 것, 조금도 멍들이지 말고, 우리 둘이만 못난이처럼 살자. #김남조. 약속 엄마도 언제나 내가 우선이기를 바라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가끔은 내가 좀 아프고 참아내더라도 어울어지며 살아가는 삶을, 내가 좀 손해보는 법도 알기 원하셨나 봅니다.

         p.65
       울지 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 정호승. 수선화에게
 

이 외로움이 누구에게나 그러한 것이라고 얘기해주니 좀 덜 억울한 탓인지 웃게 됩니다. 
(나는 아직도 억울한 마음이 드는 걸 보면 아마도 몇번은 더 이 책을 곱씹어 읽어야겠습니다 ^ ^;;)

p.155 이 모든 것이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당신에게 해 주고 싶은 충고이자 사랑이다. #작자미상. 사랑받기위해태어난그대에게 라는 시를 마지막으로 이야기는 닫힙니다. 이 세상의 모든 딸들이 행복하기를 나도 따라 바라봅니다. 침대 곁에 두어 두고 두고 읽고 싶은 소중한 책을 얻었습니다.


p.66~67 


청춘이란 인생의 한 기간이 아니라
마음가짐이다.
...
청춘은 인생이란 깊은 샘의 신선함이다.

청춘이란 두려움을 물리치는 용기,
안일한 삶을 뿌리치는 모험심.
때로는 스무 살 청년보다도 일흔 노인이 더 젊을 수 있다.

스무 살이라도 인간은 늙을 수밖에 없고,
고개를 들고 희망의 물결을 붙잡는 한
여든 살이라도 인간은 청춘으로 남는다.

# 사무엘 울만. 청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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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걷기 - 내 인생의 가장 친밀한 동행 이용규 저서 시리즈
이용규 지음 / 규장(규장문화사)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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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규선교사님의 <내려놓음>과 <더내려놓음> 읽으면서, 많은 부분에 공감하며 고개를 끄덕거리고, 부끄러워 고개를 떨구기도 하며 은혜로운 시간이였지만, 사실은 - 물론, 어떠한 면을 보나 나보다 헌신적이고 믿음 안에 살고 계시지만 - 왜, 이용규선교사님께서 그렇게 많은 주님의 섭리가 함께 하는 것일까. 하고 부끄럽게도 의문했었다. 왜 나에게는, 왜 내 삶에는. 그러면서도 그래, 내가 하나님이였더라도, 이렇게 무늬만 가진 크리스챤인 내 손을 다정하게 잡지 않을 것 같다고, 생각했었다. 얼마나 어리석고 위험한 생각이였는지, 이 책에서 말씀하신다. <내려놓음> 이후로 나와 같은 눈 먼 크리스챤의 질문과 비난(?)을 온 몸으로 감당하신 이용규선교사님은, 본인께도 오랜 세월에 걸쳐 기도의 응답을 받을 때도 있고, 본인의 계획과 엇나가는 경우도 허다하다고 말씀하셨다. 

p.95

 우리가 어떻게 들었든 하나님께서는 상황이라는 수단을 사용하셔서 우리가 기대했던 것과는 다른 하나님의 방식을 보여주심으러써 가장 선한 길로 우리를 인도해주셨다. 적어도 우리가 그 당시에는 하나님의 큰 그림이 뭔지 잘 모를지라도 그 뜻 가운데 거하고자 하는 소망과 열심이 있으면 주님이 인도하심 가운데 거하게 된다. 단, 주님의 뜻 가운데 거한다는 것은 당혹감과 경외감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을 인정한다면 말이다.

내 안에 답을 정해 놓고 드린 기도는, 응답이 더디거나 외면하시는 것이 어쩌면 너무 당연했는데, 그것은 몸에 좋지 않은 달콤한 초코렛을 하루 종일 달라고 보채는 5살배개에게 사랑하지만 사랑하기 때문에 초코렛을 원하는 만큼 주지 않는 부모의 마음이였던 것이다. 하지만 나의 믿음은 언제나 5살배기에 머물러 있었으니, 그저 주지 않으심에 서운했을 수 밖에.

이 책을 읽는 시간동안, 생각치 못했던 일로 삶이 송두리채 흔들렸다. 내 의지 밖이 일이었다. 막막하고 어두운 현실에도 불구하고, 신기하게 나는 불안에 떨지 않았다. 어떻게든 되어 질 것이라는 막연하지만, 든든한 믿음이 있었다. 분명 지금보다 더 나은 길로 나를 이끄실 것이라는 믿음이 그 거센 풍파앞에 나를 흔들지 못했던 것이다. 그렇게 주님은 늘 내게 이야기 하고 싶으셨는데 아니, 늘 이야기하고 계셨는데 내가 듣고 있지 않았을 뿐이다. p.79 이제 막 돌을 앞둔 셋째 하연이를 품에 안을 때마다 나는 아이의 평온함이 신기했다. 아이는 내가 자신을 떨어뜨리지는 않을지, 자기를 해치지는 않을지 단 한 번도 불안해하지 않았다. 전혀 의심 없이 온전히 자신을 맡겼다. 어떻게 저토록 편안히 품에 안겨 그것을 즐길 수 있을까? 이것이 절대적인 의존이다. 이 마음을 가진 사람이 하나님을 누릴 수 있다. 의심하지 않아야 한다. 온전히 믿지 않는다면, 그 시간은 불안하고 위태로울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늘, 변함없니 사랑하시는 주님이라고 말하면서, 마음 한 켠 의심이 있었다. 과연, 나를 ? 어려운 일에 허덕거릴 때만 열심히 찾다가, 또 괜찮아지면 까맣게 잊고 살다가 사회에서 살기 편한 모양대로, 내가 편한 시간에 예배만 빼콤, 예배만 드리는 나를 과연, 이라고 생각했었다. 입술로만 고백하는 죄는 기도를 드리고 돌아오는 걸음 그대로 지고 나왔다.  p. 183 나의 경우에도 하나님과 좀 더 가까이 교제할 수 있게 된 중요한 이유 중 하나가 있다. 이것이 아니다 싶을 때 그 즉시 하나님 앞에 무릎을 꿇도록 훈련 받은 것이다. 내 안에 나쁜 생각이 스치고 지나가거나 실수했다고 느끼는 즉시 바로 "주님, 용서해주세요"하며 무릎을 꿇는 것이다. 이것이 내게 큰 영적 유익을 가져다주었다. 다윗과 사울의 차이가 바로 여기서 갈렸다. 사울은 하나님 앞에 잘못을 저질렀을 때 변명했다. 그리고 그로 인한 결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려 했따. 그러나 다윗은 자신의 잘못을 지적받았을 때 즉각 회개하는 태도를 보였다. 이 차이가 두 사람의 삶에 전혀 다른 결과를 가져왔다. 다윗은 계속 쓰임 받았고, 사울은 끝내 버림 받았다. 무릎을 꿇고, 기도하자.

나는 또 변함없이 세상 속에서 울고 웃겠지만, 또 그런 미련함들을 반복해 내겠지만, 글을 읽는 동안, 자꾸 날 안으시는 주님 덕분에 너무도 평안했다.


 p.92
 어린아이가 걷는 것을 배우려면 반드시 넘어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많이 넘어질수록 다시 일어서는 법을 잘 배운다.
그런데 넘어질 것이 두려워 일어서려고 하지 않는다면 그만큼 성장이 늦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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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에서 클래식을 만나다]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유럽에서 클래식을 만나다 - 음악과 함께 떠나는 유럽 문화 여행 일생에 한번은 시리즈
정태남 지음 / 21세기북스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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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우~" 마지막 책장을 덮으며 큰 호흡을 몰아 쉽니다. 빨리 읽고 서평을 써야한다는 부담감과 어그러진 컨디션, 조각 시간을 채워가며 넘긴 책장은 늘 동경의 대상이였던 유렵의 아름다운 풍경과 클래식 음악을 무딘 감흥으로 발목을 잡았습니다. 책읽기는 늘 즐거워야한다고 고집하는 내게 <유럽에서 클래식을 만나다>는 음악사를 공부하는 것처럼 사실은 조금 버거운 시간이었습니다. 하지만 읽는 내내 저자 정태남님의 깊은 학식(學識)에 감탄을 거듭했습니다.

저자 정태남은 실로 감탄을 자아내는 분이셨습니다. 중앙고, 서울대를 졸업한 후 이탈리아 정부장학생으로 도이, 로마대학에서 건축부문 학위(dottore in architettura)를 받았고, 현재 이탈리아 건축사이며 범건축의 파트너(해외지사장)로 일하며, 유럽에 대한 동경과 열망으로 30년 이상 이탈리아 로마에서 지내오고 있으며 2007년에는 이탈리아 대통령으로부터 기사훈장을 받았다고 합니다. 건축 분야 외에도 역사, 음악, 미술, 언어 등 여러 분야를 넘나드는 그는 80년대 중반 해외필자로서 음악전문 월간지 <음악동아>에 칼럼을 5년 이상 연재했으며, 스페인에서 클래식기타 독주회를 가졌고, 로마에서는 독일, 프랑스, 스칸디나비아 합창단에서 활동했다. 유엔 산하 세계식량계획WFP이 주관한 코소보 난민을 위한 자선 오페라 공연을 기획·제작하고 연출에 관여했고, 세계식량기구FAO 본부에는 그의 미술 작품들이 소장되어 있기도 합니다. (알라딘 제공) <음악동악> 칼럼을 연재하고, 클래식기타 독주회를 열만큼 클래식에 대한 조예(造詣)가 깊은 그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유렵의 구석구석 명소와 더불어 조금 더 가까이 예술가들의 삶과 음악을 이해하도록 도와줍니다.

p.236 고속열차가 서서히 역을 떠나기 시작할 때 나는 라벨의 <볼레로>를 듣기 위해 MP3 이어폰을 귀에 꽂았다. 귓속에는 드럼 소리와 현악기의 이치카토 소리가 아주 약하게 들리기 시작한다. 그러다가 아라비아 마술사의 피리소리 같은 플루트 선율이 일정한 속도로 흘러가는 드럼의 리듬 위에 올라탄다. 내가 탄 TGV는 마치 <볼레로>의 리듬에 맞추려는 듯 천천히 달린다. 나도 그를 따라 음악을 찾아 듣기 시작합니다. 클래식이라고 하면 사실 고상하고 점잖아서 내 몫이 아닌듯 조금은 거북스러웠던 것이 사실인데, 생각보다 귀에 익은 음악이 많아 콧노래를 흥얼이기도 합니다. 단조롭고 밋밋하던 활자가 생동감을 찾아 조금 더 가깝게 다가옵니다. 그러나 읽는 동안 내내 박성일님의 <노르딕라운지>가 떠오릅니다. QR코드를 책에 삽입해 책읽기를 도와주었던 그 마음을 되짚어 감사해봅니다. 하나하나 음악을 찾으며 듣기란 생각보다 쉽지 않아서.

언제나 가장 가고 싶은 나라로 스페인을 꼽아던 내게, 그 이유를 한가지 더 보태주었습니다. '지중해의 하와이'라고 불리는 환상의 섬 마요르카에는 애국가를 작곡한 안익태 선생님의 자취가 남아 있습니다. p. 229 팔마 데 마요르카의 해변에는 '안익태 거리'가 있다. 지중해의 파도 소리가 들리고 남국의 꽃향기가 그윽한 이곳에는 호텔과 조용한 주택지가 몰려 있다. 여기에는 스페인어 거리 표지판 위에 한글로 된 화강석의 거리표지판도 있다. 이에 대해 레오노르는 "일신그룹의 김영호 회장님이 만들어 이곳까지 손수 들고 왔습니다. 마요르카에서 다른 나라 문자로 표시된 도로 명은 이것이 최초이며 또 유일합니다." 하면서 흡족한 표정을 감추지 않았다. 애국가를 불러 본 것이 언제였더라, 하고 되짚어 보니 정말 까마득합니다. 표절 시비에 휘말리기도 했고, 음악적으로 뛰어나지 않다고 비판하며 새로운 국가를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을 일으키기도 했지만 일본의 작곡가 단 이쿠마는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국가는 한국의 애국가'라고 말했으며, 2002년 월드컵 스페인의 아나운서도 우리 나라의 국가가 멋지다고 감탄했습니다. 물론 몇사람의 생각으로 전체를 논하는 것에는 일반화 오류의 위험이 커다랗지만 이렇게 타국인의 부러움을 사는 애국가에 우리는 아니, 나는 얼만큼의 애정을 갖고 있었을까요? 부끄러움이 저만치 앞서 버립니다.  

저자는 머릿말에서 " 이 책은 여행에 관한 것이지만 여행정보 서적은 아니며, 또 음악에 관한 것이지만 음악해설서나 명반해설서는 아닙니다. 또 내가 건축가라고 해서 이 책에서 음악과 건축과의 관계에 대한 학술적인 이야기를 하려는 것도 아닙니다. 이 책에서 나는 오로지 유럽 여행을 꿈꾸고 또 음악을 가까이하는 독자들과 함께 여행과 음악이 주는 삶의 기쁨과 앎의 기쁨을 나누려고 할 뿐입니다." 라고 겸손히 말합니다. 하지만 M. 레제리 전 주한 이탈리아 대사가 " 사실 그는 유럽의 다양한 문화와 예술과 역사를 깊게 꿰뚫고 있는데다가 유럽의 웬만한 언어는 모두 구사하니, 어떤 의미에서 유럽인보다 훨씬 더 유럽인이다."라고 말할만큼 반 유럽인인 그가 30년 동안 유럽에서 보고 느낀 이야기를 담아냈으니 두고 두고 보아도 좋을 책임에 분명합니다. 유럽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내가 여행할 장소에 어떤 역사가 기록되어 있으며 어떤 예술가가 살아 숨쉬었었는지, 어떤 음악을 배경이 되었는지 기억해두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반짝 반짝 작은 별을 노래하던 쉰부르 궁전의 정원, 루트비히 2세의 좀 유별난 취미 덕분에 황금알을 낳아 주는 백조의 성, 템즈 강 남쪽의 테이트 모던 갤러리와 북족의 세인트 폴 대성당을 잇는 밀레니엄 브리지, 수압을 이용하여 연주되기도 했다는 오르간 분수가 있는 빌라 데스테, 성모 마리아 교회의 오르간, 스키보니아 해안의 곤돌라까지 발자국을 찍고 싶은 장소가 손에 다 꼽기 어려울 만큼 많습니다. 하지만 p. 101 아는 것이 힘이 될 때도 많지만 모르는 게 약이 될 때도 많으니 말이다. 라던 작가의 말을 빌어 나는 책을 덮습니다. 마음이 여유로와 무엇에도 즐거운 날에 다시 한번 찬찬히 걸음을 옮겨봐야겠습니다. 당분간은 다시 꺼내들지 않을 힘겨운 여정이였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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