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다 햄버튼의 겨울 - 제15회 문학동네작가상 수상작
김유철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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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을 선정하는 것에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다. 주변에서 추천을 받거나, 내가 좋아하는 작가이거나, 그도 아니면 표지와 제목에서 오는 느낌정도? 이 책은 세번째였다. 표지로 유혹할 만큼 세련된 것은 아니였는데, 제목과 표지의 은근한 이질감과 함께 집어 들었다. 그리고, 읽는 동안 흐트러짐 없이, 부담도, 쓸모없는 노력없이 읽어낼 수 있었다. 갑작스런 이별 후, 다니던 병원을 그만 두고 고양이 한 마리와 살아가는 스물일곱 청년의 이야기. 몇 가지 소소한 사건들 안에서 글은 매끄럽게 이어간다. 묵직함을 거부하는 적당히 가벼운 청춘(靑春)처럼. 

p.99

"우리 시대엔 말이다," 식사를 끝낸 뒤 설거지를 하는 내게 아버지는 조심스럽게 말을 건넨다. "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같은 실연은 이십대에 한번쯤 겪어야 하는 일종의 관문 같은 거였단다."
"그런 애길 들을 기분은 아닌걸요."
나는 고무장갑을 끼고 그릇을 닦으면서 대답했다.
"난 단지 네가 좀더 성숙한 어른으로 성장하는 과정에 있다는 말을 하고 싶었을 뿐이란다."
"전 아지가 생각하는 것만큼 그렇게 괜찮은 아들이 아닐지도 몰라요."
"그런 건 내게 별 의미가 없어. 싫든 좋든 넌 내 아들이니까."
 

조금은 지리할 듯한사뭇 가벼운 이야기 안에서, 그리고 사실은 복잡한 그의 가족 관계 안에서 우리는 지금의 우리를 돌아본다. 무엇을 위해 치열해야 했는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좋을 청춘은 어떠한지. p.100 "언젠가 꺠달게 될 거야. 지금 네가 겪고 있는 불안이, 아픔이, 절망이 결국 네 자신을 더 강하게 만들어준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래서 얻는 게 뭐죠?" "글쎄다."아버지는 희미하게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라이프겠지. 인생." 담담하게 조금은 답답하게 답을 찾아가는 그를 보면서, 우리 시대의 젊은을 마주 한다. 목적이 결여된 치열한 경쟁 안에서, 진짜가 무엇인지 모르는 수 많은 안타까운 젊음. 정답이 있을 수 없는 인생, 그 안에서 타인에 의해 그리고 사회가 정해 놓은 성공, 이라는 틀로부터 점수를 얻으려, 발버둥 치는. 시들어가는 청춘들에게 과연 작가는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일까.

그리고 이 사회 안에서, 가혹하게 외로운 청춘들을 다독인다.

p.138

"뭐 그럴 수도 있지……하지만 명심하라구, 진실한 마음처럼 남을 배려하는 건 없다는 걸."

그럴싸한 말들의 위로는 아니였다. 그럼에도 우리가 커다란 위안을 받음은 온전히 어른이 되지 못한 채 숫자를 채워, 어른 놀이를 해야했던 청춘들에게, 괜찮노라 누구나 그러하노라는 우리의 나약함을 인정할 수 있도록 해주었기 때문이 아닐까. 우린 그렇게 불안해도 좋다고.

마지막 책장을 덮으며 주인공과 함께 한 계절, 겨울을 보낸 느낌이다.   

p.149 
"어른이 될수록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단 말야. 이상하지 않니?"
"하지만 그전에 스스로 일어설 수 있어야겠죠. 그래야 관계의 소중함도 깨닫게 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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