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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야 치유 식당 - 당신, 문제는 너무 열심히 산다는 것이다 ㅣ 심야 치유 식당 1
하지현 지음 / 푸른숲 / 2011년 3월
평점 :
'세상에 혼자인 것 같을 때, 도시 생활에 지쳐 숨이 찰 때, 그래서 잠시 멈춰 서서 변화를 찾고 싶을 때, 우리는 심야 치유 식당에 간다'라는 문장으로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그리고 작가는 '병원에서 의사-환자라는 계약적 조건 안에서 이루어지는 일회성 만남이 아니라 인연이라는 끈으로 이어져 꾸준히 그들의 삶과 함께하는 모습을 글이라는 환상의 공간에서나마 실현해보고 싶다'고 말합니다. 성공을 해도, 많은 연봉을 받아도, 집을 장만해도, 원하는 것 이상의 성취를 해도 '하나도 행복하지 않다'는 이들의 이야기를 읽으며 잠시도 눈을 떼지 못하고 고개를 주억거려가며 안타까움에 마음도 졸이며 철주의 처방전을 기대하기도 합니다.
<심야식당>이라는 좋아하는 일본 만화가 있습니다. 드라마로도 만들어졌는데 만화도 드라마도 너무 너무 좋아 몇번이나 보고 또 보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자정이 되면 문을 여는 동네 어귀의 식당에서 주위를 둘러보면 있을 것 같은 삶에 지친 내 친구들이 음식으로 치유받던 소담한 에피소드로 채워진 <심야식당>의 기억을 더듬으며 기대감으로 <심야 치유 식당>에 발을 내딛습는다.
전직 정신과 의사인 철주는 <노사이드>라는 자칭 식당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p.64 최고의 보상은 인간관계의 친밀함 속에서 정서적 충만감을 느끼는 것이다. 49일 동안 잠을 자지 못한 민수, 폭식증에 걸린 미수, 발기부전에 걸린 상진, 징크스에 갇힌 4번 타자 태조, 공황장애에 걸린 동우, 월급쟁이가 된 천재 음악가 우진, 자신감 없는 유진, 직장인 사춘기에 걸린 승현은 동생같고 친구같고 오빠같습니다. 그들은 모두 사회의 구성원으로 그럭저럭 잘 지내가는 것 같지만 곪을대로 곪아버린 마음은 그들의 삶을 불안하게 합니다. 살랑 불어오는 봄바람처럼, 혹은 겨울날의 매서운 칼바람처럼 우리 모두 그 시간을 지나 왔으니 어느 누구의 이야기도 흘려 들을 수 없나 봅니다.
p.77
탐욕도 경쟁도 부정하려는 것은 아니다. 쉽게 무소유의 삶을 살 수 없다. 대신 일회일비는 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묵묵히 내 페이스대로 가려는 것이다. 친구의 성공, 연애에 흔들리지 않을 것이다. 이제는 조금씩 천천히 묵묵히 자신이 생각하는 약간 느리다 싶은 호흡과 속도로 가려고 한다. 그때까지는 뒤로 돌아보지 않고, 옆도 보지 않을 것이다.
p.112~113
지속 가능한 최고의 솔루션은 자가 발전이다. 생격먹은 대로, 성질대로 살면서 만족할 수 있는 삶, 살아 있다는 생동감을 매일 느낄 수 있는 삶, 아침에 눈을 떴을 때 '아, 오늘이 시작되는구나'라는 기분 좋은 두근거림을 경험할 수 있는 삶, 남들이 볼 때 멋져 보이는 삶보다 내가 재미있고, 즐겁고, 나를 신나게 하는 삶이 진정한 자존감의 원자로가 될 수 있다.
자신이 만들어 놓은 틀 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그들은, 정말 내가 행복하고 즐거운 삶이 어떤 것인가를 외면하고 살 수 밖에 없었던 그들은 닳아져 사실은 톱니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쓸모없는 톱니바퀴에 불과합니다. p.217 "지금 행복하세요? 그럼 1년 후를 생각해보세요. 1년 후 지금에 무엇을 하고 있을 것 같아요?만족할 수 있을까요? 자, 그렇다면 이제는 5년 후를 그려보세요. 당신은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요?" 그들의 문제는 너무 열심히 살았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궤도에서 약간 벗어나도, 조금 쉬어가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p.107 사람은 해야 하는 것하고 하고 싶은 것 사이에서 갈등을 하면서 살아요. 해야 하는 것만 하면서 살면 너무 힘들죠. 그리고, 자신이 가장 빛나는 자리를 찾으라고 말합니다.
다른 이들의 마음을 위로하던 철주도 사실은 그들과 비슷한 삶을 살았습니다. 에필로그에서 작가는 정신과 의사는 우월하거나 완벽한 존재도 아니며 그도 삶의 한계에 부딪혔고 남들보다 조금 먼저 정신없이 뛰어가던 트랙에서 벗어났을 뿐이라고. 그렇게 가던 길에서 벗어나는 것이 백 점짜리 답안은 아니지만 열심히 사는 이들에게 조금 더 나은 삶을 생각해볼 수 있도록 한 뼘의 여유 공간을 주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 시간을 지나 왔기에 그렇게 마음을 어루만질 수 있었나 봅니다.
물론 등장인물부터 글의 흐름 모두 픽션의 틀을 빌려 왔더라지만, 현실에서는 이렇게 드라마틱한 결론을 내진 못하겠지만 우리는 이것만으로 충분히 위안을 얻습니다. 또 마음껏 음악을 틀고 싶어 번화가를 빗겨 <노사이드>를 연 철주의 마음처럼 중간중간 <노사이드>를 흐르는 곡들과 함께 하면 정말 내가 정말 그곳에 앉아 그들을 바라보는 기분입니다. 우리 동네에도 이런 식당이 있다면 참 좋겠다, 합니다. 이야기는 철주의 어머니가 <노사이드>에 등장하며 철주와 마찰을 빚으며 끝이 납니다.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지는군요.
사람의 심리를 알고 싶은 것, 그리고 가끔은 나조차도 혼돈되는 나를 알고 싶은 것은 우리 모두의 욕구가 아닐까 합니다. <심야 치유 식당>은 그러한 우리의 호기심을 부담스럽지 않게 건드려 어려운 용어나 거창한 치료가 아니라 삶에 낯익은 방법들로 이야기해 주어 나를, 나의 소중한 동생, 언니, 오빠, 친구의 마음을 조금 더 가까이 들여다 볼 수 있게 도와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나는 실패보다 후회가 두렵다.
마음에 박힌 글자는 깊게도 새겨져 오래도록 흔적을 남길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