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가미
구병모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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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가미│구병모│자음과모음│2011.03.30

습기가 가득한 나른함이 어떠한 여분의 공간도 허락치 않을 기세로 빽빽하게 메워져 있습니다. p.47 곤은 자신이 언제부터 시간의 흐름과 무관하게 살아왔는지를 떠올리지 않았다. 비좁은 세상을 포화 상태로 채우는 수많은 일들을 꼭 당일속보로 알아야 할 필요가 없으며 시대에 뒤떨어진 인간이 되지 않기 위해 애쓸 필요 없고 속도를 내면화하여 자기가 곧 속도 그 자체가 되어야 할 이유도 없는, 아다지오와 같은 삶. 그렇네요. 딱 아다지오의 템포로. 이내호의 녹슨 철망과, 어정쩡하고 흉물스럽기까지한 구조물들, 제멋대로 훼손된 숲의 모습이 마지막 책장을 덮고 며칠을 보내도 끈덕지게 나를 따라붙습니다.

사실은 마음이 좀 바쁘긴 했는데, 추석 연휴 틈틈히 이 책을 읽었어요. 그리고 살이 통통하게 오른 - 정말, 화가 난 복어같아요 아니 꼬리와 지느러미가 달린 풍선? - 어항 속 금붕어들을 한참이나 바라봅니다. 아빠는 농삼아 곧, 매운탕을 끓여도 될 것 같다며 웃어요. 사실은 손가락 두마디만하지만. 한참을 바라보다가 금붕어를 손바닥에 건져올렸어요. 아가미, 가 보고 싶어서. 생각해보니 나 너무 잔인했던 것 같기도 하고. 생의 처음, 생사(生死)가 달린 위기의 순간, 그 무기력한 존재의 움직임에 직면했어요. 세 살배기 사촌동생이 "눈아, 물고기 죽어요." 하길래 황망하게 물 속에 손을 담갔습니다.

이야기는 택시비가 없어 강다리 다 건너지 못하고 내린, 기적적으로 다리 가장가지에 반쯤 걸쳐져 놓인 휴대전화를 주우려다가 강물에 떨어져 사람인지 물고기인지 모를 인어왕자로부터 한 번 더 살 수 있는 기회를 얻는 해류로부터 시작해요. 그리고 이야기는 과거로 흘러갑니다. 삶의 벼랑끝에 몰린 남자와 그의 아이, 그리고 우발적인 사고까지 덮쳐 그는 이내호를 찾습니다. 그리고 이내호에 몸을 던집니다. 그리고 그 순간, 이내촌에서 가장 오래 살아온 할아버지는 그 물소리를 듣고 이내호를 살피고 아이를 발견합니다. 노인은 아이를 집으로 데려왔는데 아이의 귀 뒤에서 이상한 상처를 발견합니다. 칼을 수직으로 꽂아 도려내다만 듯한 곡선, 흡사 아가미와 같은. 도대체 이 아이는 어디에서 온 것일까요.

p.21

어쩌면 세상은 그 자체로 바닥없는 물이기도 하고.

강하와 할아버지가 세상의 전부인 곤, 그 세상에서 떨어져 강을 앞에 둔 어느 민박집에서 소일거리를 하며 살고 있는 곤의 삶은 불행할까요? 거스를수 없는 운명처럼, 어떠한 논리로도 설명되지 않을 아가미를 가진 곤의 이야기를 들려주며 작가는 말합니다. p. 202 아무리 산란회유를 하는 물고기처럼 힘차게 몸을 솟구치려 해도, 이 세상에 혼자만의 힘으로 호흡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말이에요. 누에고치처럼 틀어박쳐 자신만의 잠사로 온몸을 감싼 채로는, 코가 뚫리고 건강한 폐를 가졌다 해서 숨 쉴 수 있는 게 아니라고요. 누구나 아가미를 대신할 수 있는 존재를 곁에 두고 살아야만 하며, 내 옆에는 다행이 그런 분들이 있다고 말이에요. 그래요, 중요한 것은 곤이 가진 '아가미'가 아니라 곤의 목숨을 건져 준 할아버지, 곤을 냉대하는 것 같지만 그의 삶을 이끌어 준 강하, 그리고 곤에 의해 삶을 얻고, 곤이 자각하지 못했던 곤이라고 불리우는 자신의 기억의 소실점을 찾아주는 해류, 그들의 얽히고 설킨 '관계' 입니다. 곤의 진짜 아가미들.

그녀의 문장은 물과 같아요. 끊임없는 흐름이랄까. 제법 긴 호흡을 필요로 하지만 잘 세공된 보석 같은 곤의 몸처럼 반짝반짝 빛납니다. 또렷하게, 그리고 끊임없이 순간의 장면들이 거친 묵화처럼 그려집니다. 친절하지 않지만 "참혹하면서 아름답기 그지없는 소설!" 이라는 띠지의 문구처럼, 매혹적이네요. 그녀의 다른 이야기들이 궁금해집니다. 그리고 책 뒤에 붙은 해설은 나와 같은 이들에겐 오히려 혼란을 야기하고, 의욕을 저하시키는 쓰디쓴 촉매제일 뿐이예요. 그저 내 몫만큼 즐거이 읽어내면 되는건데, 어려움직하고 그럴싸한 말들을 열거한 해설은 나를 위축시키니까요. 다음부터는 과감히 덮어버려야겠어요. (놀부심보, 예요) 겨우 200페이지 남짓한 장편소설이라기엔 좀 얇은 듯한 이 책은, 결코 가볍지 않게 단단하게 여물어 있음에 이내호의 풍경이 그리고 오늘도 어딘가를 유영(游泳)하고 있을 곤이 아마도 제법 오랜동안 내 주변을 배회할 것 같은 예감이 드는군요.

 

녀, 어른이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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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일요일들
은희경 지음 / 달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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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각의 일요일들│은희경│달│2011.07.20

 

제일 처음은 <새의 선물>이였어요. 오래전이라 내용은 희미하지만, 그때의 느낌은 남았어요. 그녀가 다루는 언어는 시리도록 예뻐서 역시 소설가,는 다르구나 했거든요. (생각이 난 김에 그녀의 책을 다시 들춰봐야겠어요) 그리고 <마지막 춤은 나와 함께>를 읽었는데 공교롭게도 주인공 이름이 같았죠. 진희, 새의 선물에서 어른들의 마음까지 꿰뚫어보면 당돌한 진희가 성장한 모습이 <마지막 춤은 나와 함께>의 진희와 같지 않을까 했어요. (그냥 제 추측이예요) 사랑을 믿지 못하던 그러나 사랑에 살던 그녀의 이야기, 그리고 <아름다움이 나를 멸시한다>를 읽으며 왜 그랬을까, 적잖이 실망을 해서 그녀의 책에 더이상 손이 가지 않았었는데 알라딘 신간평가단 마지막 도서로 받게 되었네요. 다행인지 주변의 평도 좋았고, 한동안 책장이 너무 무거웠으니 조금 가벼운 마음이라면 좋겠다, 싶었어요.

그런데, 저자소개부터 참 좋은거예요. 정장이 안 어울린다는 핑계로 청바지와 미니스커트를 즐겨 입는다. 하이힐을 신고도 웬만한 등산에 지장이 없다. 글을 쓰기 위해 자주 낯선 곳에 가고, 도착하면 맨 먼저 커피집과 산책로를 알아본다. 좋아하는 사람들과 술 마시며 여행계획 짤 때가 가장 즐겁다. 은작가님 쉰을 넘긴 나이거든요.(나이는 숫자라지만 꼭, 우리 또래의 취향이랄까) 조금 가까워질 수 있겠구나, 첫 느낌이 좋았어요. 그리고 어딘가 에쿠니가오리와 닮았구나, 하고 스치는 생각. 요즘은 에쿠니가오리 책을 읽지 않지만, 이십대초반에는 그녀의 책들은 컬렉션하듯 섭렵했죠. 얇았고, 얇은만큼 적당히 가벼웠고, 가벼웠지만 날라가지 않을 적당한 무게감이 좋았는데 요즘은 점점 가벼움만 더해지니까 시들해졌어요. 나라면 불같이 화를 냈을 상황인데, 남의 일인듯 웃어요. 뭐랄까. 나의 자아와의 적당한 거리감을 유지한다는 느낌? 그리고 한가지 더! 젊고 잘생긴 남자를 좋아하는거? (낄낄낄)

<소년을 위로해줘>를 연재하며 함께 썼다는데, 내용의 중간중간 연재의 통증을 호소하죠. 새발의 피에도 못미치겠지만 리뷰가 안써질때, 그러한 통증이 조금 강도를 높인거겠지요? (뭐, 은작가님은 직업이 소설가니까 어쩌면 나보다 훨씬 쉽게 쓸지도 모르죠) 소설은 항상 정확하고 빈틈없이 쓰려고 노력하기에 조금 느슨해진 글들. 그녀가 다루는 언어는 여전히 예뻐요. 아마도 작가들은 그들만의 언어사전이 따로 있는걸까요? 그리고 글을 쓴다는 일은, 정말 피곤한 일이구나 새삼 느낍니다. 그저 의미없는 반복으로 스쳐지났을 일상에 언어를 더하는 일은, 그만큼 모든 순간에 예민하게 반응해야 하는 일일테니까요. 우리가 소유한 모든 감각들이 항상 깨어있는 상태, 생각만해도 피곤합니다. 덕분에 우리는 정말 쉽게 얻죠. 우리는 그냥 스쳤지만, 그녀의 언어로 만나는 감정의 소요(逍遙).

p.115 

위약과 편견

격국 난 균형을 찾은 것 같아. 나에게 무슨 일이 닥쳐올지는 내가 결정하는 게 아니지만, 그 닥쳐온 일을 다루는 건 나 자신이지. 그리고 그 일이 내 삶에 행운인지 불운인지는, 닥쳐오는 순간이 아니라 내가 그 일을 어덯게 다루는가에 따라 결정되는 거 아닐까.

위약은 수줍음 탓이었고 냉소는…그러니까 하나의 태도죠 뭐. - 이런 대답 이제 지겹다.

조금 가벼운 마음이면 좋겠다는 생각이 미안해질만큼 그녀의 이야기엔 삶의 질곡(桎梏)이 고스란히 담겨 있죠. 하지만 걱정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그녀가 웃으면서 말해주니까, 우리도 웃으면서 읽을 수 있거든요. 나이를 먹는 다는 일이 그런걸까요. 삶에 유연해지는 일. 적절히 용해된 그녀의 소탈함과 진진함이, 정말 고마웠어요. 그리고 나와 닮은 점들을 발견하며 반가워합니다. 반갑잖아요. 호감이 있는 상대에게서 나와 닮은 점을 발견하는 일. p.131 더욱 나쁜 것은 내가 좀처럼 질문을 하지 않는 사람이라는 것과 오늘 일을 내일로 미루는 너무나 '인간적인' 사람이라는 사실. '고친다'와 '꾸준히 관리한다'와는 영 거리가 먼 것이죠. 게으름이 닮았군요. 나는 그럴때가 많아요, 머릿속에 맴도는 질문을 입 밖으로 내는 것이 귀찮은 순간, 대화의 연속성의 부담스러운거죠. (이쯤이면 게으름도 병)

그리고, 여행을 계획하는 순간이 가장 행복하다는 그녀는 누구나 한번쯤 꿈꾸는 소설가의 삶의 단면을 보여줍니다. 서울의 작업실과 원주, 그리고 잠시 머물다 온 독일과 시애틀에서의 그녀는 부럽네요. 부러워. p.161 여행에는 그게 있어요. 돌아오면 역시 또 그 사람으로 살겠지만 나, 떠나기 전과 100퍼센트 똑같은 사람은 아니예요. 우리, 어제같은 오늘을 살고 있지만, 내일도 별다를 것 없어 보이지만 우리 100% 똑같은 사람은 아닌거예요. 사실 요즘 일주일단위로 감흥없이 지난가는 시간들이 살벌했거든요. 주변에서 '곧, 서른'을 자꾸 주입시키는 것도 못마땅했는데, 마음이 조금 편해집니다. 누군가에게 그래도 괜찮다고 인정받는 것, 그래야만 괜찮아지는 것, 아직 내가 어른이 덜 된 탓이겠지요.

p.303 트윗. 어떤 때는 내 편을 들어달라고 털어놓는 거고, 어떤 때는 내 생각이 맞는지 물어보는 거예요. 밤샘하면서 뱉는 건, 그냥 말 거는 거지요. 누구라도 대답해주면 어두운 계단을 가는데 센서등이 켜진 것처럼 잠깐은 주변이 환해지거든요. 한동안 미투데이에 빠져 살았는데 그때 그랬어요. 타인으로부터 전해지는 공감의 위로, 어쩌면 우리 세대는 너무나 많은 것들로 얽혀 있지만 사실은 철저히 고립되어 소통의 부재안에 이렇게 몸부림치나 봅니다. 무어라 콕, 찝기 어려울만큼의 아쉬움을 남기며 그래도 오랜만에 만난 은작가님 반가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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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 미친 바보 - 이덕무 산문집, 개정판
이덕무 지음, 권정원 옮김, 김영진 그림 / 미다스북스 / 200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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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에 미친 바보│이덕무│미다스북스│2011.07.01

간서치(看書癡)로 불리우던 이덕무 선생은 p.22 인생을 오직 책을 대하는 일에 전념했기에 평생 읽은 책이 2만 권이 넘고, 스스로 베껴둔 책만 해도 수백 권에 이른다. 고 해요. 일년에 백권을 채우는 일도 버거운 나에게는 그저 경이로움의 대상일 뿐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평생을 책을 읽고 문장을 쓰는 일에 힘쓰니 그는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못했어요. 서얼출신으로 관직에 한계도 있어도, 이덕무 선생 또한 재물에 욕심이 없었기 때문이겠지요. 청렴하고 곧은 선비의 삶, 감탄과 동시에 나는 가여움이 앞서갑니다. 영양실조로 잃은 동생에 대한 그리움에, 나도 목이 멥니다. 그도 감기로 목숨을 잃지요. 그러한 궁핍에서도 책읽기를 멀리 하지 않았으니, 사실은 집에 쌓여가는 책들이 부끄러워집니다.

p.51 책을 읽는 이유는 정신을 기쁘게 하는 것이 으뜸이고, 그 다음은 받아들이는 것이며, 그 다음은 식견을 넓히는 것이다. 간혹 왜 책을 읽냐는 질문을 받게 되면 사실은 조금 더 그럴싸한 답변을 갖고 싶었어요. 기쁘게 하는 것, 그래요 그거면 충분한거지요. 평생 읽고 쓰는 것을 즐겼던 이덕무 선생을 통해 나를, 그리고 내가 읽는 책을, 그리고 평생을 나눌 벗에 대하여 생각이 깊어집니다.(<책만 보는 바보>에서도 그랬지만, 그의 벗들과 맑은 진심어린 우정이 너무나 부럽습니다.) 좋은 책을 읽는다는 것은, 안일하여 대수롭지 않게 범하기 쉬운 결코 가볍지 않은 삶의 오류들을 마치 점지되어 있던 것처럼, 필요한 순간 (가끔, 늦기도 하지만요. 서울의 교통체증처럼) 던져준다는 신기한 경험임을 다시 한 번 깨닫습니다. 그러니 더 좋은 책들과 더 많은 시간을 함께해야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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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안소영님의 <책만 보는 바보>를 정말 재미나게 읽었더랬어요. 그래서 추호의 의심도 없이 이 책을 집어들었는데, 꼬박 열흘을 채우면 지난한 긴호흡을 뱉어냅니다. 두 권의 책 모두 조선후기의 실학자 이덕무 선생의 이야기예요. 하지만 <책에 미친 바보>는 이덕무의 원문 한자를 역자 권정원이 국문으로 옮긴 것이고, <책만 보는 바보>는 저자 안소영이 이덕무의 글을 바탕으로 그의 친구들, 시대상황을 엮어 한편의 소설을 읽는 듯 그려냅니다. 그러니 나처럼 깊이가 없는 독서에는 <책만 보는 바보>가 훨씬 수월하지요. 물론, <책에 미친 바보>에서는 이덕무 선생님의 원문을 접할 수 있어 좋지만, 다소 건조한 문체가 퍽퍽해요. 우유없이 먹는 카스테라랄까. 달긴 한데 목삼킴은 좀 버거운 그런 느낌말예요. 더군다나 요즘 안구건조증으로 고생하고 있는데 말이예요. <책만 보는 바보>를 먼저 보지 않았더라면, 아마 <책에 미친 바보>는 중간에 덮어버렸을거예요. <책만 보는 바보>를 통하여 얻은 사전지식 덕분에, 그리고 이덕무 선생님에 대한 의리(?) 때문에 포기할 수 없었어요. 

<책에 미친 바보>는 이덕무 선생의 저서에 수록된 글들을 발췌하여 권정원 박사의 해설을 달아 담았어요. 부록에는 주석, 연보, 인물과 책에 대해서도 이야기해주니 부록을 살펴보며 읽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책에 미친 바보>는 이덕무 선생이 말한 자신에 대한 이야기와 책에 대한 깊은 애정, 또한 읽음에만 그치지 않고 문장에 대한 배움 또한 인간의 도리 중 당연한 일임을 강조하셨어요. 친구들과의 깊은 신뢰와 애정은 척독 - 짧으면서 서정적이 편지글 - 을 통해 보여줍니다. 특별할 것이 없는 일상의 모습과 때로는 근심을 담고, 그리움과 진정 어린 충고, 어린아이처럼 친구를 고자질하기도 하며 삶의 고단(孤單)과 일상의 단면(斷面)을 나눕니다. 사실은 너무 올곧아 무섭기도 했던 이덕무 선생이 모습에서 소탈하고 친근한, 무례하지만 조금 귀엽기도한 선생을 만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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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먹는 심리학 : 인간관계 편 써먹는 심리학 1
포포 프로덕션.하라다 레이지 지음, 최종호 옮김, 박기환 감수 / 진선북스(진선출판사)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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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써먹는 심리학 : 인간관계편│포포프로덕션·하라다레이지│ 

진선│2011.06.10


나이에 숫자를 더하고 숱하게 많은 사람들과 만나고 헤어져도 타인의 마음을 읽고 이해하며 그들과 좋은 관계를 적절히 유지하는 일이 내게는 제법 어렵습니다. 낯도, 마음도 많이 가리는 내게는 직접 부딪히며 상처내고 아물며 배우는 일보다 (이제 좀 익숙할만도 한데 말이죠) 미련하지만 좀 더디더라도 이렇게 활자로 배우는 편이 좋습니다. 물론, 이상과 현실의 괴리만큼의 격차는 감수해야겠지요. 아마도 사람을 4가지 혈액형으로 분류하여 A형은 이렇더라, B형은 그렇더라 하는 것과 비슷할 것 같습니다. 어찌 감히 우리의 존엄성과 개성을 일률적으로 겨우 4가지로 분류하여 이야기하겠어요. (푸훕)

<써먹는 심리학>은 한장에 한가지 이야기를 만화와 함께 담고 있어 정말 부담없이 읽기에 좋았습니다. 또 '써먹는' 심리학이라는 제목답게 케케묵은 이론 따위나 앞세워 무게잡지 않고 4가지 유형의 등장 인물?로 - 자기만 아는 철판캥거루, 겁 많고 온순한 부끄럼쥐, 소심하고 예민한 아이코알라, 강자에게 빌붙는 아부도마뱀 - 상황을 설정하여 이해를 돕습니다. 사소하지만 기억해두면 유용할 이야기들과 나도 경험했던 이야기들로 공감할 수 있습니다. 

1장 만남의 심리학에서는 왜 우리는 함께 살아가는 것인지, 그리고 우리의 만남에서 첫단추를 잘 끼울 수 있는 방법들을 알려줍니다. 첫인상의 중요성과 함께 좋은 첫인상을 만드는 팁도 알려줍니다. 첫인상에 대한 컴플렉스가 있다면 소개해주는 방법들을 기억해둔다면 제법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2장에서는 잘 끼운 첫번째 단추를 발판 삼아서 그 관계를 발전시키는 방법을 이야기하구요, 3장에서는 관계 맺음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개선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마지막장에서는 상대방의 마음을 잘 읽고 내 마음을 잘 전달함으로서 마지막 단추까지 잘 끼우도록 도와줍니다. 조금 더 다양하고 심도 있는 이야기가 살짝 아쉽기도 하지만, 작가의 말처럼 " 심리학은 인간관계를 곧바로 좋게 하는 특효약이나 마법이 아니다. 맞고 안 맞고 너무 집착하지 말고 상대의 마음을 이해하고 나름대로 여유로운 생활을 하는데 심리학을 활용하면 좋겠다." 가벼운 마음으로 읽고, 상대방의 마음을 그리고 나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더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면 충분할 것 같습니다.

이렇게 내 맘을 알아주니 신기하기도 하고 사실은 조금 민망하기도 해서 까륵까륵 웃어버렸습니다. p. 102 또 대화를 문제 해결의 도구로 여기는 남자는 아내의 투정이나 불만에 대해서 항상 조언하려고 듭니다. 하지만 이것은 잘못된 대응입니다. 물론 적절한 조언이 필요할 때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아내는 단지 자기 말을 들어 주기를 바랄 뿐입니다. 따라서 이런저런 의견을 꺼내서 말을 가로막기보다는 아내의 기분을 파악하는 데 집중하는 것이 좋습니다. 맞아요, 맞아! 내 감정에 함께 해주면 그뿐입니다. 내 마음과 같이 해주기를 바랄뿐인데, 역시 여자와 남자는 금성과 화성의 거리만큼 다른 물질로 만들어진 모양입니다. (피식) p. 104 남성과 경쟁하는 직장 여성 가운데는 '눈물은 약함을 상징한다.'라며 우는 행위를 부끄럽게 여기는 사람도 있습니다. 하지만 운다고 해서 열등감을 느낄 필요는 없습니다. 눈물은 감정을 치유하는 신체의 묘약이지 정신적 강약을 재는 잦대가 아닙니다. 남보다 2배 더 울고 남보다 2배 더 전진하세요. 눈물이 많은 나는, 타인 앞에서 흘리는 눈물이 조금은 부끄럽기도 했거든요. 이제야 조금 더 편안히, 실컷 울어버려도 될 것 같습니다. (낄낄낄)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머뭇거리고 있다면, 그러함에 버거운 호흡이 턱까지 차올라 가뿐 숨을 겨우 몰아쉬고 있다면 조금 가벼운 마음으로 이 책을 읽어보면 좋을 것 같아요. 물론 얇은 한 권의 책이 명쾌한 해답이 되진 않겠지만 한 호흡 쉬어가는 쉼표가 되어 줄 것 같습니다. (사실, 조금 조금 미안하지만 내 돈 주고 사기는 아깝네요 조금 조금)

녀, 어른이되다.

copyright ⓒ 2011 by. Yuj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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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절반쯤 왔을 때 깨닫게 되는 것들
리처드 J. 라이더 & 데이비드 A. 샤피로 지음, 김정홍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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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생의 절반쯤 왔을때 깨닫게 되는 것들│리처드J.라이더·데이비드A.샤피로│위즈덤하우스│2011.05.15

얼마 전 소매물도에 다녀왔어요. 쓸모없는 생각의 단편들을 일말의 망설임 없이 비우고 오롯이 아름다움에 매혹될만큼 소매물도는 정말 예쁘더군요. 하지만 그 아름다운 광경보다 오래 내 마음을 잡아 둔 것은 소매물도 매점에서 일하시는 30대 초반의 여성분이였어요. 그녀를 보며 여행에 함께 했던 동생과 이 곳에 살고 있을까? 육지에서 출·퇴근을 하는걸까? 여기 살면 좋을까? 라며 추측이 난무한 설왕설래(說往說來)하였지요. 여행으로야 너무 좋지만 이런 곳에서 살면 재미없고 답답해서 말라 죽을거라는 완고한 동생과 그럼 동생의 기준대로 재미가 가득한 서울에 살고 있는 우리는 행복하냐며, 사실은 쉽사리 결론이 나지 않을 문제로 우리는 결국 침묵 했습니다. 그리고 그 '행복'으로의 질문은 여행 내내 그림자처럼 나를 따라 붙습니다. 아 - 마음을 비우고자 떠난 여행인데 말이죠.

그렇게 서른을 앞 둔 요즘, 나는 내 삶에 대한 확신이 자욱한 안개밭에 덩그러이 놓인 것처럼 흐릿하고 불안합니다. 아마도 이 때쯤 모두들 비슷하게 이러한 흔들림을 겪어내는지, 나와 같은 우유부단하고 무른 어른들을 위한 지침서가 많이도 눈에 띱니다. 읽는 순간에야 맞아맞아, 아차 싶다가도 돌아서면 그만인걸요. <인생의 절반쯤 왔을때 깨닫게 되는 것들>도 정말 꾸역꾸역 읽어냅니다. 전같으면 그냥 덮어버렸을테지만 내 맘을 흔들어 줄 단 한 줄을 바라며 차곡 차곡 읽어갑니다.

p. 26 성공해야 행복한 것이 아니라 행복해야 성공한다는 단순한 사실을 우리는 너무 쉽게 잊고 산다. 책에서는 끊임없이 행복을 이야기합니다. 행복하기 위한 방법이라구? 귀가 번쩍 뜨어야하는데, 도통 흥이 돋지 않습니다. 프롤로그에서 말해요. '앞으로의 삶을 지금까지와는 다른 모습으로 살고 싶은 사람들, 이제껏 고수해 왔던 삶의 양식이 자신을 짓누른다고 느끼는 사람들, 원하는 것은 웬만큼 가졌으면서도 여전히 성취감을 못 느끼는 사람들'을 위한 책이라구요. 그랬군요. 시기의 적절함이 결여된 책 읽기는, 초등학생을 대학생 강의실에 앉혀 놓고 아프니까 청춘이다! 라고 말하는 꼴이군요. 물론, 몇몇의 과(?)성장한 아이들이야 주옥같은 삶의 진리를 얻어가겠지만 평범에도 겨우겨우 턱걸이하는 나로서는 도무지 지루할 뿐입니다.

책표지를 장식한 길 위의 여행가방처럼 저자는 인생을 여행으로 그리고 가방꾸리기로 이야기합니다. (생각보다 더 식상하군요) 얼마 전 2박3일의 여름 휴가 짐도 몇번을 싸고 푸르기를 반복했던 기억에 웃음이 납니다. 사실 저는 짐이 좀 무겁더라도 일단 갖고 가자, 는 편입니다. 그래서 가방은 늘 제일 무거운 편입니다. 비록 한번도 쓰지 않고 돌아오더라도 없어서 아쉬운 편보다 좀 수고로운 편을 택하는 미련함을 쿨, 하게 떨치지 못합니다. 아마, 그 2박 3일의 가방이 고스란히 제 삶인듯 합니다. 아마도? 언젠가는? 이라는 기약도 없는 시간을 위하여 버리지 못하고 늘려만 가는 미련함과 쓸모없는 욕심이라는 짐이 그렇게 나를 짓눌렀겠지요. 알고 있지만 고치지 못하니 이쯤이면 병인듯도 하구요. 30대에 암선고를 받고 시한부 선고를 받는 여자와 그녀를 사랑하게 된 남자가 행복한 삶과 죽음에 대한 해답을 찾아가는 이야기를 다룬 <여인의 향기>라는 드라마 덕분인지 요즘 '버킷리스트'에 관심이 많아진 것 같습니다. 가방을 다시 꾸리기 전에 버킷리스트를 작성하기로 합니다.

'버킷 리스트 : 죽기 전에 꼭 해야 할 일이나 하고 싶은 일의 리스트' 죽음을 앞두고 더 좋은 집에서 살지 못한것을, 더 좋은 차를 타지 못한것을 후회하는 사람은 없을 듯 합니다. 우리의 삶에서 충분히 누릴 수 있었음에도 간과한 것들, 그러함에 아쉬움이 미련으로 남겠지요. 앞서 이야기했지만 사실 이 책도 다른 무수한 자기계발서와 마찬가지로 식상함을 벗어나지 못합니다. 한권내내 무한반복 버튼이라도 누린 듯 모양만 살짝 바꿔가며 같은 이야기를 반복합니다. 그래도, 진부함이 진리겠지요? 이런 믿음으로 나의 일주일을 보상 받아볼까 합니다.

아 참! 그럼에도 나를 제법 쿡, 찌르던 한 구절을 기억해봅니다. p.119 삶의 리듬을 되돌아보자. 대다수 직장인이 주말에는 그럭저럭 한가하고, 월요일에는 우울하며 수요일까지는 헐떡거리고 금요일이 되어서야 주말이 다가왔음을 신에게 감사해 하는 '쳇바퀴 리듬'에 갇혀 있다. 우리의 몸과 마음도 어느새 이 리듬에 길들여지다 못해 아예 내면의 시게가 되어 버렸다. 시간을 다르게 보낼 수도 있다는 사실을,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행복한 계획으로 축복된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사실을 잊어버린 것이다. 이 삭막한 황무지, 이 무미건조한 쳇바퀴에서 벗어나게 해줄 다른 길이 내 안에 분명이 있는데도.
 

녀, 어른이되다.

copyright ⓒ 2011 by. Yuju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 파워북로거 지원 사업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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