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에 미친 바보 - 이덕무 산문집, 개정판
이덕무 지음, 권정원 옮김, 김영진 그림 / 미다스북스 / 2004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책에 미친 바보│이덕무│미다스북스│2011.07.01

간서치(看書癡)로 불리우던 이덕무 선생은 p.22 인생을 오직 책을 대하는 일에 전념했기에 평생 읽은 책이 2만 권이 넘고, 스스로 베껴둔 책만 해도 수백 권에 이른다. 고 해요. 일년에 백권을 채우는 일도 버거운 나에게는 그저 경이로움의 대상일 뿐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평생을 책을 읽고 문장을 쓰는 일에 힘쓰니 그는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못했어요. 서얼출신으로 관직에 한계도 있어도, 이덕무 선생 또한 재물에 욕심이 없었기 때문이겠지요. 청렴하고 곧은 선비의 삶, 감탄과 동시에 나는 가여움이 앞서갑니다. 영양실조로 잃은 동생에 대한 그리움에, 나도 목이 멥니다. 그도 감기로 목숨을 잃지요. 그러한 궁핍에서도 책읽기를 멀리 하지 않았으니, 사실은 집에 쌓여가는 책들이 부끄러워집니다.

p.51 책을 읽는 이유는 정신을 기쁘게 하는 것이 으뜸이고, 그 다음은 받아들이는 것이며, 그 다음은 식견을 넓히는 것이다. 간혹 왜 책을 읽냐는 질문을 받게 되면 사실은 조금 더 그럴싸한 답변을 갖고 싶었어요. 기쁘게 하는 것, 그래요 그거면 충분한거지요. 평생 읽고 쓰는 것을 즐겼던 이덕무 선생을 통해 나를, 그리고 내가 읽는 책을, 그리고 평생을 나눌 벗에 대하여 생각이 깊어집니다.(<책만 보는 바보>에서도 그랬지만, 그의 벗들과 맑은 진심어린 우정이 너무나 부럽습니다.) 좋은 책을 읽는다는 것은, 안일하여 대수롭지 않게 범하기 쉬운 결코 가볍지 않은 삶의 오류들을 마치 점지되어 있던 것처럼, 필요한 순간 (가끔, 늦기도 하지만요. 서울의 교통체증처럼) 던져준다는 신기한 경험임을 다시 한 번 깨닫습니다. 그러니 더 좋은 책들과 더 많은 시간을 함께해야겠지요. 

 

 

녀, 어른이되다.

copyright ⓒ 2011 by. Yuju



얼마전 안소영님의 <책만 보는 바보>를 정말 재미나게 읽었더랬어요. 그래서 추호의 의심도 없이 이 책을 집어들었는데, 꼬박 열흘을 채우면 지난한 긴호흡을 뱉어냅니다. 두 권의 책 모두 조선후기의 실학자 이덕무 선생의 이야기예요. 하지만 <책에 미친 바보>는 이덕무의 원문 한자를 역자 권정원이 국문으로 옮긴 것이고, <책만 보는 바보>는 저자 안소영이 이덕무의 글을 바탕으로 그의 친구들, 시대상황을 엮어 한편의 소설을 읽는 듯 그려냅니다. 그러니 나처럼 깊이가 없는 독서에는 <책만 보는 바보>가 훨씬 수월하지요. 물론, <책에 미친 바보>에서는 이덕무 선생님의 원문을 접할 수 있어 좋지만, 다소 건조한 문체가 퍽퍽해요. 우유없이 먹는 카스테라랄까. 달긴 한데 목삼킴은 좀 버거운 그런 느낌말예요. 더군다나 요즘 안구건조증으로 고생하고 있는데 말이예요. <책만 보는 바보>를 먼저 보지 않았더라면, 아마 <책에 미친 바보>는 중간에 덮어버렸을거예요. <책만 보는 바보>를 통하여 얻은 사전지식 덕분에, 그리고 이덕무 선생님에 대한 의리(?) 때문에 포기할 수 없었어요. 

<책에 미친 바보>는 이덕무 선생의 저서에 수록된 글들을 발췌하여 권정원 박사의 해설을 달아 담았어요. 부록에는 주석, 연보, 인물과 책에 대해서도 이야기해주니 부록을 살펴보며 읽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책에 미친 바보>는 이덕무 선생이 말한 자신에 대한 이야기와 책에 대한 깊은 애정, 또한 읽음에만 그치지 않고 문장에 대한 배움 또한 인간의 도리 중 당연한 일임을 강조하셨어요. 친구들과의 깊은 신뢰와 애정은 척독 - 짧으면서 서정적이 편지글 - 을 통해 보여줍니다. 특별할 것이 없는 일상의 모습과 때로는 근심을 담고, 그리움과 진정 어린 충고, 어린아이처럼 친구를 고자질하기도 하며 삶의 고단(孤單)과 일상의 단면(斷面)을 나눕니다. 사실은 너무 올곧아 무섭기도 했던 이덕무 선생이 모습에서 소탈하고 친근한, 무례하지만 조금 귀엽기도한 선생을 만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