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절반쯤 왔을 때 깨닫게 되는 것들
리처드 J. 라이더 & 데이비드 A. 샤피로 지음, 김정홍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1년 5월
평점 :
품절


 인생의 절반쯤 왔을때 깨닫게 되는 것들│리처드J.라이더·데이비드A.샤피로│위즈덤하우스│2011.05.15

얼마 전 소매물도에 다녀왔어요. 쓸모없는 생각의 단편들을 일말의 망설임 없이 비우고 오롯이 아름다움에 매혹될만큼 소매물도는 정말 예쁘더군요. 하지만 그 아름다운 광경보다 오래 내 마음을 잡아 둔 것은 소매물도 매점에서 일하시는 30대 초반의 여성분이였어요. 그녀를 보며 여행에 함께 했던 동생과 이 곳에 살고 있을까? 육지에서 출·퇴근을 하는걸까? 여기 살면 좋을까? 라며 추측이 난무한 설왕설래(說往說來)하였지요. 여행으로야 너무 좋지만 이런 곳에서 살면 재미없고 답답해서 말라 죽을거라는 완고한 동생과 그럼 동생의 기준대로 재미가 가득한 서울에 살고 있는 우리는 행복하냐며, 사실은 쉽사리 결론이 나지 않을 문제로 우리는 결국 침묵 했습니다. 그리고 그 '행복'으로의 질문은 여행 내내 그림자처럼 나를 따라 붙습니다. 아 - 마음을 비우고자 떠난 여행인데 말이죠.

그렇게 서른을 앞 둔 요즘, 나는 내 삶에 대한 확신이 자욱한 안개밭에 덩그러이 놓인 것처럼 흐릿하고 불안합니다. 아마도 이 때쯤 모두들 비슷하게 이러한 흔들림을 겪어내는지, 나와 같은 우유부단하고 무른 어른들을 위한 지침서가 많이도 눈에 띱니다. 읽는 순간에야 맞아맞아, 아차 싶다가도 돌아서면 그만인걸요. <인생의 절반쯤 왔을때 깨닫게 되는 것들>도 정말 꾸역꾸역 읽어냅니다. 전같으면 그냥 덮어버렸을테지만 내 맘을 흔들어 줄 단 한 줄을 바라며 차곡 차곡 읽어갑니다.

p. 26 성공해야 행복한 것이 아니라 행복해야 성공한다는 단순한 사실을 우리는 너무 쉽게 잊고 산다. 책에서는 끊임없이 행복을 이야기합니다. 행복하기 위한 방법이라구? 귀가 번쩍 뜨어야하는데, 도통 흥이 돋지 않습니다. 프롤로그에서 말해요. '앞으로의 삶을 지금까지와는 다른 모습으로 살고 싶은 사람들, 이제껏 고수해 왔던 삶의 양식이 자신을 짓누른다고 느끼는 사람들, 원하는 것은 웬만큼 가졌으면서도 여전히 성취감을 못 느끼는 사람들'을 위한 책이라구요. 그랬군요. 시기의 적절함이 결여된 책 읽기는, 초등학생을 대학생 강의실에 앉혀 놓고 아프니까 청춘이다! 라고 말하는 꼴이군요. 물론, 몇몇의 과(?)성장한 아이들이야 주옥같은 삶의 진리를 얻어가겠지만 평범에도 겨우겨우 턱걸이하는 나로서는 도무지 지루할 뿐입니다.

책표지를 장식한 길 위의 여행가방처럼 저자는 인생을 여행으로 그리고 가방꾸리기로 이야기합니다. (생각보다 더 식상하군요) 얼마 전 2박3일의 여름 휴가 짐도 몇번을 싸고 푸르기를 반복했던 기억에 웃음이 납니다. 사실 저는 짐이 좀 무겁더라도 일단 갖고 가자, 는 편입니다. 그래서 가방은 늘 제일 무거운 편입니다. 비록 한번도 쓰지 않고 돌아오더라도 없어서 아쉬운 편보다 좀 수고로운 편을 택하는 미련함을 쿨, 하게 떨치지 못합니다. 아마, 그 2박 3일의 가방이 고스란히 제 삶인듯 합니다. 아마도? 언젠가는? 이라는 기약도 없는 시간을 위하여 버리지 못하고 늘려만 가는 미련함과 쓸모없는 욕심이라는 짐이 그렇게 나를 짓눌렀겠지요. 알고 있지만 고치지 못하니 이쯤이면 병인듯도 하구요. 30대에 암선고를 받고 시한부 선고를 받는 여자와 그녀를 사랑하게 된 남자가 행복한 삶과 죽음에 대한 해답을 찾아가는 이야기를 다룬 <여인의 향기>라는 드라마 덕분인지 요즘 '버킷리스트'에 관심이 많아진 것 같습니다. 가방을 다시 꾸리기 전에 버킷리스트를 작성하기로 합니다.

'버킷 리스트 : 죽기 전에 꼭 해야 할 일이나 하고 싶은 일의 리스트' 죽음을 앞두고 더 좋은 집에서 살지 못한것을, 더 좋은 차를 타지 못한것을 후회하는 사람은 없을 듯 합니다. 우리의 삶에서 충분히 누릴 수 있었음에도 간과한 것들, 그러함에 아쉬움이 미련으로 남겠지요. 앞서 이야기했지만 사실 이 책도 다른 무수한 자기계발서와 마찬가지로 식상함을 벗어나지 못합니다. 한권내내 무한반복 버튼이라도 누린 듯 모양만 살짝 바꿔가며 같은 이야기를 반복합니다. 그래도, 진부함이 진리겠지요? 이런 믿음으로 나의 일주일을 보상 받아볼까 합니다.

아 참! 그럼에도 나를 제법 쿡, 찌르던 한 구절을 기억해봅니다. p.119 삶의 리듬을 되돌아보자. 대다수 직장인이 주말에는 그럭저럭 한가하고, 월요일에는 우울하며 수요일까지는 헐떡거리고 금요일이 되어서야 주말이 다가왔음을 신에게 감사해 하는 '쳇바퀴 리듬'에 갇혀 있다. 우리의 몸과 마음도 어느새 이 리듬에 길들여지다 못해 아예 내면의 시게가 되어 버렸다. 시간을 다르게 보낼 수도 있다는 사실을,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행복한 계획으로 축복된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사실을 잊어버린 것이다. 이 삭막한 황무지, 이 무미건조한 쳇바퀴에서 벗어나게 해줄 다른 길이 내 안에 분명이 있는데도.
 

녀, 어른이되다.

copyright ⓒ 2011 by. Yuju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 파워북로거 지원 사업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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