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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치 Niche - 왜 사람들은 더 이상 주류를 좋아하지 않는가
제임스 하킨 지음, 고동홍 옮김 / 더숲 / 2012년 1월
평점 :
절판
평소에 잘 보고 있는 <김어준의 뉴욕타임즈>에서도 소개가 되었던 책이다. 그래서 그런지 책을 받자마자 빨리 읽고 싶었다. 이 책의 부제에서 말하는 질문처럼 "왜 사람들은 더 이상 주류를 좋아하지 않는가?"를 염두해 두며 읽었고, 읽으면서 공감할 수 있는 부분들이 많았다.
지난 20년 사이의 언제부터인가, 우리가 알고 사랑하는 대부분의 주류 브랜드들은 자체 브랜드를 앞세운 경쟁자들과 구분할 수 없게 되어버린 듯하다. 천편일률적으로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GM의 자동차들과 주요 할리우드 스튜디오들의 영화 대부분처럼 말이다. <61p>
저자인 제임스 하킨(James Harkin)은 "니치"(Niche), 즉 "틈새"에 대한 의미 해석을, 여러가지 사례들을 통하여 매 장마다 풀어내고 있다. 읽으면 읽을수록 좀 지루한데, 나는 "블루오션(Blue Ocean) 전략"과 어떤 큰 차이가 있는지 잘 모르겠다. 물론 세세한 부분에서는 차이가 있겠지만, 전체적인 면에서는 별 다른 차이를 발견하지 못했다. 결국, "소품종 다양화"를 해야 된다는 것이 저자의 일관된 주장인 것 같다. 주류 산업들이 공통적인 분모에서 폭넓은 기준으로 대중적인 호응을 유도하려고 했다면, 이제는 매니아 중심의 특정 계층을 위한 맞춤식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문화적으로 잡식성이 되어가는 상황에서, 굳이 한 둥지에서 다른 곳으로 옮겨야 할 이유는 없고 메뉴에 나와 있는 모든 것을 시식해야 할 까닭은 더더욱 없다. 누군가 <아메리칸 아이돌>이나 <브리튼스 갓 탤런트>를 시청한다고 해서 그 사람이 애견인이나 고품질 드라마 마니아, 또는 오페라 애호가가 아니라고 단정지을 수는 없다. 다만 자신이 정말로 원하는 것에 돈을 지불할 의향이 있을 가능성이 클 뿐이다. 공짜로는 다른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는 그런 것들 말이다. <207p>
"니치"에 관한 여러 가지 사례들 중에 내 관심 분야는 영화 산업이었다. 예전과 달리 인기 스타나 엄청난 제작비가 흥행의 보증 수표가 되지 못한다는 주장은 전적으로 공감한다. 그들의 그러한 홍보 전략은 대중들을 향한 무차별 난사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구체적으로 현란하고 스펙터클한 영상들로 눈이 즐겁다면 영화 내용이 어찌 되었건 상관 없다는 전략과, 흥행에 실패하더라도 스타 배우가 출연한 이상, 그 책임을 제작진에게만 돌릴 수 없다는 전략은, 이미 어느 정도 성숙되어버린 관객들에게 더이상 효과를 볼 수 없는 전략들이다. 그만큼 인기 스타와 엄청난 제작비는, 제작진들에게 흥행 보증 수표와 보험이 될 수는 있겠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엄청난 리스크에 해당된다. 이와 다르게 특정한 관객들을 대상으로 제작된 영화들은, 그 관객들을 만족시키기 위한 영상들과 스토리로 작품성과 예술성을 동시에 추구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 그래서 어느 정도 수익률을 예측할 수 있고 제작비에 대한 부담감은 줄어든다.
대중들은 서서히 작품성을 요구하고 매니아적인 영화들을 즐겨 찾는다. 세계 4대 영화제는 주류의 상징이었지만, 이미 전 세계에는 다양한 장르를 주제로 한 영화제들이 많이 개최되고 있고, 그들만의 권위도 형성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는 주류의 산업이 비주류 산업에 위협을 받고 있다고 충분히 말할 수 있다. 다른 말로는 평준화 된다고도 볼 수 있다.
팝스타부터 정치 선전가에 이르는 모든 사람이 주류를 우회하고 자신의 추종자들과 직접적으로 얘기하는 법을 배움에 따라, 더 이상 통계적으로 가상의 고객을 떠올라 거나 흔해 빠진 상품을 바치며 비굴하게 조아릴 어떠한 필요성도 없게 된 것이다. <272p>
요즘 들어 뭔가 유니크하고 특별한 대상, 상황, 이벤트들을 주류 산업들도 경쟁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는 느낌이 다분히 든다. 골목 상권을 장악하려는 것도 그런 의도처럼 보이는데, 한편으로는 기업의 특성상 대규모 물량 동원이 가능한 강점을 이용하여 비주류 산업들을 장악하려는 의도처럼 보이기도 한다. 즉, 주류 산업은 강력한 재정과 재원으로 비주류의 장점들과 주류의 장점들을 동시에 활용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저자가 주장하는 "니치"는 정말 "니치"가 되어버리고 있다. 다시 말하면, 주류 산업들이 각 분야에서 "니치"를 장악하여 이제 더이상 "니치"는 없을 정도로, 단단하게 자기 영역들을 활성하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열렬한 고객을 꼬리처럼 뒤에 달고 있으면, 당신은 입소문을 퍼뜨리는 데 그들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그들의 개별적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당신이 더욱 열심히 일할 수도 있다. 진정으로 가치 있는 것은 당신이 만드는 제품이 아니라 부속 액세서리, 관련 용품, 내부 정보 등이 되곤 한다. 이런 것들은 무리의 일원이 되기를 원하는 사람에게는 필수품이다. 추가 항목에 대한 접근이라는 특전을 제공하는 클럽을 형성하고, 그런 클럽을 활용해서 먹잇감을 찾는 매들을 단골 고객으로, 즉 입문자에서 숭배자로 변모시켜라. <325p>
결국 지금과 미래 시대에서 "니치"를 가능하게 만드는 것은, 주류 산업이 도저히 접근할 수 없거나 접근하기 어려운 영역에서 이루어질 것이다. 그 대표적인 영역이 광범위하고 변화 무쌍한 인터넷 영역이다. 특히 SNS는 기존 주류 산업이 예상치 못했던 영역이었고, SNS를 기반으로 비주류 산업들이 새로운 주류 산업들으로 탈바꿈되었다. 즉 비주류와 하위 문화들이 급속도로 결속하여 하나의 주류와 문화를 만들어낸 것이다. 또한 Apple의 Podcast는 다양한 방송들을 개설하여 여러 장르의 하위 문화들을 급속도로 대중들에게 전파시키고 있고, 한편으로는 급속도로 주류 문화를 형성하기도 한다.
이처럼 "니치"는 톰과 제리의 추격전과 같이, 비주류의 영역 마저 장악하려는 주류의 추격전에서 생겨난다. 왜냐하면 대중들은 주류가 만들어 낸 문화들 속에서도 살아가지만, 자기 자신들이 활동하는 구체적인 영역들에서는 비주류들이 만들어 놓은 문화들 속에서도 살기 때문이다. 하지만 비주류 영역들 가운데서도 영향력이 커진 비주류들을 주류의 반열로 올라설 수 있다. 즉 "니치"는 비주류를 주류로 탈바꿈시키고, 새로운 비주류들에게도 주류가 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그렇지만 주류의 영향력은 결코 줄지 않을 것이다. 예컨대 현재 기업의 경쟁력만 따지고 볼 때, 지금의 "삼성"은 미래에도 "삼성"으로 존재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앞으로 있을 "니치"의 성공 사례는 개천에서 용 나듯 볼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잠시 주류의 반열에 있을 수도 있겠지만, 주류의 위치를 유지하기에는 지속력과 경제력 면에서 기존 주류들보다 경쟁력이 떨어진다.
이 책의 최대의 단점은 책의 내용이 아닌, 책의 겉표지이다. 300페이지가 넘는 책인데, 대부분의 내용은 비슷하다. 하지만 그 비슷한 내용들이 책의 겉표지에 적혀 있는 머리말이 다 요약해 버리고 있다. 다시 말하면 겉 표지의 글들만 잘 읽어도 대략 이 책이 말하고 싶어하는 내용이 무엇인지 알기 때문에 영리한 독자들은 책을 읽지 않아도 된다. 책은 독자로 하여금 읽을 마음을 들게 하는, 또한 읽으면 읽을수록 그 가치가 배가 되어야 하는데, 나에게 있어서 이 책은 처음과 끝이 너무 반전처럼 끝이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