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말엔 무슨 영화를 볼까?> 12월 5주

 

  2011년에 보았던 영화들을 살펴보니, 각각의 영화를 보았던 그 순간과 감정들이 떠올랐다. 주로 극장에서 본 영화들이 많았고, 밤늦게나 이른 오전에 혼자 본 영화들이 대부분이었다. 나는 영화를 보며 누군가의 삶을 간접적으로 체험했고, 실제로 내 삶에서 영화 같은 일들이 벌어져, 더욱 실감났다.

 

  영화는 인간의 삶과 관념을을 토대로 만들어 진다. 공감할 수 있고 없고는 보는 사람들의 몫이지만, 언젠가 자신이 처한 현실에서, 영화에서 보았던 일들과 들었던 말들을 충분히 체험할 수 있다. 이런 의미에서 내가 2011년도에 보았던 인상적인 영화 10편을 선정했다. 선정된 영화들은 올해 뿐만 아니라, 앞으로도 내 기억 속에 오랫동안 남을 영화들이다. 나는 선정된 영화들을 보며 행복했고, 분개했고, 고민했으며, 때로는 빨리, 때로는 천천히 깨달아 지는 진리의 기쁨을 느꼈다. 

 

  10편의 순위는 없으나 평점은 블로그 리뷰에 기록했다. 그러나 여기에는 그 평점을 적지 않았다. 개인적으로 매긴 평점이라 상관은 없겠지만, 그 평점이 아직 선정된 영화를 보지 않은 사람들에게 편견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다만 정리하는 순서대로 소개했기에 부득이 하게 번호를 달았다. 또한 어디까지나 올해 보았던 영화들이니 이미 고전된 영화들을 보며 오해가 없길 바란다. 올해로 두 번째 선정인데, 내년에도 많은 영화들을 보고 연말에 나눌 수 있었으면 좋겠다.

  

 

 

1. 톨스토이의 마지막 인생 - 마이클 호프만 감독

 

  톨스토이의 작품들을 다 읽어보진 않았지만, 내가 읽었던 그의 작품들의 공통적인 주제는 '사랑'이었다. 인간과 인간 간의 사랑이었고, 연인 간의 사랑이었으며, 인류 공존을 위한 사랑이었다. 생각해 보면 세계적으로 유명한 대문호들의 공통적인 주제는 '사랑'이었고, 종교와 사상의 위대한 가르침 역시 '사랑'이었다. 사람들은 사랑 때문에 웃고 울었고, 사랑 때문에 살고 죽었다.

 

  영화는 잔잔한 호수와 같다. 그 잔잔한 호수에 몇 개의 돌이 떨어져 파형을 만들기도 하지만, 파형이 사라지면 호수는 다시 잔잔하다. 실화를 재구성 한 영화지만 "실제로 이러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인지 인위적인 것이 아닌 자연스러움에서 나오는 감동을 느꼈고, 때에 따른 아름다운 OST가 마음을 사로잡았다. 개인적으로 등장인물 간의 대사들이 마음에 들어서, 대사들을 외우면 영어 공부에 도움이 될 것 같다. 

 

 

2. 내 이름은 칸 - 카란 조하르 감독

 

  영화는 휴먼 드라마적인 내용으로 관객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요소들이 많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9. 11 테러 이후 미국의 아프카니스탄, 이라크 전쟁과 중동권 나라들의 압박정책에 대해 비판하고 그에 따른 중동인들의 변명처럼 보인다. 그래서 영화를 보는 동안 감동적인 요소들과 논란의 요소들이 겹쳐져 약간의 어색함을 느꼈다. 아마 관객들 개인마다 어떤 관점으로 보는냐에 따라서 영화에 대한 평이 달라질 것 같다. 하지만 대부분의 관객들은 이 영화에 좋은 평가를 줄 것 같다. 왜냐하면 영화는 드라마이고 드라마가 곧 영화의 힘이기 때문이다. 그 점에서 이 영화는 매우 충실하다.

 

  미움은 폭력과 죽음을 낳고 사랑은 이해와 생명을 낳는다. 지금 무엇이든 미워하고 있다면 미움을 버려야 하고, 지금 무엇이든 사랑하고 있다면 진실하게 사랑해야 한다. 어쩌면 사람들은 믿음 보다는 의심이 더 많기에, 진실을 비웃거나 느끼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아닐까? 정직하고 정의로운 것은 이제 없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닐까? 그런 사람들에게 이 영화를 추천한다. 

 

 

3. 메가 마인드 - 톰 맥그라스 감독

 

  DreamWorks의 애니메이션을 볼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어떤 연령층이 보더라도 공감할 수 있는 내용과 캐릭터를 만들어 낸다는 것이 놀랍다. 그리고 독특한 아이디어들과 섬세한 연출이 마음에 든다. 덕분에 영화를 보는 시간이 전혀 아깝지 않았다.

 

  영화를 보면서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이미 외모지상주의나 엘리트, 특권주의는 DreamWorks가 매우 싫어한다는 것을 알았지만, 영웅은 만들어지는 것이 아닌 선택된다는 말이 인상적이었다. 메트로맨은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자신이 많은 사람들의 영웅으로 사는 것에 익숙했고, 악당 메가마인드는 그런 메트로맨을 보며 질투와 승부욕을 불러 일으켰다. 그러나 메트로맨의 속내는 더이상 영웅으로 살고 싶지 않았고, 음악을 즐기는 평범한 사람이 되고 싶어 했다. 영웅으로서의 충분한 자질과 뛰어난 능력을 가졌고, 많은 사람들의 찬사를 받는 영웅이었지만 자신이 원하던 삶이 아니었던 것이다.

 

  반면에 메가마인드는 어릴 때부터 원치 않게 악당의 역할을 맡아야 했고, 성인이 되어서는 악당의 운명을 받아 들여 메트로맨과 대립한다. 그리고 결국은 메트로맨을 제압하여 메트로 시티를 지배하지만, 시간이 지나자 허무함이 찾아 오고 몸과 마음이 근질근질하다. 그러던 중 메트로맨과 똑같은 능력을 가진 타이탄을 만들어 내어, 다시 악당 메가마인드로 살아가려 했지만, 영웅이 될 줄 알았던 타이탄은 도리어 자신보다 더 악랄한 악당이 된다. 보다 못한 메가마인드는 자신이 만든 타이탄을 제압하려 들고, 이 과정 속에서 메가마인드는 깨닫는다. 즉, 영웅과 악당은 시대나 상황, 사람들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자기 스스로 삶을 선택하여 영웅이 되고 악당이 된다는 것을..

 

 

4. 소셜 네트워크 - 데이비드 핀처 감독

 

  상당히 괜찮은 영화이다. 기존 미국식 천재 영화에 현실감을 더했다고나 할까? 하버드생 뿐만 아니라 미국의 유명 대학교 학생들이 취업보다 창업에 관심이 있고, 비록 불법을 행하더라도 재능과 능력이 유망한 학생이라면, 학교차원에서 보호하려는 관행은 이제 익숙한 모습이다. 아쉽게도 우리나라 대학생들은 창업 보다는 취업에, 불법을 행하면 학생의 재능과 능력에 상관없이 학교의 명예를 위해 자퇴나 퇴학을 권장한다.

 

  영화를 본 사람들 중에서 "결국 Facebook과 마크의 소송들은 모두 개인의 이익을 위한 질투심이었네?", "하버드생이니까 가능할 수 있었던 거야!" 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하버드생이나 개인의 이익을 위한 질투심에 문제를 거론하긴 유치하다. 미국은 가난한 청년 스티브 잡스에게 여러 가지 직업을 주었고, 흑인이자 14세 미혼모인 오프라 윈프리를 최고의 토크쇼 진행자로 만들었다. 투기의 귀재 워런 버핏을 능력 있는 투자자로 인정했다. 그리고 중산층이라면 누구나 개인 변호사를 쓸 정도로 법적 절차에 익숙하고, 대화와 토론, 합의가 생활이다. 

 

  부러워 해야 할까? 어느 정도의 환경적 영향들은 있었겠지만 대게 성공한 사람들의 공통점은, 작은 아이디어에 전 재산을 걸고, 지나칠 정도의 질투심과 경쟁심으로 사업을 추진하면서, 때로는 몇 개의 소송들로 원고측과 말싸움을 해야 한다. 이건 미국에서만 상상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어느 정도 사회 환경이 구비되어 있다면, 우리나라와 전 세계 어디에서도 상상할 수 있는 일이다. 다만 생각과 행동의 차이일 뿐이다. 

 

 

5. 블랙스완 - 대런 아로노프스키 감독

 

  이 영화는 선과 악에 대한 개념을 말하는 영화가 아니다. 간단히 사춘기 소녀가 어른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다룬 영화로 보면 쉽다. 물론 관객들이 보기에 부담스럽게 다가올 수 있는 요소들은 있지만, 심각하게 고민하거나 이해하지 못할 정도로 어려운 영화는 아니라고 본다.

 

  강박관념에 시달려 본 사람이라면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영화이고, 감독은 그것에 대해 구체적이고 도발적으로 영화에 표현했다. 나탈리 포트만 뿐만 아니라 출연 배우들의 연기도 대단했고, 서서히 몰입되기 보다는 초반부터 몰입되는 강한 흡입력을 가진 영화였다. 오컬트적인 요소들이 영화 전체에 산재되어 있는데, 전혀 과도하다거나 어색하지 않았다. 오히려 때묻지 않은 니나가 겪는 자아 혼란이 더욱 실감나게 느껴졌다. 

 

  명장면은 영화 후반부의 니나가 완벽함을 느끼는 순간 중 하나인 흑조 연기였다. 연기 시작부터 흑조로 변하는 니나의 모습에 전율을 느꼈고, 나도 모르게 탄성이 나올 정도로 감동적이었다. 영화 런닝타임으로 볼 때 니나가 공연에서 연기한 시간은 20분도 채 안되지만, 80분 동안 자신과 주변 사람들, 현실과 치열하게 싸워서 이겨야 했다.  

 

 

6. 무산일기 - 박정범

 

  영화를 보면서 머리가 아프고 속이 매스꺼웠다. 이유는 카메라 촬영에 있어서 스테디가 아닌 핸디 캠 촬영이라 영상이 계속 흔들거렸고, 롱샷과 풀샷에 롱컷이라 영상이 너무 정적이었다. 집에서 보았으면 별 상관 없었겠지만, 영화관에서 주위가 집중된 상태에서 보니 조금 힘겨웠다. 

 

  재미있는 것은 영화 종료 후 고요한 상태에서 엔딩 크레딧이 올라갔는데, 나를 비롯한 5명의 관객들은 자리에 앉아 엔딩 크레딧이 다 끝날 때까지 앉아 있었다. 그리고 완전히 영화가 끝난 후에야 나와 관객들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영화를 보면 알겠지만 본능적으로 그럴 수밖에 없었다.

 

  영화를 보면서 공감했던 몇 가지 사실들은, 같은 동포이자 민족인 탈북자들이 남한 사회에서 쉽게 정착하기란 어렵다는 사실과, 남한 사회 내에서도 약 300만 실업자들이 있으니, 탈북자들이 제대로 된 일자리를 구하기란 당연히 어렵다는 사실, 마지막으로 기성 교회들을 비롯한 사회 내 인권단체들이 탈북자들의 희망이 되어주기에는 어렵다는 사실이었다. 이는 비단 탈북자 뿐만 아니라 사회 내 소외계층에게도 해당된다.

 

  이러한 사실들은 국가 정책이 잘못되어서가 아니고, 기성 교회들과 인권단체들이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해서 생긴 일은 아니라고 본다. 미국을 비롯한 여러 선진국에서도 히스패닉과 이민자들에게 국가 차원의 차별대우 정책을 공공연하게 시행하고 있으며, 전 세계적으로 그것을 반대하는 인권단체들의 시위는 멈추지 않고 있다. 핵심은 인간이 자신보다 낮게 여기는 인간을 향한 본능적 비호감과, 역사적으로 계속되어 온 사회 내 유산계층의 배려없는 횡포라 할 수 있다.    

 

  어찌하랴! 인간은 자신보다 약한 사람들을 돕기보다는 이용하는 것에 익숙하고, 안타까워 하면서도 그들을 위해 기도하거나 헌신하는 성실함과 꾸준한 용기가 없다. 같은 남한 사람들도 서로를 밟고 뒤통수 치는 일에 열중하고 있는데, 하물며 사회 내 소외계층에게 눈을 돌려 그들을 진심으로 도울 수 있을까? 근래에 정치계에서 유행처럼 번지는 '복지 신드롬'을 우려하는 까닭이 바로 여기에 있다.

 

 

7. 킹스 스피치 - 톰 후퍼 감독

 

  <킹스 스피치>는 2011년 제8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과 감독상, 각본상, 남우주연상 등 최고의 상들을 받았다. <블랙스완>, <파이터> 등 이번 아카데미 시싱삭에서 최고의 상들을 받은 영화들의 공통점은, 멘토링을 통한 자기 극복적 휴머니즘 영화들이다.

 

  <파이터>와 더불어 실화를 근거로 한 <킹스 스피치>는, 이전의 비슷한 영화들과 비교했을 때 참신하거나 뛰어난 구성을 가진 영화는 아니다. 인상적인 것은 출연 배우들의 연기였고, 어떤 시나리오적 장치가 아닌 그들의 연기가 극중 분위기를 긴장시키고 이완시켰다. 상투적인 주제로 최고의 상을 받는 영화들의 특징은 자연스러운 연출과 분위기 조성이다. 이 영화는 보는 동안 각 부분에서 어색함이 느껴지지 않는 자연스러움이 있었고, 엔딩곡으로 나온 베토벤의 교향곡 7번은, 영국 왕실의 기품과 위엄이 동시에 느껴지는 탁월한 선택이었다.

 

  오늘날에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 말할 수 없다. 역사적으로 신분차이를 넘어선 사랑과 우정 이야기들은 많다. 중요한 것은 사람을 신분으로 바라볼 것인지, 순수한 인격체로 바라볼 것인지에 대한 서로의 판단과 결정이다. 이 판단과 결정은 신분의 높고 낮음에 있는 사람들 모두에게 해당된다.

 

  왕자와 거지가, 직장 상사와 내가 서로 친구가 될 수 있는 것과, 대통령과 국민들이 서로 깊은 신뢰를 할 수 있는 것은 비슷한 방법에서 이루어진다. 간단하게 처음 친구를 사귀듯이, 서로의 다른 성격과 그동안의 환경적 차이를 인정하되 무시하지 않고 이해하면서, 말을 많이 하기보다는 들어주는 역할을 둘 중 한 명이 먼저 시작하면 된다. 때때로 생기는 오해와 다툼은 서로의 관계가 악화될 수는 계기가 될 수 있지만, 극복할 수 있다면 더 나은 관계 형성을 위한 좋은 이벤트이다.

 

 

8. 인셉션 -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

 

  뒤늦게 본 것이 아쉬울 정도로 흥미로운 영화였다. 생각을 훔친다는 것과 의지를 심어준다는 두 가지 개념은 영화를 수준 높게 만들었고, 설계사, 위장사, 제약사 등과 꿈 속에서 방어기제들과의 싸움은, 마치 무라키미 하루키의 소설<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와 같은 느낌이었다.

 

  가장 인상적인 것은 인간의 심리와 무의식에 대한 감독의 구체적인 실사 표현이다. 코브의 무의식 속에 자리잡고는 이미지들을 각 층마다 나누어, 엘리베이터로 이동하는 모습은 무척이나 공감했다. 인간의 무의식 저 아래에는 진정 지울 수 없는 무엇인가가 있지 않을까? 영화는 여운을 남기는 엔딩으로 마무리 되지만, 불안하게 흔들리는 토템은 꿈과 현실의 경계에 있는 듯한 코브의 심리를 말해주는 것 같다. 결국 감독은 영화 시작과 끝까지 관객들을 드림머신으로 인도하여, 관객들 스스로 꿈과 현실을 찾으라고 부추긴다. 

 

  지크문트 프로이트와 칼 융, 칼 로저스 등 위대한 심리학자들은 무의식에 관심이 많았다. 그들의 책들을 읽으면 과거, 현재, 미래가 무의식 속에 있었고 꿈에서 발현된다. 그렇다면 무의식의 세계는 인간에게 어떤 곳일까? 기억의 유령들이 떠다니는 혼탁한 창고일까? 아니면 잘 정리된 추억 속 앨범 같은 곳일까? 아마 무의식의 세계 속에는 무수히 많은 내가 방황하며 돌아다닐지도 모른다.

 

  상처 입은 나와 상처 주는 나, 사랑 받는 나와 사랑 주는 나, 고통 받는 나와 고통 주는 나, 행복한 나와 불행한 나,

나는 그들과 함께 몸과 마음을 이루어 살고 있다. 그리고 그들은 내가 극복해야 할 한계이자, 성장을 위한 장애물들이다.

 

  추억에 갇혀 지낼 수 없고, 상처에 힘들어 할 수는 없다. 나는 항상 나를 넘어서야 한다. 그게 나를 나답게 만드는 평생의 과업이다.

 

 

9. 도가니 - 황동혁 감독

 

  영화는 관객들에게 진지함과 우울함으로 소통한다.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행하는 파렴치한 행동을 진지하게 지켜봐야했고, 부패한 공직자들의 만행으로 사회적 약자들의 피해를 당하는 모습에서 우리 사회의 현실을 개탄해야했다. 이런 점에서 이 영화는 계몽영화라 생각한다.

 

  영화를 보면서 입에서 욕설이 나올 것 같아 몇 번이나 참았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이니 격한 감정은 자연스러웠다. 그런데 영화에서 나오는 장면들은 어디선가 본 장면들이었다. 파렴치한 인면수심(人面獸心)의 사람들. 부패와 비리에 익숙한 공직자들. 잘못된 신앙을 가진 무지한 종교인들. 현실과 이상을 갈등하는 지식인들. 정의와 인권을 위해 투쟁하는 뜻있는 시민들. 그저 바라만 보는 시민들. 감독은 현재 사회 내 여러 가지 부류들을 대상을 등장시켜 서로 충돌시킨다. 그 결과는 단순하다. 돈과 권력을 가진 자만이 살아남는다.

 

  이 영화가 관객들의 마음을 찌르는 것은, 피해대상이 청각장애인 아이들이라는 점이다. 신체적인 약점을 이용하여 인면수심의 만행을 저지르고, 상황적인 약점을 이용하여 그 만행을 돈과 힘으로 해결하는 권력자들의 모습은 정말 비열하다. 그러니 고라니가 달리는 차에 치여 죽는 것이나, 가난한 아이가 달리는 열차에 치여 죽는 것이나, 별반 다를 것이 없다. 그 방식이 어떠하든 맹수들이 지배하는 곳에 양들이 죽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사람들은 옳은 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다. 다만 실천을 하지 않을 뿐이다. 사회의 어두운 것만을 보지 말고 밝은 것을 보라는 미친 말은 더 이상 하지 말라. 어두운 것이 너무 많아 밝은 것이 보이지 않는다면 그때도 그런 말을 할 것인가?

 

  사회 내에 무관심과 암묵적 융통성이 팽배해질수록, 개인의 생명은 위태로워진다. , 우리가 만들어놓은 사회에 우리가 죽는다는 것이다. 노인을 위한 나라도 없지만 아이들을 위한 나라도 없다. 더 이상 침묵하지 말자.

 

 

10. 그대를 사랑합니다 - 추창민 감독

 

  영화를 보면서 내용을 알고 있음에도 진한 감동을 느꼈다. 노년에 되돌아 볼 수 있는 추억들이라도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나를 비롯해 지금을 사는 젊은 사람들이야 디지털 문명 속에서, 마음만 먹으면 자신의 하루를 통째로 기록할 수 있는 방법들이 있지만, 지금의 노인들은 지나간 시간들을 단지 머리 속에만 기억하면서 살고, 그 기억마저 점점 잊어버려 남는 것이 별로 없다.

 

  사랑과 우정은 어느 연령층에나 동일하게 느낀다. 특히 사랑이란 어릴 때 하면 순수하고 젊었을 때 하면 성숙하며, 늙었을 때 하면 망측한 것이라 말할 수 없다. 왜냐하면 사람의 감정은 세월이 지나면 무뎌질지라도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연령별 잦은 이혼과 패륜, 가정폭력 등이 더욱 심각해지는 지금 시대에, 평생을 함께 하며 사랑할 사람과 우정을 나눌 친구가 우리에게 있는가? 노인들의 사랑과 우정을 우습게 보는 이들에게, 김만석 할아버지와 송이뿐 할머니의 로맨스와 장군봉 할아버지의 외사랑은 말도 안되는 설정이겠지만, 둘의 로맨스에서 사랑의 의미를 찾는다.

 

  노인을 위한 나라가 없더라도, 노인을 허락하지 않는 나라가 있으면 안 된다. 사람은 누구나 늙는다. 그러나 사랑과 우정은 늙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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