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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은 없다 - 당신이 속고 있는 가격의 비밀
윌리엄 파운드스톤 지음, 최정규.하승아 옮김 / 동녘사이언스 / 2011년 9월
평점 :
품절


   경제가 어려워져서 가격은 계속 오르지만, 경제가 좋아졌다고 내리진 않는다. 더욱 흥미롭고 짜증나는 것은, 가격이 오르면 품질도 그대로 유지하거나 좋아져야하는데, 그 반대인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나는 대형마트나 소매상에서 포장은 커졌는데 내용물이 작아진 경우를 심심치 않게 보았다. 그리고 식료품회사들은 기존의 제품과는 다른 신제품들을 만들어내어 “명품”내지 “웰빙”이라는 말로 가격을 약간 올려 판매한다. 이런 상술은 너무 익숙해서 이젠 아무런 기분도 들진 않지만, 잘못되었다고 지적하진 않는다.  


  이 책은 나의 이런 고민들을 해결해 줄 책이라 본다. 출간 당시 보고 싶었던 책이었는데, 제품의 가격이 어떻게 책정되고 가격을 보고 소비자들은 어떻게 반응하는지 행동심리학적 관점에서 해석한 책이다. <넛지> 이후 읽게 되는 행동심리학적 관점의 책들은 일상생활에 잊고 있었던 감각들을 일깨워준다. 
 


  가격이란 우리가 언제나 확신할 수만은 없는 그런 숫자들로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18p>

  저자는 “가격을 매긴다는 그저 평범해 보이는 행동 속에서 우리는 마음속의 욕망을 숫자라는 대중의 언어로 바꾼다”고 말한다. 인간의 감각은 가격을 단순한 숫자로 보지 않았고, 복잡한 감정으로 이끈다. 이 감정은 상황만 달라지면 똑같은 가격이 할인된 가격처럼 보일 수도 있고, 또 바가지요금처럼 보일 수도 있다. 아니면 가격의 변화가 전혀 중요하지 않은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포장의 크기나 가격의 끝자리를 9로 맞춰 눈속임을 하는 것 등은 보기 좋은 속임수이다.

  절대적인 가치에 관심을 갖는다고 해서 절대적 가치를 정확히 인식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금전적 가치를 측정할 때 사람들은 암시의 힘과 대비 때문에 나타나는 환상에 의해, 그리고 앵커링이라는 속임수에 의해 쉽게 휘둘리곤 한다. <67p>

  대다수의 소비자들은 가격에 민감하지만 절대적 가격이 아닌 상대적 가격에 집중한다는 것이 ‘일관된 자의성’이라 불리는 새로운 가격설정이론이다. 즉 인간은 상대적인 가치평가에는 나름 체계적이지만 절대적인 가치평가에는 일정한 기준이 없다. 가격을 올리면 구매가 어렵지만, 가격을 그대로 두고 내용물의 부피를 살짝 줄이면 의심 없이 구입한다는 것이다.

  행동주의적 가격 설정 방식의 핵심 아이디어 중 하나는 팔리지 않는 상품이 팔리는 상품에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220p>

  흥미로운 말인데, 팔리지 않는 상품이 팔리는 상품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마치 명품 매장에서 터무니없이 비싼 가격의 상품들이 소비자들을 유혹하게 한 다음, 명품 매장 내에 다른 상품들이 그에 따른 효과를 보아 소비자들로 하여금 구매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이는 비싼 상품을 전시하여 다른 모든 상품들의 가격이 합리적으로 보이도록 하기 위한 대비효과를 노린 것이다. 일종의 속임수이지만 소비자들의 심리를 이용한 전략이다.  


  이 책은 일상생활에서 가격, 그리고 그 숫자가 얼마나 많은 속임수를 지녔는지 보여준다. 가격은 기업이 소비자를 상대로 하는 교묘한 속임수이지만 기업의 이러한 의도를 잘 모르면 소비자는 항상 피해자가 되거나 알고도 사야하는 멍청이가 된다. 책에는 심리학적 이론들이 많이 나와서 개념을 잘 이해하지 못하면 책을 읽기가 어렵지만, 시간을 두고 한 번에 다 읽기 보다는 천천히 챕터별로 읽으면 매우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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