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말엔 무슨 영화를 볼까?> 10월 4주

 

 

 

 

 

 

  

 

 <킹스 스피치 > 톰 후퍼 감독 

  제2차 세계대전의 영웅들 중 한 사람인 영국의 국왕 조지 6세. 영화에서는 실화를 토대로 극화한 부분이 조금 있지만, 그의 왕위 계승은 형의 부도덕에 따른 불가피한 양위였다. 그래서 성대한 즉위식보다는 어색한 즉위식으로 충분히 위축될 수 있었다. 일부 국민들도 언론의 농간에 말려들어 에드워드 8세를 지지했고, 영국에게는 제2차 세계대전을 앞두고 뒤숭숭한 국가 분위기를 바꿀, 조지 5세와 같은 강력한 리더가 필요했다.  

  이런 조지 6세의 멘토는 언어 치료사 라이오넬 로그. 왕과 평민이라는 신분차이를 넘어서, 로그는 조지 6세의 말 더듬는 것을 치료하고 스스로 극복하게 만든다. 어떻게 보면 충성된 신하가 아닌 충성된 평민이 왕을 구한 것이다. 처음에 조지 6세는 로그의 치료법에 반발했지만, 치료 이전에 자신의 솔직한 이야기를 로그와 나눔으로써, 둘은 신분차이에 관계없이 깊은 친구가 될 수 있었다. 

  오늘날에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 말할 수 없다. 역사적으로 신분차이를 넘어선 사랑과 우정 이야기들은 많다. 중요한 것은 사람을 신분으로 바라볼 것인지, 순수한 인격체로 바라볼 것인지에 대한 서로의 판단과 결정이다. 이 판단과 결정은 신분의 높고 낮음에 있는 사람들 모두에게 해당된다. 왕자와 거지가, 직장 상사와 내가 서로 친구가 될 수 있는 것과, 대통령과 국민들이 서로 깊은 신뢰를 할 수 있는 것은 비슷한 방법에서 이루어진다. 간단하게 처음 친구를 사귀듯이, 서로의 다른 성격과 그동안의 환경적 차이를 인정하되 무시하지 않고 이해하면서, 말을 많이 하기보다는 들어주는 역할을 둘 중 한 명이 먼저 시작하면 된다. 때때로 생기는 오해와 다툼은 서로의 관계가 악화될 수는 계기가 될 수 있지만, 극복할 수 있다면 더 나은 관계 형성을 위한 좋은 이벤트이다. 

 
 

 

 

 

 

    

 

 

<파이터> 데이비드 O. 러셀 

  스포츠 영화들은 큰 틀을 벗어나지 않는다. 거의 실화를 바탕으로 좌절과 승리, 갈등과 극복의 구조는 전형적이다. 여기에 가족과 연인, 친구들이 분기마다 자리잡아 감동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이 영화 역시 이 틀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다만 배우들의 연기가 무척 뛰어나서, 그것만으로도 본전은 하는 영화라 생각한다. 

  예전에 영화 <록키>에서 록키가 이런 말을 했었다. "내 삶에 전성기란 없었어!" 이후 록키는 미키를 만나 세계 최고의 권투선수가 된다. 스포츠계에서 뛰어난 선수에게는 뛰어난 코치가 있기 마련이다. 코치는 선수에게 지속적으로 부족한 점을 찾아 극복하게 만들어야 하고, 경험을 통해 상황에 따른 판단을 내려줘야 한다. 문제는 선수와 코치 간의 신뢰이다. 아무리 코치가 좋은 훈련 스케줄을 짜도, 선수가 하지 않거나 성의 없이 훈련에 임한다면 시간 낭비일 뿐이다.

  살면서 좋은 코치, 멘토를 만나기란 정말 어렵다. 나도 누군가의 코치나 멘토가 될 수는 있겠지만, 정작 나 자신을 코치, 멘토 해 줄 사람이 근래에 필요하다고 절실히 느낀다. 지금 내게 유일한 코치와 멘토는, 책과 영화, 그리고 내가 속해 있는 곳에서 일어나는 일들이다. 내게도 디키가 필요하다.
 


 

 

 

 

 

  

    

 

<라디오 스타> 이준익 감독 

  <라디오 스타>를 보면서 나는 많은 생각을 했다. 20대 초반까지 겁없이 세상 모르게 나의 꿈을 위해 달려왔던 나. 그때는 약간의 노력과 운이 따라 위기의 순간을 넘기고 넘겨 어느 정도 목표성취를 할 수 있었다. 너무 빨리 다가온 '성숙' 이라는 시간, 나름대로 느꼈던 성취와 실패의 느낌. 그래서 쉼을 찾아 군입대를 했고 제대를 앞둔 지금, 나는 준(?)처음로 다시 시작해야한다. 이런 나의 모습이 '최곤' 과 닮아서일까? 과거의 나의 모습이 기억속에서 잘 지워지지 않는다. 사실 그 모든 것은 내가 빛을 발한 것이 아니라 누군가가 내 빛을 반사해줘서 더 빛났던 것인데.. 부모님, 친한 친구, 여자친구.. 군입대 할때 뒤돌아보니 많은 사람들보다 그들이 나를 바라보는 눈빛이 아직도 기억에서 잊혀지지 않는다. 내가 빛을 낸 것이 아닌 누군가가 내 빛을 반사해줘서 더 빛났던 것을 왜 몰랐을까? 재기의 기회를 얻었지만 민수가 떠난 후 최곤의 방황은 아마 그가 최고의 인기를 누리다 추락한 기분보다 더 슬펐을 것이다. 세상에 자신 하나 알아 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것인가. 

  왕년에 누가 잘나가지 않았던가? 그 왕년이 잘 지워지지 않는 사람들에게 <라디오 스타>는 따뜻한 우리 주변인들과 삶에 대한 새로운 의미를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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