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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혼자가 아니에요 - 가정용 곤충에 관한 은밀한 에세이 ㅣ 1881 함께 읽는 교양 9
조슈아 아바바넬.제프 스위머 지음, 유자화 옮김 / 함께읽는책 / 2011년 2월
평점 :
순식간에 책을 읽었다. 내용이 어렵지는 않지만 전자현미경으로 촬영된 삽화는 시선을 머물며 보고 싶지 않다. 책 제목만 보면 삶의 위로가 되어줄 것 같은 제목이지만, 읽어보면 위로보다 절망을 안겨줄 수도 있다. 이 책은 인간과 너무도 가까이에 살지만 보이지 않거나 느껴지지 않는 곤충들과 보이고 느껴지는 곤충들을 에세이 형식으로 소개하는 책이다.
이런 벌레들은 충격적이게도 인간과 비슷한 면이 있는 동시에 괴물 같기도 한 양면을 지니고 있다. <14~15p>
책에 소개되는 벌레들은 우리가 살고 있는 집의 손님들이 아니라 거의 주인(?)들이다. 아무리 청결을 유지하거나 결벽을 추구하더라도 집안 곳곳에 이들은 숨어있으며, 심지어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 몸에 달라붙어 있다.
엄청난 생명력과 번식력으로 인류 문명 이전부터 살고 있었던 그들은 그들 나름대로의 생존방식을 끈질기게 유지했고 외형적 변화가 아닌, 강한 내성을 가진 곤충으로 진화했다. 가끔 우리 주변의 사람들 중에 유별난 사람들을 벌레에 비유하기도 하는데, 별로 좋은 비유는 아니지만 책을 읽어보면 공감이 간다. 책에 소개되는 벌레들은 각각의 개성이 있고 때로는 사람보다 지혜롭다.
과학자들은 “이렇게 많은 파리들을 가로, 세로, 높이로 1인치인 정육면체 안에 넣고 1,000마리씩 단단하게 밀착시켜 덩어리를 만들면 지구에서 거의 태양에까지 이를 만큼 많은 덩어리들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93~94p>
책에 소개된 곤충들 모두 싫어하지만 가장 싫어하는 것은 파리이다. 이제 곧 다가올 여름이 되면 어디서나 볼 수 있고, 거슬림을 넘어선 자극적인 날개소리와 잠시라도 틈을 주면 어디든 착륙하여 혀를 비벼대는 민첩함은 죽이고 싶은 충동이 아닌 이성적 살의를 가지게 만든다.
문제는 아무리 죽여도 파리들은 지구상에서 살아지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그 이유로 책에 짤막하게 속대된 1954년에 있었던 실험내용은 파리의 엄청난 번식력을 보여준다. 아마 지구의 종말 이후에도 어느 행성에 정착하여 계속 번식하며 살지 않을까? 끔찍하다.
번식력이 무척 왕성한 바퀴벌레는 끈끈이나 미끼를 이겨내고 생존할 방법을 찾아낼 때마다 획득한 저항력이 유전자에게 삽입된다. 이 ‘기억’은 후손에게로 전달될 것이고, 따라서 얼마의 시간이 흐른 뒤에는 끈끈이, 분무약, 미끼, 가루약, 이 모든 방법이 효력을 상실하고 말 것이다. 또한 바퀴벌레는 놀라운 후각 능력 덕분에 살충제가 살포된 곳을 피하는 법도 상당히 빠르게 습득한다. <117~118p>
지구가 생겨날 때부터 지금까지, 그리고 이후에도 종족을 이어갈 “살아있는 화석”인 바퀴벌레. 그들의 생존은 경이롭다. 책을 읽어보니 경이로운 생존의 비밀은 놀라운 적응력과 지능적인 진화였다.
정자 없이 알을 날 수 있는 암컷 바퀴벌레의 미친 번식력, 자기 주변의 환경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적응하여 순식간에 안전한 곳으로 대피하거나 저항하는 지능, 무엇보다 자신들이 살아온 삶의 경험(?)을 후손들에게 전달하는 교육정신은 바퀴벌레가 혐오스러운 벌레이지만, “신이 만든 피조물들 중 가장 영리한 피조물이 아닐까?” 라는 생각을 들게 한다. 물론 바퀴벌레는 과학이 발달하든, 인간 스스로 박멸하든 할 수만 있다면 파리와 함께 반드시 사라져야 한다.
책이 지루한 내용이 아니라서 다행이다. 그래서 빠르게 책을 읽을 수 있었으나 다시 볼만큼의 여유(?)는 생기지 않는다. 항상 집안을 깨끗하게 하려는 가족차원의 담합으로 책에 소개된 벌레들을 거의 볼 수 없지만, 혹시라도 집안 어디선가 세력을 확장시키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조금은 신경이 쓰인다. 아마 벌레퇴치회사인 세스코(CESCO)만 책에 소개된 벌레들이 지구상에서 살아지는 것을 원치 않을 것이다.
책을 다 읽고 잠시 든 생각인데, 인간은 살아있는 세균이자 병균이 아닐까? 책에 소개된 벌레들 중 눈에 보이지도 않은 벌레들은 일상생활에서 먼지처럼 내려앉아 바람결에 입으로 들어가 먹기도 했을 것이고, 이미 언론매체를 통해 몇몇 식품회사들의 비위생적인 생산과정이 고발되었듯이, 식료품을 통해서 혐오스러운 벌레들도 몇 번(?) 먹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온갖 세균들과 병균들을 가진 벌레들의 사체가 지금 인간 안에 있다. 설마 자연사로 죽는 인간은 노화가 아닌, 세균들과 병균들의 축적으로 평생 그들의 먹이가 되어 죽는 것일까? 제발 아니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