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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스또예프스끼 평전
에드워드 H. 카 지음, 김병익.권영빈 옮김 / 열린책들 / 2011년 1월
평점 :
품절
내가 누군가의 평전을 읽을 때마다 잠시 동안 망설이는 것은 “평전으로 기록된 대상에 대해 내가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그만큼 평전으로 기록된 사람들은 그들의 삶을 알기 전에 그들이 남긴 유산들을 살펴보아야 삶을 이해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도스또예프스끼 평전>은 엄청난 평전이다. 그의 책을 아직 다 읽지 못한 채 이 책을 읽는 것이 대문호 도스또예프스끼에게 너무 미안한 일이었고, 내 스스로는 자책할 일이었다. 하지만 잠시 그의 삶을 먼저 아는 것은 이해까지 도달하지 못하더라도 앞으로 만날 그의 유산들의 실마리가 되어줄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리하여 도스또예프스끼의 세계는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보다 더 원시적이고 더 근원적인 지역이다. 그것은 낭만파들의 인공적인 황무지도 아니며 더욱이 프랑스의 고전주의 시대 또는 영국의 어거스틴 시대의 잘 가꾼 정원도 아니다. 그것은 오히려 중세기와 르네상스 시기의 접경기에 해당될 것 같다. 그것은 인간이 통제도 이해도 할 수 없는, 어두운 힘들의 숲 속에 트인 작은 공터다. 이 미지의 숲 속을 도스또예프스끼는 반쯤 놀란 눈으로, 그러나 통찰력을 가지고 쏘아보고 있다. <380p>
나는 그의 대작 <까리마조프가의 형제들>을 흥미롭게 읽었다. 친부살해라는 충격적인 사건과 아버지의 죽음 후 세 아들이 겪는 적대감과 내면적, 외면적 고통, 그리고 그로 인해 고민하게 되는 “인간이란 무엇일까?”의 진한 고민들.. 도스또예프스키는 인간의 어느 면을 보고 그런 고민을 하며 이 책을 썼을까? 그의 평전을 읽다보면 그가 활동한 암울했던 시절과 생활에 그만 마음이 숙연해진다.
19세기 말 만 러시아에 만연했던 계급 간 갈등과, 갈등 해소에 전혀 도움을 주지 못하는 지식인과 종교인은 <죄와 벌>과 <까리마조프가의 형제들> 등 도스또예프스키의 문학의 전형적인 등장인물들이었다. 그는 그들을 사정없이 비판하며 아무짝에 쓸모없는 인간들로 묘사하고 있다. 하지만 이를 극복하고 조국 러시아의 사회통합을 위해 화해와 참회를 주는 결말은 지금을 사는 우리 시대 사람들에게도 큰 감동을 준다.
평생 지병인 간질병으로 고통 받으면서도 역작들을 쏟아내며 지금도 많은 사람들에게 교훈과 감동을 주는 도스또예프스키, 나는 그를 언젠가 넘어야 할 산으로 바라보고 있고, 한편으로는 넘지 못할 수밖에 없는 절망감이 들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