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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영희 평전 - 시대를 밝힌 '사상의 은사'
김삼웅 지음 / 책으로보는세상(책보세) / 2010년 12월
평점 :
절판


  책을 받아보니 故 리영희 선생의 고결한 기운이 느껴지는 책이었다. 묵직한 무게와 깨끗한 표지, 그리고 고급스러운 페이지는 내용을 읽기도 전에 엄숙한 느낌이 들었다. 사실 난 리영희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그의 저작을 읽어 본 적도 없고, 단지 임헌영과의 대담을 적은 <대화>는 읽고 있던 중이었다. 그런 중에 이 책을 읽게 된 것은 그의 생애와 사상을 개략적으로 알 수 있는 좋은 근거가 되었다.    

 

  리영희가 유럽 중세에 태어났으면 이단심문소에 끌려가 화형을 당했을지 모르고, 나치시대에 독일이나 프랑스에서 살았으면 레지스탕스가 되었을 것이다. 제정러시아나 스탈린 시대 소련의 지식이었다면 시베리아로 유배되었을 터이고, 문화혁명기 중국에서 살았다면 하방(下放)의 표적이 되었을 것이다. 해방정국에서 북한에 머물렀으면 아오이 탄광에 일생을 묻었을 터이고, 조선시대의 선비였다면 사문난적(斯文亂賊)으로 몰려 출척을 당한 끝에 역모의 누명을 뒤집어쓰고 사약을 받았을 것이다.  <29p> 

  

  평안북도 출생으로 유복한 집안에서 태어난 리영희는 학창시절 뛰어난 모범생이었다. 스스로 "모가 난 학생"이라고 말하여 급장을 하지 못한 추억을 말하지만, 서울로 유학을 하면서 겪는 시대의 격변기 속에 리영희는 서서히 사상가적 기질을 가지게 된다.  

  그는 시대 속에 부조리한 현실을 지켜보아야 했고, 무조건 발언하기 보다는 침묵 속에 있다가 침묵의 때가 지나면 그때 발언했다. 즉, 발언에 대해 무책임한 것이 아니라, 책임을 가지고 침묵 가운데 그가 골몰했던 생각들을 가감없이 말했다. 그게 지식인으로서의 삶이었고 사상가 리영희의 자존심이었다. 

  죽음 앞둔 상황에서도 이명박 현 정권에 대해 "이명박 정부는 미국의 노예정권"이라는 파격적인 발언을 했다. 저마다 침묵하거나 지식의 사각지대에서 남모르게 있었던 비판의 목소리들을 고령의 나이에도 서슴치 않고 사상의 중심에서 말했던 것이다. 책에서도 리영희는 여느 선각자들처럼 죽음보다는 나라를 걱정했고, 자신보다는 동 시대에 사는 사람들을 걱정했다. 

 

  사상과 의식이 깨어있는 사람의 삶은 항상 고통스럽다. 마치 지키는 것보다 포기하는 것이 더 쉬운 것처럼, 지식인의 양심과 학문적 자존심을 지키며 사는 것은 사상의 자유가 형태만 유지된 사회에서 환영 받지 못한다. 리영희 선생 역시 그 부류에 있었고 누구 못지 않는 상석에 있었다.  

  세대가 변하고 있다. 지난 시대에 선각자 노릇을 했던 사람들이 하나 둘씩 세상을 떠나고 있는데, 아직 그들의 뒤를 이을 만한 사람들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느낌이다. 그래서 이 책을 보면서 리영희 선생의 뜻을 기리며 추억할 수 있다는 것은 행운이다. 무엇인가 배울 수 있다면 행복한 것이고 배운 것을 실천할 수 있다면 진정 '지식'이 된다. 간단한 명제를 알고 실천하기가 이렇게 어려울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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