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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실을 향해 쏴라 ㅣ 이카가와 시 시리즈
히가시가와 도쿠야 지음, 임희선 옮김 / 지식여행 / 2012년 1월
평점 :
품절
딱 두 달전이다. 히가시가와 도쿠야의 유쾌, 통쾌, 상쾌한 본격 미스터리를 만난게 말이다. '밀실'이라는 미스터리 분야에서는 다소 식상한 소재를 이렇게 재밌고 개성 있게 그려낸 '밀실의 열쇠를 빌려드립니다'로 깊은 인상을 남겼던 작가 히가시가와 도쿠야, 그의 두번째 밀실 살인과 만난다. 아! 이작가의 밀실 시리즈구나! 하고 알 수 있을 정도로, 이제는 너무나 낯익은 표지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네 발의 총성을 담은 표지에는 복면을 하고 권총을 든 범인, 그리고 우리의 히어로 스나가와 경부와 시키 형사, 도무라 류헤이와 주죠지 사쿠라로 보이는 인물들이 코믹하게 그려져있다.
사건은 한 자루의 사라져버린 권총에 의해 시작된다. 그대들, 자칭 명형사 콤비 스나가와 경부와 시키 형사가 범인을 검거하는 과정에서 범인이 가지고 있던 권총을 잃어버리게 되고 그것이 발단이 되어 2주후 근처 해안에서 노숙자로 보이는 사람의 시체가 발견된다. 그리고 또 다시 그들의 악연이 시작된다. 바로 이들 명형사와 라이벌 관계인, 자칭 명탐정 우카이 모리오 사립탐정과의 대결구도가 재현된다. 노숙자에게서 발견된 메모에 우카이 모리오 탐정사무소의 전화번호가 남겨져있었다. 권총을 잃어버린 두 형사와 권총이 연관된 살인, 그리고 우카이 모리오 탐정의 전화번호... 이번에도 일은 꼬여만간다.
WELCOME TROUBLE
노숙자 살인사건의 가장 강력한 용의자로 우카이 모리오를 꼽는 스나가와 경부, 하지만 우카이 모리오는 그 노숙자가 자신을 돕던 조수같은 인물, 긴조라는 이름을 가진 자였다고 말한다. 시리즈 전편으로 인연을 맺은 도무라 류헤이는 노숙자 살인이 있던 해안에서 주죠지 사쿠라를 만나게 되고 그의 과장 섞인 우카이 모리오의 칭찬으로 인해 사쿠라의 할아버지, 주죠지 주죠는 우카이 모리오에게 특별한 의뢰를 하게된다. 자신의 손녀딸인 사쿠라에게 청혼한 3명의 사윗감을 뒷조사해 달라는...
주죠지 주죠의 저택에 모인 3명의 사윗감, 그리고 우카이 모리오와 그의 조수?. 그날 밤 권총을 든 복면 괴한이 침입하게 되고, 그로 인해 우카이 모리오와 주죠의 집사 사노가 다치고 사윗감중 한 명인 간자키 류지가 죽기에 이른다. 네 발의 총성, 별채 토비우오테이의 살인! 드디어 자칭 명탐정과 명형사들의 기막힌 대결의 총성이 울린다. 자신들의 잘못으로 권총을 잃어버렸고 그 문제를 빨리 해결하려는 명콤비 형사들, 사건에 직접 개입되어 가장 가까이서 사건을 들여다본 명탐정 콤비. 누구의 손에서 범인과 사건이 해결될 것인가.
<밀실을 향해 쏴라> 역시 캐릭터 열전이다. 전편에서 대결 구도로 등장했던 형사와 탐정 콤비들은 여전히 이 작품에서도 맹활약을 펼친다. '유머 본격 미스터리'라는 히가시가와 도쿠야의 특별한 작품세계를 반영하듯 긴장감 넘치는 살인사건의 현장에서나, 사건을 풀어가는 과정에서나 진지함보다는 웃음이란 코드가 그들의 활약을 돋보이게 만든다. 새롭게 조수?로 임명된 니노미야 아케미의 우스운? 활약도 지켜볼 만하다. 탐정 사무소 건물의 세를 받기 위해 활약하는 새로운 집주인 아케미! 벌써 기대되지 않은가?
탐정과 형사 콤비들의 활약에 있어서는 역시 형사들의 손을 들어줘야 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사건 현장으로 출동하는 구급차와 레이싱을 펼치는가 하면, 사체를 살피는 감식반과의 말다툼에서 몇 번씩이나 빵 터진다. 범인을 검거하는 도중에 엉뚱하게 범인에게 사과를 해서 상황을 우습게 만들기도 한다. 반면 별채 살인사건 마지막, 범인과 나누는 대화에서는 그들의 따스한 내면을 들여다 볼 수 있는 특별한 시간을 전해주기도 한다.
'사물이 나타났다가 사라지고 하는 것은 그 사물에 붙어있는 요정의 짓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재개발 계획이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이유는 시청에 둥지를 틀고 있는 예순 넘은 요정들의 소행일까?' - P. 39 -
유머가 단순히 웃음과 재미, 말장난의 반복 만이라면 식상할 수도 있을것이다. 하지만 히가시가와 도쿠야는 그 속에 날카로운 비판을 담아낸다. 이 사회가 가지고 있는 사회적 병폐, 우리가 모른척 지나쳐버리던 날카로운 시선들을 웃음과 유머라는 코드 뒷편에 담아내고 있다. 그것이 우리가 쉽게 웃을 수 있지만 그것을 쉽게 넘겨버릴 수 없는 이유인지도 모를일이다. 하지만 그래도 히가시가와 도쿠야의 이 밀실 시리즈는 꽤나 우습다! 단순히 웃고 넘어가도 누가 뭐라 하지 않을 것 같다. 지친 일상에, 미스터리의 진지함에 지친 독자들에게 쉬어갈 작은 쉼표가 되어줄지도...
밀실 살인, 그리고 유머! 허술해보이는 주인공과 하지만 탄탄한 구성! 특별한 반전은 없지만 대담한 트릭과 유머가 그 부족한 부분들을 충실히 채워주는 히가시가와 도쿠야의 밀실 미스터리가 즐겁다. 자신만의 독특한 작풍으로 밀실 미스터리를 풀어내는 그의 발걸음이 앞으로도 계속 즐겁게 이어지질 희망해본다. 다만 우리에게 '명탐정의 규칙'이 익숙한만큼 그 틀을 벗어나, 명탐정과 함께, 단순히 우스꽝스러운 형사 콤비가 아닌 어느 정도 비중있는 모습의 그들이기를 바랄뿐이다. 더불어 앞으로도 유머 본격 미스터리라는 이름이 어울릴 즐거운 웃음과 유머로 그 특별함을 새롭게 새롭게 써내려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