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하는 아우야! - 법정스님 친필편지
박성직 엮음 / 녹야원 / 2011년 4월
평점 :
절판


소유(無所有), 그리고 '버리고 떠나기'하면 어김없이 떠오르는 이름이 있다. 벌써 일년! 이란 시간이 훌쩍 지나가버렸다. 유난히 나라의 어른들을 많이 잃어버린 2010년의 어둡고 길게 느껴지던 그 시간들이 아직도 선명한 기억속에 자리한다. 인생의 마지막까지 버리고 떠나기, 무소유의 삶을 보여주신 법정스님의 확고하고 단호한 한마디 한마디, 간혹 간혹 보이던 자비로운 미소와 따스한 말씀 말씀이 아직도 메아리처럼 가슴속에 자리한다.

 

법정 스님의 입적 후, 스님의 책을 출판하지 말라는 말씀때문에 '무소유'를 비롯한 스님의 작품들에 대해서 더 많은 관심과 무소유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의, 불타오르는 소유욕으로 한동안 세간이 어수선 했던 것도 사실이다. 법정스님에 대한 이와 같은 인기는 1976년 출간된 '무소유'에서 시작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리라. 그리고 그 관심과 인기는 '버리고 떠나기', '오두막 편지', '내가 사랑한 책들' 등에 이어지며 진실된 말씀으로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감동의 메세지를 전해주었다.

 

우리는 필요에 의해서 물건을 갖지만, 때로는 그 물건 때문에 마음이 쓰이게 된다. 따라서 무엇인가를 갖는다는 것은 다른 한편 무엇인가에 얽메인다는 것. 그러므로 많이 갖고 있다는 것은 그 만큼 많이 얽혀있다는 뜻이다. - 무소유 中에서 -

 

2010년 무소유를 남기고 떠나가신 법정스님, '무소유'라는 작품을 통해 만나게 된 1976년! 이제 우리가 아는 법정 스님의 모습, 이전의 시간속 여행을 떠나볼까 한다. 1955년 법정스님께서 불교에 귀의해 출가하시던 시기에서 '무소유' 이전의, 조금은 젊은 모습이 남아 있는 청춘의 법정을 만나보려 한다. <마음하는 아우야!> 는 법정스님의 친필 편지글을 모아 놓은 작품집이다. 법정스님의 사촌 동생인 박성직과 마음으로 주고 받은 솔직하고 정성스런 스님의 진심을 엿볼 수 있는 아주 특별한 작품이다.

 

'차도남'이라해도 어울릴, 핸섬해보이는 하지만 왠지 긴머리가 조금은 어색해보이는 한 젊은이의 모습이 있다. 1955년 출가하게 된 젊음이 가득한 법정스님의 모습이 낯설다. '내 책들도 잘 있는지 모르겠다.' 라는 편지글로 동생과의 대화는 시작된다. 자신이 두고온 책에 대한 걱정, 돈을 꾸어서라도 필요한 책을 사서 보내라는 책에 대한 열정. 이 짧은 서신 속에서도 스님과 책의 깊은 연정을 느낄 수 있을 것도 같다. 출가 이후에도 안부를 물을 정도로 아끼던 책들을 스님은 동생 학비를 위해 팔아 쓰라고 말하기도 한다. 책에 대한 연정 만큼이나 동생에 대한 따스한 사랑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날마다 되풀이되는 생활이라고 해서 조금이라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어제보다는 오늘이 더 새로워야 하고, 또 오늘보다 내일은 한 걸음 앞서야 되는 것이다.'


 

'미안하다, 죄스럽다.' 출가한 자신에 대해서 집안에 대한 배반이라며 자책하는 법정 스님의 목소리에선 손 끝마져 떨려온다. 열다섯 소년과 막역지우처럼 지극한 사랑과 관심을 나누는 법정스님의 편지속에선 오랜 세월의 흔적이 남아 누렇게 변해버린 시간의 흔적처럼 왠지 모를 따스함이 묻어나는듯 하다. 출가를 결심하고 여러가지 속세의 걱정과 고민들이 스님의 펜끝에서 떨리는듯 고스란히 전해진다. 1970년을 넘어서는, 출가한지 10여년이 지난 즈음에는 이미 초반에 가졌던 속세의 걱정과 고민보다는 편안하고 부드러운, 우리에게 익숙한 그 '스님'의 말투가 펜 속에 묻어나는 듯하기도 하다.

 

속세를 떠난 스님으로서의 삶도 그렇지만, 이 작품은 불가에 귀의해 있으면서도 속세와 인연의 끈을 부여잡은 인간 법정의 향기가 고스란히 담겨있어 느낌이 좋은 작품이다. 고뇌하고 고민하고 자신이 생각하는 뜻을 '마음하는' 동생에게 전하는, 법정스님과 관련된 기존의 작품과는 또 차별화되는 특별한 느낌을 전해준다. 검소하고, 아니 가난하기까지 하지만 자신이 가진 신념을 지키려는 법정 스님의 고결한 인품과 생활 방식에 자연스레 고개가 숙연해지기도 하다.

 

'진실 하라는 것이다. 일체의 생활에 진실이면 통한다. 설사 눈앞에 손해 볼 일이라 할지라도 진실이면 그만이다. 무슨 일이고 처음부터 끝까지 진실하여라.'



작가가 열다섯 소년에서 서른 살 청년이 되기까지, 긴 시간동안 주고 받은 일상의 안부와 진심 어린 충고가 가득한 빛바랜 편지를 들여다보고 있자니... 아직 무르 익지는 않았을 지언정 법정스님이 지금의 젊은 세대 들에게 들려주고자 하는 따스한 시선과 말씀을 느낄 수 있는듯하다. 수많은 고민과 걱정을 가진 젊은 시절의 법정, 출가하여 구도의 길을 접어든 법정에게선 젊은 시절에 채워야할 책과 사색이라는 특별한 가르침을 배우게 된다. '무소유'로 점철되는 그 깊이 그대로...

 

반값 등록금 투쟁을 위해 다시금 촛불을 손에 든 우리 학생들에게 더욱 가슴아픈 것은 마음을 내어줄 사회의 어른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음도 한 자리를 차지할 것이다. 어둡고 암울한 미래, 하지만 가슴 내어줄 법정스님과 같은 인자한 미소가 그 어디에도 없음이 그들의 이 시간을 더욱 아프게 만든다. 남은 이들에게 내어준 따스하고 인자한 형님의 목소리로, 법정 스님은 이 시대의 청춘들에게 법정이란 이름 이전, '제철'형님의 시선과 목소리를 들려준다. 빛바래고 낡은 그 편지지 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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