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혈교사 도전기 - 아이들이 꿈꾸는 희망 교육 Social Shift Series 6
웬디 콥 지음, 최유강 옮김 / 에이지21 / 2009년 7월
평점 :
절판



가장 존경하는 사람이 누구냐?는 질문은 참 어려운 질문이다. 그렇지만 개인적으로 그 질문에 대해 한명은 자신있게 이야기 할 수 있을것 같다. 바로 '나의 누나' 이다. 3살 더 많았던 누나는 꽤 우수한 성적으로 고등교육을 마쳤지만 아버지의 반대로 대학진학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직장생활을 하면서도 막내였던 나에게 용돈과 한, 두학기의 등록금까지 선뜻 내밀었던 누나가 몇년 후, 적지않은 나이에 대학에 진학한다고 했다. 너무나 하고 싶어했던 공부, 누나의 표정은 너무 아름답고 향기로웠다. 너무 기쁘면서도 누나가 너무 크게 느껴졌다. 부유하지도 않았지만 넉넉하지도 못했던 우리에게, 나에게 누나는 그렇게 멋지고 존경스러운 사람이었다.

 

<열혈교사 도전기>라는 이 책을 읽으면서 문득 이런 누나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다. 누나에게도 더 많은 기회와 여건이 있었다면 조금더 일찍 그렇게 자신이 하고파 하던 교육의 시간을 갖을 수 있었을텐데 하는 아쉬움과 고마움, 그리고 존경스러운 마음이 교차한다. 이 작품은 미국 교육에 대한 해부이자 미국 교육의 긍정적인 변화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 있다. 교육의 불균형, 입시 지옥속에 살고있는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에 던지는 새로운 변화의 바람이 되기에 충분한 작품이다.

 

Teach For America, TFA는 비영리 교육단체이다. 웬디 콥이 구상하고 설립한 미국의 교육 개혁을 위한 변화의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단체이다. 우수한 대학의 엘리트들이 낙후된 지역과 저소득 자녀들의 공부의 기회를 제공해주는 TFA는 벌써 창립 20주년을 맞이했다고 한다. 이 작품을 통해서 기존 교육질서에 대한 변화의 바람을 몰고온 웬디 콥의 험난하지만 열정 넘치고 사랑 가득한 도전기가 흥미진진하게 이어진다.

 

교육! 우리에게도 이 단어는 정말 골머리가 아픈 단어임에 틀림없다. 2008년 우리나라의 사교육비가 18조 7천억원이라고 한다. 우리나라 예산의 10분의 1에 맞먹는 어마어마한 금액이다. 단순히 돈의 낭비 뿐만아니다. 청소년기 아이들이 누리고 경험해야 할 여러가지 다양성은 사라지고 오로지 교육, 대학에 목 메인 아이들의 신음이 온 나라를 뒤덥는다. 아이들뿐만 아니다. 가구 소득의 20~30%에 달하는 사교육비에 가족경제는 파산지경이고 기러기 아빠가 늘어나고, 조기 유학으로 가족은 해체의 위기에 몰려있다. 그리고 이것은 단순히 교육이라는 분야에 한정된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인 커다란 이슈라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이뿐인가 사교육비를 줄이겠다며 내어놓는 정부의 정책들이란 하나같이 단발성이고 실효성이 떨어지는 현실적이지 못한 것이 대부분이고 그로 인해 새로운 편법과 탈법까지 부추기고 있다. 수시로 변화하는 교육정책이 만들어낸 교육의 위기, 사회의 위기는 이제 어디서부터 메스를 델 수 있을지 가늠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한국 교육의 위기, 우리사회의 위기가 바로 이 교육에서 시작되는 것이다. 이런 우리 사회의 위기를 극복하고 새로운 교육의 모습으로 탈바꿈하기 위한 작은 변화의 바람을 이 책속에서 찾았으면 한다.

 

TFA는 교육부문의 노블레스 오블리제 Noblesse Oblige 가 아닐까 생각된다. 미국의 내일을 위해 열정과 사랑을 선뜻 내어놓은 우수한 대학생, 그리고 낙후지역과 저소득층의 교육을 위한 지원금을 내미는 깨어있는 그들의 모습에서 뭉클한 감동까지 느낄 수가 있다. 어쩌면 TFA는 우리의 '야학'과도 유사한 면을 가지고 있다. 평등한 교육의 기회를 제공해주기 위한 숨겨진 천사들의 열정을 그대로 느낄 수 있었던 야학과 그 맥을 같이 한다. 평등한 교육기회를 위해 열정을 다한 웬디 콥과 TFA가 잊고 있었던 소외된 우리의 교육현실과 교육의 변화에 새로운 활력소와 롤 모델이 되어줄 수 있을 거란 기대를 가져본다.

 

미국이라는 나라는 선진국이면서도 그 속에서 보이는 이중적인 구조에 가끔 놀랄때가 있다. 영화 '식코'를 통해 그들의 의료보험 제도에 대한 문제점들을 보기도 했고, 이 책을 통해 교육의 현실도 들여다 보게 된다. 자본주의속에서 소외되고 외면당하는 소시민들의 애달픈 고통들이 느껴진다. 우리의 현실도 그리 달라 보이지 않는다. 현정권들어 점점더 계층간, 지역간 갈등이 격화되고 감정의 골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강부자 고소영 정권이라는 비아냥처럼 가진 자들을 위한 정책들, 더불어 소외되고 외면당하고 짓밟히는 현실이 교육부문에서도 그리 다르지 않아 보인다.

 

어디에서부터 메스를 댈 것인가? 메스를 댈 수는 있을까? 메스가 아니라 더 좋은 방법과 정책, 자구적인 노력들은 가능할까? <열혈교사 도전기>는 교육에 대한 이런 우리의 다양하고 복잡한 질문에 대해서 작은 실마리를 제공해준다. 단순한 아이디어를 20년이 넘는 오랜 시간동안 가꾸고 만들고 정착시킨 웬디 콥의 열정에 박수를 보내면서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새로운 교육의 바람을 온몸으로 받아들이고 맞았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본다. 태풍은 아니더라도 작고 싱그러운 초록 바람이 불어오기를 희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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