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나의
이치카와 다쿠지 지음, 맹보용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6월
평점 :
품절



호쾌한 웃음을 원한다면 오쿠다 히데오를 찾고, 짧지만 강한 임팩트를 지닌 SF를 원한다면 호시 신이치를, 미스터리 소설의 묘미를 느끼고 싶다면 히가시노 게이고나 미야베 미유키를, 조금은 울컥한 사랑을 원한다면 에쿠니 가오리와 만나보기를 권하고 싶다. 비현실과 현실의 경계에선 무라카미 하루키나 온다 리쿠를 만길 바라고 평범을 무섭도록 낯설게 그리는 능력을 지닌 요시다 슈이치의 작품은 무조건 만나보길... 그리고 순수한 사랑이야기가 필요하거든 이 작가의 이름을 기억해야 한다. 이치카와 다쿠지! [지금 만나러 갑니다]로 수많은 이들의 가슴을 울렸던, 순수하고 환상적인 사랑을 추억하던 많은 이들에게 다시금 그는 그만이 표현할 수 있는 '사랑' 이야기를 내려놓는다.

 

유코와 이노우에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너는 나의>속에는 유코와 이노우에의 두가지 이야기가 담겨 있다. 표제의 [너는 나의]와 [VOICE 보이스]. 두 이야기 모두 유코와 이노우에의 조금은 색다르고 순수한 사랑이야기로 이루어진다. [너는 나의]는 '벤자민 버튼...' 을 연상케하는 작품으로 어느 순간부터 어려지기 시작하는 아내 유코의 모습, 그 속에서 찾아가는 사랑의 이미지를 모아내고 있고, [VOICE 보이스]는 유코의 마음속 목소리를 듣게되는 이노우에의 안타까운 사랑과 이별을 그리고 있다.

 

"세상의 넓이, 인연이 있는 사람들의 숫자, 그리고 지나온 시간들의 길이는 큰 의미를 지니지 않아. 어차피 행복이란 이 조그만 마음속에 존재하는 거니까"

 

조금만 마음속에 그려지는 사랑을 자신만의 독특한 색깔로 그려내는 작가 이치카와 다쿠지는 또다시 우리곁에 사랑이 주는 따스한 눈물 한 줌을 들고 다가왔다. [지금 만나러 갑니다]에서 죽은 아내 미오가 잠시 남편과 아이, 타쿠미와 유지와 함께하는 6주간의 시간을 그려냈던 그 환상적인 설정과 사랑의 안타깝고도 가슴 따뜻한 이야기가 아직도 선명하다. 이렇듯 독특한 설정속에서 순수한 사랑을 그려냈던 이치카와 다쿠지는 이번에도 어김없이 독특한 두 이야기를 통해서 이기적이고 너무 쉬운 사랑을 배워가는 우리들의 가슴에 사랑만이 가능하게 만드는 특별한 사랑을 쏟아내고 있다.



'너의 인생은 짧았지만 그래도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의 진정한 의미를 알았고, 많은 행복을 누릴 수 있었다.'

 

수없이 찾고 헤매이지만 언제나 제자리로 돌아와 버리는 것이 사랑이다. <아버지>라는 책속에 이런 말이 있다. 사랑이 무엇이냐라는 질문에 '사랑은.. 내 아내입니다'라고 말하는... <너는 나의> 속에서도 이와 비슷한 말이 보인다. 마지막 떠나가는 유코에게 조용히 작은 목소리로 "사랑해 유코...너는 나의 단 하나뿐인 둘도 없는 아내잖아" 라고 말하는 이노우에의 사랑이 바로 그렇다. 사랑은 아마도 동양화가 주는 느낌과도 비슷하다라는 생각을 갖게된다. 여백이 주는 아름다움과 깊이 있는 여운... 사랑이 자리를 잠시 벗어났다고 해도 그 사랑이 간직했던 향기는 오래도록 기억되는 것과 같이 말이다.

 

편안함 속에서 이야기는 빠르게 전개된다. [VOICE 보이스]가 먼저 인터넷에 연재되었고, 그 다음에 [너는 나의]가 탄생했다고 한다. 하지만 [너는 나의]속 '목소리'가 내게는 더 선명하고 아름답게 느껴진다. 유코와 이노우에, 같은 이름을 가진 이들의 등장으로 두가지 이야기가 이어지는 듯한 착각을 갖게된 건 이 작품을 읽는 이들의 공통점인 것 같다. 독특한 설정도 그렇지만 책을 읽는 동안 이야기 속에 빠져들게 만드는 이치카와 다쿠지의 매력이 여기서도 유감없이 드러난다.

 

온 세상을 돌고 돌아도 내가 만나고 싶은 사람은 오직 당신뿐!

 

작가는 여전히 순수하고 아름다운 단 하나의 사랑만을 외친다. 그의 사랑은 여전히 따스한 온기를 지니고 있다. 현실의 사랑이 우리가 원하는 만큼 순수하고 따스하지 못하기에 그가 그려내는 사랑에 많은 이들의 감성을 울리는 것일지도 모른다. 쉬운 만남과 더 쉬운 이별이 가득한 세상속에서 순수하고 감동적인 향기를 지닌 이치카와 다쿠지식 사랑이야기는 또 그렇게 우리를 매혹시킨다. 사랑이라는 이름속에 환상과 현실이 부딛히고 어우러져 공존하듯, 그의 이야기속에 담긴 사랑이야기는 환상과 현실을 넘나드는 즐거운 재미와 감동을 선사하고있다. 섬세하게 그려낸 사랑의 작은 활자속에서 사랑, 이 두글자의 순수한 향기를 시간속에 묻는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