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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길동전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00
허균 지음, 김탁환 엮음, 백범영 그림 / 민음사 / 2009년 1월
평점 :
"과거를 지배하는 자가 미래를 지배하며 현재를 지배하는 자가 과거를 지배한다."
( George Orwell 조지 오웰 )
영국의 작가 조지 오웰의 이 말에서 우리가 고전을 읽어야 하는 이유를 찾아본다. 물론 이 말은
단순히 고전의 필요성에 대한 언급만은 아닐것이다. 역사도, 사회도, 문화도 마찬가지 이겠지만
누구나 자신이 원하는 말만을 듣고 말하려 하듯이 개인적으로는 이 말이 고전의 필요성을 역설
하는 말로 들린다. 현재를 사는 우리가 과거를 찾고 과거를 올바로 이해함으로써 미래를 이끌어
나갈 수 있다는 것이 바로 이말의 요지로 보인다. 따라서 고전을 알고 만나고 일깨우는 일이 곧
새로운 미래를 여는 초석이라 생각할 수 있는것이다.
민음사의 11년에 걸친 고전 알리기의 노력이 세계문학전집 200권이라는 우리 문학사에 새로운
이정표로 자리잡게 되었다. 더욱이 그 200번째 작품으로 선정된 작품이 우리 고전의 정수인
<홍길동전>이라는데 더 큰 의의가 있다고 하겠다. 조선시대를 배경을 시대적 억압과 사회부조리
를 바로잡는 영웅의 활약상을 담아낸 이 작품이 문학사의 새로운 이정표, 그 한가운데 우뚝 서
있다는 사실이 무척이나 뿌듯한 마음을 갖게 만든다. 단순히 외국 고전작품들의 번역에 머물지
않고 구운몽, 춘향전과 같은 국내 작품들의 격을 한단계 상승시키는데에도 민음사의 노력을 크
게 빛을 바라고 있는듯 보인다.
누구에게나 익숙한 우리의 영웅, 홍길동과 [혜초], [방각본살인사건]...등 수많은 작품들로 독특
한 역사적 시각과 재미를 선물해주었던 김탁환의 만남이라는데서 이 작품 <홍길동전>은 시선을
사로잡는다.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억압된 신분제도, 관료들의 부조리와 백성들의 착취, 승려들
의 부패 등 조선시대 전반에 걸친 사회적 병폐들을 한 영웅의 등장에 의해 꿈꾸듯 풀어나간 환상
소설이 바로 <홍길동전>이다. 누구나 한번쯤은 꼭 만나봤겠지만 개인적으로는 홍길동의 마지막
이 어떤 모습이었는지 잊고 지내왔었다. 임금에게 병조판서를 제수받고 조선을 떠나 제도로 들
어 가는 길동과 요괴 을동을 만나 그들을 처치하고 세명의 부인을 얻게되는 일, 율도국을 정벌
하는 장면 등 잊고 있었던 홍길동의 마지막을 새로운 느낌으로 만난다.
초반 길동을 죽이려하는 의붓어미 초낭이 보낸 자객을 물리치는 장면부터 활빈당에서 축지법과
변신술을 부리는 모습까지 환상소설의 특성을 띄는 이 작품속 길동의 모습은 당시 시대상 속에서
내제된 사회 문제와 병폐를 해결하고 처리하는 유일한 방법이었을 것이다. 신분제로 꽉 막혀있는
사회구조, 승려와 탐관오리들의 오래된 병폐, 백성들의 신음을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통로가 바
로 현실을 뛰어넘는 영웅의 활약인 것이다. 임진왜란으로 얼룩진 가족사와 현실을 뛰어넘고자 하
는 사회적 갈망이 엇갈리던 문장가이자 혁명가인 허균이 꿈꾼 이상향을 <홍길동전>속에 담아낸
듯 보인다. 자신이 꿈꾸던 세상, 환상적인 영웅의 아니고서야 바뀔 수 없을것 같은 조선시대의
뿌리깊은 병폐들을 바로잡으려했던 혁명가 허균의 모습이 홍길동의 뒷모습속에 오버랩된다.
얼마전 자신의 눈과 가슴을 뜨겁게 달군 100권의 책을 한권에 담아낸 김탁환의 [뒤적뒤적 끼적
끼적]이란 작품의 출간소식을 들었다. 작가로서도 그렇지만 독자로서 그가 만난 특별한 작품들
의 이야기가 책속에 담긴듯하다. 이 작품 <홍길동전>을 만나고 김탁환이라는 작가만의 매력과
책을 대하는 열정을 떠올리며서 김탁환이 추천하는 100권의 특별함이 담긴 책들!을 꼭 만나봐
야겠다는 마음의 약속을 하게된다.
<홍길동전>은 완판본과 경판본 그리고 영인본 세가지 구성으로 이루어져 있다. 경판본의 약간
딱딱함보다는 완판본은 부드럽고 자연스러운 이야기구성이 맘에 든다. 또 하나의 잊고 있었던
고전을 만났다. 정진홍 교수는 <인문의 숲에서 경영을 만나다 2>속에서 새로움을 위한 기본을
이야기하는 인문, 그 인문학의 근본에 고전이 있다고 말한다. 새로움을 위한 기본이 바로 고전
과 만나는 일인것이다. <홍길동전>을 만나는 일, 이것은 잊혀졌던 고전과 만남으로써 새로움을
찾고 밝아올 또 다른 미래와 조우하는 일이다. 개인적으로는 이 작품을 통해서 민음사의 세계
문학전집시리즈를 만날 용기와 김탁환이란 작가의 또 다른 작품세계와 함께 할 기회를 선물받
을 수 있어서 즐거운 시간이었다. 또한 이시대 홍길동과 같은 영웅을 꿈꾸는 우리를 발견하면
서 변하고 바뀌어야 할 우리 사회의 모습은 어떤것인지 잠시 생각해보게된다.
사실은 영웅을 꿈꾸는것이 아니라 영웅이 필요없는 그런 사회를 꿈꾸는 우리의 모습을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