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트르타에서의 짧은 여정을 마친 두사람은 다음날 아침  Le Havre로 향했다.  

몽생미셸에서 출발하여 에트르타로 오기 전 밤9시경 기차로 닿았던 바로 그 곳,  르 아브르로 되돌아간 것이다.    

 

 Gare du Havre-르아브르 역을 나오면 노랑 횡단보도 길건너편에 여행자들을 위한 수많은 호텔들이 즐비하다. 그중에서 두사람은 가장 코앞에 있는 호텔로 결정했다.

두사람은 르아브르에서만 3일정도 머물렀다. 원래는 이틀정도 머물면서 에트르타와 옹플뢰르까지 모두 돌아보는 일정에다가 이후 이틀 정도를 '안시'로 가는 계획이었으나 그 계획이 취소된 것이다. 당시 안시에는 두사람 중 한사람과 같은 일을 하는 P씨와 K씨 부부가 머물고 있었는데 두사람이 그곳으로 가서 조우하기로 했던 것이다. 그러나 양쪽 여행자들에게 모두 갑작스런 사정이 생기고 말았던 것이다.
하여 두사람은 프랑스 북부지방의 정취를 즐기며 그들만의 오붓한 시간을 좀더 갖기로 결정했다. 

 왼쪽의 상가건물 윗층이 호텔이고 아래층은 각종 업소들이 들어잇다. 케밥을 파는 식당, 셀프 세탁소 등등... 르아브르 역사 앞 도로는 공사중이어서 빨갛고하얀 공사구획알림용 구조물들이 늘어서있었고 역주변이라그런지 아무래도 아랍계 사람들이 많이 살고 있는듯했다. 저 길을 따라 앞으로 쭉 가면 르아브르 대학과 스포츠센터 건물이있고 대형 마트인 까르푸도 있다.  

두사람은 호텔에 짐을 내려놓고 밖으로 나와서 사람들에게 물어 까르푸로 갔다. 그리고 그곳에서 먹을거리를 샀다. 그곳에서 2-3일정도 머물예정이었으므로 그동안이라도 마음편히 먹을것을 챙겨먹을 생각이었다. 

 

 프랑스에 떨어진지 6일째. 그동안 두사람은 주로 바게트 샌드위치만 사먹었다. 불과 하루정도씩밖에 한곳에 머물지 못하니 이렇게 많이 사들고 다닐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3일정도 머물게되었으니 마음에 여유가 생긴까닭도있지만 그동안만이라도 재료를 사다가 샌드위치를 만들어먹는게 오히려 비용절감면에서 이득이라고 판단했던 것이다. 생명수인 물도 넉넉하게 사다 두고 먹을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었다. 물은 거의 돈주고 사먹어야 했기 때문이다. 식당에 가도 마찬가지였다. 나중에 파리에 갔을때는 물을 달라고 하면 그냥 주지만 그전에는 절대로 그냥 주지 않는것도 우리와달랐다. 이탈리아는 식당에서도 당연히무조건 물을 사먹어야했다.  

아무튼 두사람은 이날 간만에 과일도 먹고 통닭구이도 뜯었다.곁들여 싸구려 와인도 한잔! 여행내내 시작된 첫날부터 두사람은 거의매일 와인 혹은 맥주 한두잔을 마셨다. 매일 거의 하루도쉬지않고 아침부터 저녁까지  거리를 누비고 다녔던 탓에 해가진 뒤 숙소로 돌아오면 지친 몸을 쉬기위해 적당한 알콜이 필요했떤 것이다. 가끔은 그렇게 마시다 호텔이 떠나가게 싸우기도 했지만 말이다. 아  그때 한사람은 다음날 당장이라도 한국으로 돌아가고싶어서 몸을 떨었으나 말도 통하지 않는 곳에서 그것은 그저 간절한 희망사항에 불과했다...울며겨자먹기로 다시 날이 밝으면 여행일정을 위해 분을 삭여가며 길을 나서곤 했던 것이다...

간만의 만찬(?)으로 점심을 해결한 두사람은 오후 르아브르 거리로 나섰다.   

 역에서 멀지 않은 곳에 르아브르 대학이 있었다. 건물마다 유리창에 아래와 같은 이미지들이 그려져 있어서 관련 전공이 무엇인지 짐작하게 했다.

 건물의 유리창에 그려진 악기연주자, 무용수의 모습 등으로 미루어 짐작하건대 예술대학일 듯.

 

 거리를 오가는 사람들의 옷차림을 보면 특이한 점이 있다. 북부지방이라 아침엔 서늘한 날씨지만 한낮에는 햇볕이 매우 따가운 것도사실이다.그렇다보니 그곳은 8월인데도 반팔이나 민소매 옷차림을 하는 사람이있는가 하면 두터운 스웨터를 입고 목도리를 하고 심지어는 겨울용 모직 코트, 혹은 가죽 점퍼를 입고 다니는 사람들을 동시를 만날 수 있다.  

두사람도 아침엔 바람막이에 긴팔 옷을 입고 숙소를 나서지만 한낮에는 그것들을 다 벗어제치고 다녀야만 했다. 그렇게 하루 일교차가 크기 때문인지 한낮에도 그냥 겨울 외투를 입은 채로 땡볕아래를 활보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렇게 두껍게 입거나 혹은 더위를 느끼더라도 그늘진 곳에 들어가면 매우 시원하기 때문에 그게 가능한 것이다.  

두사람이 나중에, 파리에 갔을 때는 9월 중순이었는데 한낮의 햇볕은 머리가 터질만큼 뜨거웠다. 그런데도 어느날인가 아침 날씨가 제법 쌀쌀해진 날, 겨울용 어그부츠에 털 코트를 입고 털 목도리를 두른 여자를 뜨거운 정오의 길거리에서 본적이 있었다. 그것을 본 한사람은 아무리 제멋에 산다지만 정말 니멋대로 사는구나! 하고 혀를 내둘렀다는....   

그러나 그렇게 계절을 무시한 나만의 멋으로 옷을 입어도 두사람같은 이방인 말고는 아무도 그 사람을 이상하게 바라보지 않았다. 그런 자유가, 프랑스가 패션의 도시라는 닉네임을 얻게 된 진짜 이유였던 것은 아닐까.

 

르아브르 시청. 시청 앞에는 넓은 광장이 만들어져 있고 여기저기 분수와 연못이 있다. 근처 해변에서 날아온 갈매기들도 흔히 볼 수 있었다. 사람들은 이곳에 가족들끼리 나와 거닐며 바람을 쏘인다. 

 이곳 역시 매우 깔끔하게 정리되고 관리되고 있었다. 자칫 냄새가 나거나 오물이 있을 수 있는 연못의 수질도 마찬가지였다....가는 곳마다 왜 이렇게 깔끔하냐는 말만 되풀이하게 되는지 두사람은 어느새 자신들이 바보같은 생각이 들기도 했다.


시내를 걸어다니다 보면 여기저기 공원이 눈에 띄었다. 이 정원도 잡초가 조금도 자랄 틈도 없을 만큼 한눈팔지않고 관리가 되는지 보자마자 드는생각은 일단 깔끔하다는 것이었다.  

도시를 관리하는 이들의 눈물겨운 노력이 대단하게 생각되기도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너무나 자로 잰듯 빈틈없는 도시의 이곳저곳이 오히려 답답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저렇게 완벽하게 관리되고 있는 정원에 누가 함부로 다가가 꽃을 꺾을 용기를 낼 것인가.... 

 

공원의 한쪽에는 사람들이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그늘진 벤치가 마련되어 있었다. 모습이 온전히 드러나지 않아 더욱 멋진 두사람의 한 컷.

 

르아브르는 센강 어귀의 북안에 위치하며, 영국해협에 면한 무역항이다. 미국·영국·아프리카 등지에 이르는 항로의 기점으로서 면화·커피·코코아·비철금속·고무·천연가스·석유 등의 수입항이자 공업제품의 수출항이기도 하다. 

 

한사람은 이번 여행에 나서기 전까지는 프랑스에 르아브르라는 곳이 있는 줄도 몰랐다. 말로만 듣던, 우리가 아는 프랑스여자 이다도시의 고향이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는 프랑스 북부 노르망디지방이 어떤 곳인지, 두사람은 처음으로 경험한 것이다.  사실 한사람은 이번 여행에 별로 긍정적이지 않았다. 더 오래 꼼꼼하게 준비했어야 하는데 그럴 여유가 부족하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더구나 한국에서도 안가본 곳이 가본 곳보다 100배는 더 많은 한사람으로서는 제 나라도 잘 모르면서 물 설고 말 설은 낯선 나라에 간다는 사실에 설레임보다는 두려움이 더 컷던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첫발을 파리 공항에 내려놓는 순간부터 '어떻게 두 달을 여기서 떠도나' 싶어 눈앞이 캄캄하기도 했던 것이다.

여행은 늘 새로운 경험을 갖게 한다. 책으로 알던 것을 눈으로 확인할 기회를 주기도 하며 태어나 죽을 때까지 어쩌면 한번도 가보지 못할 수도 있는 뜻밖의 장소를 체험함으로써 이후 영원히 잊지 못할 기억이 될 것이다. 가난한 여행을 하지만 돈은 끝없이들어가고 남는것은 힘들고 고생스러운 경험뿐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럼에도 시간이 흐를수록 새록새록 떠오르는 것은 즐겁고 행복했던 순간들뿐이다. 이상하다....거의 매번 화장실을 찾아 헤매는 시간이 끔찍했고 거의 매번 물이 밖으로 넘치는 그들의 욕실 시스템이 최악의 불만족이었으나 이제와서는 해 볼만한 경험이었다고 생각하다니!  

시간은 지나간 기억을 이왕이면 아름답고 소중한 추억으로 재구성하게 만드는 특별한 힘이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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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사람 2011-02-21 23: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르아브르가 저렇게 자로 잰 듯 정돈되어 깔끔하기 그지없는 데엔 사실 그럴 만한 이유가...
2차세계대전 전만해도 세계적인 항구도시였다가 전쟁으로 인해 거의 폐허화된 뒤,
프랑스가 아주 작심하고 계획적으로 달려들어 도시를 새로 일으켰다지.
국가적 차원에서 비교적 빠른 세월 안에 최고의 성과를 거둔
전후복구의 대표적 사례라 하더이다.
대신 프랑스의 여타 도시처럼 고풍스러운 미는 좀처럼 보기 드물었지.
성요셉 성당 기억나?
프랑스를 돌며 수많은 성당을 보았지만 그렇게 현대적인 건물은 유일했지.
어쨌든...

그나저나 두두는 기억력도 좋아..
두사람이 싸웠던가? 난 모르겠는 걸....

대자 2011-02-24 16:52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넘 자주 싸우니까 글치..ㅋㅋ

두두 2011-02-22 12: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기선안싸웠음 이다음행선지였던 니스에서피튀기게싸웠다는...

대자 2011-02-24 16:53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피튀기게..ㅋ

한사람 2011-02-22 15: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니스? 여튼 난 모르는 일이구먼....

대자 2011-02-24 16: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음식점에서까지 물사먹는 일은..
정말 끔찍하다..
우리나라가 그거 하난 좋네..ㅎ

한사람 2011-02-24 17:47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물뿐만이 아니더라고...
화장실 한번 가려면 보통 고생해야 하는 게 아니다.
웬만한 화장실엔 십미터 이상 줄서는 건 보통이고..
한번 쉬하는 데 한화로 천원에서 천오백원....

대ㅏ 2011-02-25 14:02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헐...
화장실도 유료..것도 줄서고..ㅠ
선진국이 다 좋은 건 아니구나..

두두 2011-02-25 2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피튀기게 싸운 경우 중 한번은 바로 그 화장실때문이었다는....!그것도 베르사유에서!!
휴~ 정말 그날을 생각하면 다시는 여행따윈 가고싶지 않다는...
버스 올라타듯 비행기도 그렇게 올라타고 돌아올 수 있었다면 한사람은 열두번도 그렇게 하고싶었다

한사람 2011-02-25 16:07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베르사유에서? 그런 일이 있었나?....
난 모르것구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