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받은 인간다움에게
박정은 지음 / 한빛비즈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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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 나는 어쩌면 내일도 누군가와의 만남을 통해 바쁜 일상에서 잃어버렸던 인간성 한 조각을 다시 줍게 될 지도 모른다. 이 책을 만난 당신 또한 내면의 퍼즐을 맞추었기를, 당신 영혼에 깊이 숨겨진 가장 아름다운 인간성, 그 사람다움의 자취를 찾았기를 소망한다. (p.296, 맺는말)


저자는 수녀이자 미국 홀리네임즈대학의 영성학 교수로 신비주의, 중세 문화, 여성의 눈으로 성서 읽기 등의 과목을 가르친다. 이 책은 팬데믹을 겪고난 이후 위로의 말과 함께 인간다움에 대해 생각해보게 하는 책이다. 


_ 이 줌의 세상이 분명하게 우리에게 가르쳐주는 불편한 진실은 타인은 내가 보는 방식으로 보지 않는다는 점이다.(중략) 그런데 나는 학생들이 내가 보는 방식대로 보고 느낀다고 착각했고, 또 착각하고 싶었지만, 학생들은 스스로 '뷰'를 선택했다. (p.20)


저자는 코로나로 인해 줌수업을 시작하게 된다. 그런데 그녀가 줌수업으로 알게 된 것은, 학생들마다 각자 선호하는 방식으로 줌수업을 듣는다는 것이다. 어쩌면 당연하다. 오프라인과 같을 수 없다. 그러나 오히려 더 많은 사람과 만날 수 있고, 연대하는 다른 방법이 되기도 한다. 


줌 수업을 통해 다름을 인정하고 연대하는 것도 필요하다는 것, 개인뿐 아니라 회사 역시 이러한 사고를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회사는 여전히 일하는 시간 및 장소를 통제하려고 하는데, 그것이 과연 지금 시대에도 맞는 것인지 의문이다. 이런 사고에 유연한 사고조차 회사의 경쟁력이 되는 시대, 개인이나 조직 모두 생각해볼 일이다. 


_ 인간의 소통 본능으로 줌이라는 온라인 소통 채널은 점차 발전할 것이다. 이런 네트워크에서 꼭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줌을 통해 보는 것은 나의 고유한 방식이나 프레임이라는 것, 그래서 다른 사람은 또 그 사람 나름의 시각으로 세상을이해하고 상황을 본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일이다. (p.37)


일상에서 자기 시간을 갖는 것, 그리고 자기 정체성을 갖는 것도 굉장히 중요하다. 자기 시간을 가짐으로써 일상에서 여유를 찾을 수 있고, 이는 마음의 여유와 함께 일상에서도 활기를 찾을 수 있다. 삶의 질과도 연관되며, 행복과도 연관된다. 그리고 나를 찾을 때 비로소 남에게도 잘 할 수 있다.

  
_ 직장을 다니며 자녀를 키우는 바쁜 엄마일수록, 이기적일만큼 자기를 돌보는 시간을 찾아 차를 마시며,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일상을 손안에 쥐어보아야 한다. (p.54)


12가지 주제에 대해 소소하게 이야기하는 저자의 글은 편안했다. 마치 잔잔한 음악이 들리는 것처럼. 소소한 일상이 주는 즐거움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며, 코로나로 인해 변화한 것이 많았지만, 우정, 사랑과 같은 연대는 오히려 더 필요하다는 것도.


다만 '상처받은 인간다움에게'라는 제목은 조금 아쉽다. 인문학을 가르치는 그녀의 편안한 가르침이 이 제목과 어울리는지 갸우뚱하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소한 일상에서 그녀의 질문은 의미있고, '우리'가 가져야할 공동체 정신을 생각하게 하는 글은 좋았다. 



지금의 나는 일상을 비범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을 시인이라고 부른다. 사회적 시인은 일상에서 고통받는 다른 인간에게 인사할 줄 아는 사람이라서, 언어의 연금술사가 되지 않아도 된다. 그저 인간이 인간에게 예의를 갖출 줄 알고, 나의 일상을 충만하게 느끼고 지구의 모든 이들이, 서로 느끼는 결은 다르더라도, 저마다의 충만한 일상을 살아가기를 바라고 소망해야 한다. 우리는 비범한 일상에서 사람냄새 나는 시를 노래해야 한다. 조금은 낮은 마음으로. - P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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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미나라 경제툰 - 만화로 배우는 돈의 원리 한빛비즈 교양툰 21
무선혜드셋 지음 / 한빛비즈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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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시장, 은행, 주식, 무역 등이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기초적인 돈의 원리부터 주식, 선물, 옵션 등의 개념, 경제호황이나 대공황이 어떻게 발생하는지 설명해주는, 경제교육 입문서다. 개미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쉽게 설명해준다. 


독버섯을 예로 들며 거품이야기를 하는 것도 웃기다. 먹으면 죽어버리는 독버섯, 아무런 가치가 없어서 관상용으로 쓰이지만, 겉모양이 예쁘니까 장식용으로 홍보하면 어떠냐고 꼬드기는 독버섯 재배 개미. 개미들은 뭔지 모르지만, 뭔가 대단해보인다며 몰리고, 그렇게 독버섯을 사기 시작한다. 경쟁심을 자극하면 개미들은 안 사고 못 배기니, 독버섯 유행이 찾아온다. 


독버섯 유행을 거품에 비유했지만, 나는 마치 코인 이야기와도 같다고 생각했다. 그 코인으로 무엇을 할지 모르지만,일단 남들이 사는 것 같으니 나도 사야겠다며 뛰어드는 시장. 그게 얼마전까지도 뜨거웠는데... 가치에 상관없이 사람들의 심리만 자극하면 이렇게 거품을 만들 수 있는 세상이다.


어른 뿐 아니라 청소년도 읽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사실 우리나라 공교육에 금융교육이 포함되지 않아 이런 부분을 어떻게 보완해야하는지 생각해본다면 책이 가장 적절한 해결책일 수 있다. 


미국은 43개 주가 고등학교 커리큘럼에 생존 금융이 포함되어 있고, 심지어 22개 주는 의무 교육이다. 금융교육을 이수하지 않으면 졸업이 인정되지 않는 필수과목이라는 이야기. 우리나라도 말이 많아서인지, 교육부가 2025년부터 고등학교 선택과목에 '금융과 경제생활'을 신설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그런데 선택과목이기에 얼마나 효과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시작이라도 했으니 다행이다. 


어른이 되어도 경제, 돈공부는 스스로 해야하기에, 어쩌면 미루고 미루기 쉽상인 분야이다. 이런 책으로 일단 시작해보는건 어떨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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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부터 열까지 신경 쓸 게 너무 많은 브랜딩 - 좋아하는 일에 과몰입하는 히트메이커의 사고법
익선다다트렌드랩 박지현 지음, 텍스트칼로리 조형애 엮음 / 텍스트칼로리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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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익선다다트렌드랩 박지현 대표는 지난 9년동안 50개가 넘는 브랜드를 만들었다고 한다. 그 중 14개를 엄선해서 책에 담았다고 하니 기대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사람들은 대체 어디서 영감을 얻고 인사이트를 발견하는걸까. 궁금했다.

이 책을 읽으며 나만의 생각을 정리해보자면, 그녀는 고민을 많이 하고 어떻게 표현할지 디테일하게 챙겼다. 사고가 확장되는 여정을 따라가보면, 본질적으로 기본에 충실하고 고객의 니즈를 잘 파악한다. 또한 다양한 레퍼런스를 활용해서 브랜딩에 발전시켜 적용하는 것을 보면 놀랍다.


1. 사고의 확장
- 저자는 기본적으로 사고의 확장을 잘 하는 사람인 것 같다. '풍뉴가'가 들어선 자리에 5~6미터에 달하는 대나무를 보고 저자는 바람이 불 때 대나무 잎 스치는 소리가 하나의 음악처럼 들렸다고 한다. '대나무-바람에 잎이 스치는 소리-배경음악이 필요 없는 곳- 장사익, 최백호 선생님' 이러한 사고의 과정을 거쳐, '풍류'가 떠올랐다고 한다.

- 현대미술가 톰삭스의 <스페이스 프로그램>에 착안해 '제스티살룬'의 원숭이 캐릭터에 우주복을 입히기도 하고, 충청도 그로서란트 '파운드'를 만들 때 로컬 아카이브에 집중하기도 하고. 다양한 방면을 넘나들며 사고를 확장하고 브랜딩에 적용하는 것이 인상깊었다. 


2. 디테일의 힘
- 식당을 만들 때에는 고객이 먹을때 불편하지는 않은지, 사진찍기에는 괜찮은지, 직원의 동선까지 생각해보고, 독립서점을 만들 때에는 사람들이 시간을 소비하게 하기 위해 행동을 어떻게 유도할지 생각한다. 즉 그 공간에서 머무르는 사람들의 행동을 생각하며 디테일하게 공간을 디자인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함을 알려준다.

_ '디자인적으로 훌륭하다'거나 '예쁘다'는 우선적으로 고려해야할 사항이아닙니다. 우린 사용자 입장에서 모든 편의를 살핍니다. 사용자보다 우선하는 것은 없습니다. 예를 들어 테이블과 테이블 사이 간격은 센티미터까지 계산합니다. 사용자의 동선을 해치지 않아야 하고 서빙하는 직원의 동선에도 걸리지 않아야 합니다. 그 뒤엔 실제로 앉아보고 음식을 먹어도 보고 팔도 올려보고 사진 찍는데 편한지도 보고 꽤 오래 앉아있기도 합니다. 조명도 어떤 방식으로 어디에 설치할지 다 테스트를 거칩니다. 심지어는 밝기나 색온도도 살핍니다. (p.47)


3. 타당성있는 레퍼런스 수집
- 낯선 곳에 가거나 여행을 할 때에도 유명한 장소를 눈여겨보고, 그 경험을 브랜딩에 잘 활용한다. 포틀랜드의 부두 도넛이 해운대의 '고니즈' 도넛가게에 레퍼런스가 되기도 하고, 태국 북부의 빠이라는 식당이 '태국수'의 공간 디자인에 영감을 주기도 한다. 

- 시애틀의 더 엘리엇 베이 북 컴퍼니에서 직원들이 책 정리와 함께 책을 추천하는 문구를 적는 것을 보고, '만홧가게'에도 활용한다. 

- 결국 색다른 것을 많이 보고 경험을 해야, 새로운 브랜딩을 할 수 있는 근력이 길러지는게 아닐까 생각이 든다. 

_ 전면에서 빼버린 치앙마이와 빠이는 디자인에 녹이기로 했습니다. 그곳에서 받는 영감, 그러니까 북부 음식 문화와 히피 감성만 취해서 공간을 구성하기로 한 것입니다. 이게 바로 모르는 사람들은 '개고생'이라 부르고 우리는 '이유 있는 개고생'이라 일컫는 우리만의 브랜딩 방식입니다. 일관성을 가진 스토리 라인을 구축해 내면 단순히 베껴서는 절대 따라올 수 없는 오리지널리티를 가지게 됩니다.(p.132) 


14개의 다양한 사례를 읽다보면, 이런게 프로의 모습일까싶다. 대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는 뭐하는 사람이야, 궁금하다면 이 책을 읽어보시길. 브랜딩을 해나가는 여정을 살펴보면, 무엇을 놓치고 있는지, 어떤 것을 고려해야하는지 생각해볼 수 있을 것 같다. 


브랜딩을 하기에 앞서 충분한 리서치를 해야합니다. 선정한 아이템과 같은 카테고리만 고집하지 말고 폭넓게 찾아보세요. 이때 개인적 경험인지 시대적 배경인지 업종 트렌드인지 확실히 구분해야 합니다. 그 속에서 사람들의 갈증을 파악하고 그 갈증을 우리만이 할 수 있는 일과 연결하면 탄탄한 브랜드를 완성할 수 있습니다. - P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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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문해력을 키워드립니다 - 하이브리드 워크 시대, 당신에게 꼭 필요한 글쓰기 비법
장재웅.장효상 지음 / 미래의창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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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로 인해 재택근무가 가능해지면서 화상회의도 일상이 되었다. 100% 출근만을 고집하던 시대에는 실시간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했다. 표정과 함께 말을 들으면, 뉘앙스나 어조를 알 수 있었다. 그러나 출근과 재택근무가 혼합되면서 실시간 커뮤니케이션보다 메신저, 이메일, 게시판 등의 비동기 커뮤니케이션이 더 중요해지면서는 글이 더 중요해졌다. 



이 책을 읽으면서, 지금 회사에서 내가 겪고 있는 상황이 놀랍도록 생생하게 그려져있어 깜짝 놀랐다. 수많은 회의와 알림 등이 집중을 해친다. 그런데 회의를 하기전에, 혹은 마치고나서 글로서 기록을 잘 남겨두고 공유한다면, 우리는 좀 더 효율적으로 시간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글로 제대로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다면 나아질 수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물론 조직과 개인이 함께 변해야 한다. 개인 차원에서는 집중 근무시간을 설정하고, 원하는 바를 구체적으로 쓰고, 글이 기본값인 커뮤니케이션을 이해하라는 팁이 있다. 조직 차원에서도 비동키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매뉴얼이나 조직문화가 필요하다. 


조직이 바뀌지 않는다 하더라도, 이 책에는 유의미한 사례들이 많이 있다. 일의 맥락을 전달할 수 있는 메신저, 이메일, 보고서를 쓰는 방법은 특히 도움이 된다. 이런 책은 사실 서평으로 그 느낌 전달을 잘 할 수가 없어 아쉬운 마음이 크다. 



또한 리더를 위한 보고서 피드백 방법도 유용하다. 리더가 피드백을 잘 하면 서로의 일이 간편해진다. 그런데 직장을 다니다보면 피드백을 잘 해주는 사람이 별로 없다. 직접 수정하는 경우, 두루뭉실하게 이야기해서 무엇을 수정하라고 하는지모르겠는 경우, 오히려 설명을 해야 이해하는 경우 등등 다양한 피드백 상황을 마주하다보면, 시간이 더 걸리는 경우가 많다. 


_ 리더들이 글로 피드백을 줄 때, 내용을 생략하거나 간략하게 진행하려는 경향이 있다. 물론 그렇게 해야 하는 건 맞다. 하지만 피드백 받는 사람이 맥락을 이해할 정도로 역량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추게저기고 실행할 수 있는 저보와 가이드가 제공돼야 한다. 결국 보고서의 피드백은 목표, 구체적인 피드백, 그 이행을 위한 방향성 제시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p.185) 


내가 그러한 피드백을 받지 못했다면 유감이다. 그런데 나도 언젠가 누군가에게 피드백을 하게 된다면, 똑같은 유감이 될 수 있는 일이다. 따라서 피드백에 대한 팁도 상당히 도움이 된다. 


어쨌든 말보다 글로 써서 남기고, 이를 통해 효율적으로 일하자는 이 책의 요지에 충분히 공감한다. 고맥락 실시간 커뮤니케이션의 비효율성을 개선하기 위해, 저맥락 커뮤니케이션인 글쓰기가 무조건적으로 필요한 것은 사실이니까. 


물론 글발보다 말발이 더 잘 먹히는 조직이라면, 이게 다 무슨 소용이냐고 할지 모르겠지만. 그럼에도 글쓰기를 잘 해야하는 이유는 충분히 많다. 말은 휘발되고 글은 기록에 남는다. 또한 글은 전파력이 더 크다. 수많은 사람에게 제대로된 메신저, 이메일, 보고서만 전달되어도 영향력은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앞으로의 시대는 오히려 비동기 커뮤니케이션을 잘 하는 사람이 더 필요할 것이라 생각된다. 


나도 회사에서 보고서 잘 쓰는 사람들을 우러러 본다. 그런 사람들은 아무 주제나 줘도 잘 쓸거라고, 갖고 싶은 능력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막상 그렇게 하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는 일이 다반사다. 그럴 때 이 책이 도움될 것 같다. How, 어떻게 쓰면 좋을지 이 책을 꼭 참고해보시길.


하이브리드 워크에서의 문해력은 필수적인 업무 능력이라는 말이 나온다. 여기서 문해력이란 단순히 글씨를 읽고 쓰는 것이 아닌 글을 읽고 이해해 내용을 잘 정리하는 능력을 뜻한다.
- P6

사실 비동기 커뮤니케이션은 우리가 일할 때 당연히 가져야 했을 자세다. 그동안 우리는 너무나도 즉각적인 커뮤니케이션에 집착하면서 ‘가짜 일‘에 시간을 허비하곤 했다. 끊임없이 울리는 메신저와 알림, 참석 이유를 알 수 없는 회의, 틈만 나면 진행 상황을 물어보는 상사, 그리고 지속해서 처리해야 하는 잡무, 그런게 대표적인 가짜 일이다. - P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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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을 때마다 조금씩 내가 된다 - 휘청거리는 삶을 견디며 한 걸음씩 나아가는 법
캐서린 메이 지음, 이유진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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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 라디오를 듣다가 마주친 종잡을 수 없는 상황. 
서서히 엄습하는, 나는 내가 알던 것과는 다른 사람이라는 생각. 
명칭 혹은 병명. 아스퍼거 증후군. 
하지만 나는 아스퍼거 증후군이 어떤 것인지 알고 있는데? 모두 알고 있듯이. 
나는 아니다. 나는 아니다. 다른 누군가의 얘기다. (p.89)


이 책은 자신이 아스퍼거 증후군임을 알게 된 케서린 메이의 에세이다. 그녀는 라디오를 듣다가 자신이 아스퍼거 증후군임을 알게 된다. 부인하고 싶지만, 이내 자신의 모든 행동이 그렇게 이해됨을 인지한다. 참 혼란스러웠을 것이다. 39세의 적지 않은 나이에 이런 사실을 알게 되면...


_ "어떻게 생각해?" 나는 묻는다. "내 얘기가 맞는 것 같아? 모든 게 그렇게 힘들었던 이유가 이거였다고 생각해?"
그는 숨을 내쉰다. "음...... 그런 것 같아......" 그리고 그가 조심스럽게 선택하는 어휘가 내 마음을 요동치게 한다. "그게 당신에 대한 설명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 
그가 알고 있었다니, 최악이다. 그는 모두 알고 있었다. 내가 알기도 전에 그는 알고 있었다. 나는 평생 내가 다른 사람들과 다름없다고 생각하며 살아왔다. (p.115)


배우자에게 말했을 때, 어쩌면 나보다 더 나를 잘 알고 있어서 놀라본 적이 있는지. 그녀 역시 아스퍼거 증후군을 남편에게 용기내어 고백하는데, 그는 전혀 놀라지 않는다. 오히려 그녀 자신이 평범하지 않은 사람임을 받아들이는데에 시간이 걸리는 듯 보였다.  


_ 나는 걸을 것이다. 걸을 것이고, 상심하지 않는 법을 배우려고 노력할 것이다. (p.191)


그녀는 강박적으로 걷는 것처럼 보였다. 한 달에 몇 킬로미터씩 걸어야 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지표에 집착하면서,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죄책감을 갖고. 처음에는 왜 그렇게 강박적으로 걷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그러나 그러면서 자신을 이해하고, 주변인들을 생각하고, 그렇게 요동치는 마음을 부여잡는 것 같아 보였다. 


_ 그때 그 라디오 인터뷰를 듣지 않았더라도 나에게 아스퍼거 증후군이 있다고 생각했을까. 의문이 든다. 그 이름표가 가져올 미묘한 인식의 변화가 걱정된다. 사람들이 눈에 보이는 것에도 불구하고, 그리고 내가 모든 것을 무리 없이 처리해나가는 모습에도 불구하고, 나에게 자폐 성향이 있다는 생각을 계속할까 봐 걱정된다. (p.225)


그녀는 차근차근 받아들인다. 병명을 몰랐을 때나 알고 있을 때나 주변 사람들은 동일하다. 그녀를 새롭게 받아들이거나, 다르게 보지 않는다. 그녀 역시 처음에는 부인하고, 놀라고, 과거의 나를 돌이켜보면서, 스스로를 받아들이는 과정까지. 걷는다는 행위가 사람의 마음이나 생각을 정제하는데 영향이 이렇게나 있었나 싶었다.


_ 사실 자폐 스팩트럼 장애라는 이름표는 내가 나 자신에 대해 더 잘 설명할 수 있게 해주고, 비로소 내 얼굴을 인식할 수 있는 거울을 찾을 수 있게 해준다. 나는 그게 자랑스럽다. 그것은 내게 많은 선물을 주었다. 그 이름표를 단다는 것은 다른 사람들에게 우리 모두가 가지고 있는 놀라운 차이를 상기시키는 유일한 방법이다. 때때로 하나의 이름표는 세상에서 온정을 이끌어내는 유일한 방법이기도 하다. (p.358)

 
이 책은 나 자신을 이해하는 여정을 보여주는 에세이다. 마지막에 병원에서 자폐 진단을 받고 기뻐하는 그녀, 그녀는 말한다 "모든 게 이해된다는 점에서, 그리고 남들에게도 설명할 수 있게 된다는 점에서 위안이 되니까요."(p.373) 


병이 있던 없던, 자신을 이해하고 다른 사람과 어울리는 평범한 사람이 되기를 누구나 바라지 않을까. 그녀의 남편과 아들, 함께 걷는 친구 에마와 베시. 그들이야말로 그녀가 스스로를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해준 조력자다. 세상을 혼자 살 수 없는 것처럼, 우리는 누군가와 어울리면서 자신이 이해받을 때, 온전히 나 자신을 이해하게 될런지 모르겠다.

 
<걸을 때마다 조금씩 내가 된다>를 읽고, 2023년 내가 되고 싶은 모습을 그려본다면, 다정한 엄마가 되고 싶다. 시간에 쫓겨서 아이들과 충분한 시간을 갖지 못하게 되면, 부족한 시간 나름 충실히 다 할줄 알았는데, 사실 그렇지 않았다. 나 자신을 돌볼 시간이 필요했다는 자기 합리화를 해본다. 아이들에게 이해받는 다는 것, 참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필요한 일이기도 하다. 잔소리를 줄이고 다정한 엄마가 되어야겠다는 다짐을 스스로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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