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이라는 세계 (트윙클 에디션)
리니 지음 / 더퀘스트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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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을 대하는 태도는 삶의 태도와 많이 닮았어요. 보이지 않는 미래를 걱정하며 시작을 망설이는 마음, 시도하는 일이 무탈하게 잘 진행되었으면 하는 바람, 실수 없이 이어가고 싶은 관계, 큰 노력 없이 얻고 싶은 성취, 남과 비교하느라 정작 나를 들여다보지 못하는 순간 같은 것들이요. 그래서 완벽주의 때문에 시작의 허들을 넘지 못할 때, 사실 방법은 딱 하나에요. 완벽하지 않더라도 시작해보는 거죠. (p.23)

읽으면 읽을수록 쓰고 싶은 마음은 커진다.

그런데 막상 쓰려고 하면 막막하다. 무엇을, 어떻게 써야 할지 모르겠다. 보고서처럼 주어진 과제도 없는데, 뭘 써야 하지?

처음 브런치에 글을 쓰기 시작했을 때는 리서치를 하면서 이것저것 끄적였다. 매주 글 하나를 올리는 것을 목표로 삼았고, 그때는 정말 열심히 썼다.

그러다 인스타를 하면서 책 리뷰를 쓰기 시작했는데, 단순한 리뷰를 넘어 책 친구들과 소통이 이어지니 훨씬 재미있었다.

브런치에 글을 쓰는 일은 조금 외로웠지만, 인스타는 외롭지 않았다. 아마 그래서 지금까지 더 꾸준히 이어오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기록을 남기다 보면, 어느 순간 ‘나만의 관점’이 쌓여 있다는 걸 느끼게 된다. 그 축적의 힘에 놀랄 때가 있다. 그래서 휴직을 하게 되면, 또 다른 형태의 기록을 남겨볼까 생각 중이다.

마침, 기록에 진심인 작가의 글을 읽으며 길이, 넓이, 깊이 중 나는 어떤 기록에 더 마음이 끌리는지 살펴보았다. 물론 솔직히 말하면, 제일 먼저 눈길을 끈 건 작가의 예쁜 손글씨였지만. ㅎㅎ

이 책은 기록에 별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도 ‘나는 무엇을 기록할까?’ 한 번쯤 떠올려보게 만든다. 기록한다는 건 내 생각을 꺼내어 더 정밀하게 들여다보는 일이니까.

무엇이든 써볼 것, 이렇게 여러가지 방법을 펼쳐서 알려주는 작가님이 있으니 더 이상 핑계댈 수도 없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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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서 시작한 불은 책으로 꺼야 한다 - 박지훈 독서 에세이
박지훈 지음 / 생각의힘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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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생명체란 말인가. 이 물음에 대한 수전 올리언의 대답은 ‘예스’다. 그는 “단어와 생각들이 담기면 책은 더 이상 종이와 잉크와 접착제가 아니다. 책은 인간과 비슷한 활기를 띤다”(75쪽)고 적어놓았다. (p.40)

독서 에세이라고 당당하게 적혀 있는 것부터 이미 내공이 느껴졌다.

내가 이미 읽었던 책이 나오면 옛 기억을 더듬게 되고, 읽지 않은 책이 나오면 괜히 질투가 났다.

책을 통해 만나는 모든 이야기들이 좋았다.
책 속 문장도, 그 문장을 풀어내는 해석도.

1. 엄마
자식이 생기고서야 비로소 엄마를 알게 되었다. 내가 살면서 불러온 ‘엄마’라는 호칭은 어쩌면 껍데기에 불과했다. 지금도 나는 우리 엄마처럼 내 아이들에게 하지 못한다.

내리사랑에도 온도 차이가 있다는 걸, 내가 엄마가 되고 나서야 알았다. 엄마가 되어본 사람이라면 알 것이다. 그 미묘한 온도 차이를.
물론 그 미묘한 내리사랑의 미지근함도 부모를 향항 효심에 비하면 뜨겁겠지 싶은...

자식을 낳아 기르는 처지가 되면 절대적 존재이던 엄마도 애정의 우선순위에서 밀려난다는 것. 제 부모를 자랑하지 않는 자식이야 없겠지만 부모의 뜨거운 내리사랑에 견준다면 자식의 효심이란 미지근할 수 밖에 없다는 것. (p.92)

2. 자식
남편은 내게 곧잘 말한다. 우리에게 아이들과 함께할 시간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고. 아이들이 조금 더 크면 우리와 함께하지 않을 거라고.

맞는 말이다. 그래서 우리는 지금 이 시기를 “우리 사진 많이 남겨놓자”라는 말로 붙들고 있다.

지구의 엄청난 중력 탓에 달이 공전을 반복하듯, 자식 역시 부모의 중력장에서 벗어날 수 없는 존재라고 여기기 쉽다. 하지만 주디스 리치 해리스의 주장에 따르면 자녀는 부모에게 달과 같은 존재가 아니다. 서서히 멀어져 또래 집단의 중력장에 포섭돼버리는 미지의 행성이다. (p.234)

3. 회사
다양한 의견이 오고 가고, 진짜 공론장이 펼쳐지는 회사가 과연 얼마나 될까. 듣고 싶어 하는 말이 담긴 보고서를 쓰고, 치열하게 싸우지 않아도 되고, “좋은 게 좋은 거지” 하며 넘어갈 수 있다면 과연 좋은걸까.

그런데 사실, 어느 때보다 불확실한 이 시대에 이렇게까지 안전하다면 오히려 수상한 건 아닐까. 아니면 내가 이상하던지.

캐스 선스타인 하버드대 교수는 적대적이고 폐쇄적인 집단들이 존재하는 상태를 일컬어 ‘반향실 echo chamber’이라고 표현한 적이 있다. 공론장은 닫히고 반향실만 가득한 세상에서 우리가 들을 수 있는 것은 메아리가 돼서 돌아오는 내집단 구성원의 목소리뿐이다. (p.278)

독서를 하는 사람은 누구나 문장 수집가가 아닐까.

이 책에도 공유된 문장 하나하나가 주옥같았다. 그래서 “이건 꼭 읽어봐야지” 싶은 책들이 줄줄이 생긴다.

그러니까, 이 책은 책이 또 다른 책을 부르는 책이다. 전혀 안전하지 않은 책이다. ㅎㅎ

그래서 더더욱 강력 추천하고 싶다.
작가님의 독서 에세이, 그다음 편도 꼭 읽어보고 싶다.

소통은 읽기, 쓰기, 듣기, 말하기로 나눌 수 있는데, 그중 나이가 들수록 중히 여겨야 할 것은 ‘듣기’다. 핵심은 듣기에도 기술이 필요하다는 것. 잠자코 듣는 게 전부가 아니다. ‘듣기의 기술 = 질문의 기술’이다. (p.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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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 코드 : 베타라이프 - 일상에서 답을 찾는 브랜딩 인사이트
프리퍼드(PRFD) 지음 / 유엑스리뷰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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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이 AI 경쟁에서 뒤처진 이유로 ‘완벽주의’ 문화를 꼽는다. 그런데 폐쇄적 생태계를 고수하던 애플도 더는 버티기 어려웠는지, 아이폰에 제미나이를 탑재하기로 결정했다.

어쩌면 챗GPT의 등장이 만든 흐름일지도 모른다. 이제 사람들은 ‘완성’이 아니라 ‘베타’를 기꺼이 받아들인다. 미완성이라 불안한 것이 아니라, 계속 발전할 여지를 둔 전략으로 이해하며 더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시대가 된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브랜드코드: 베타라이프』라는 제목이 특히 와닿았다.

베타라이프란, 삶 자체를 지속적인 테스트와 업데이트의 과정으로 받아들이는 새로운 생활 철학입니다. 소프트웨어 개발에서 베타 버전이 완성품이 아닌 지속적 개선을 전제로 한 실험적 단계인 것처럼, 베타라이프를 사는 사람들은 자신의 삶을 완성해야 할 프로젝트가 아닌 끊임없이 개선해 나가는 과정으로 바라봅니다. (p.23)

책은 베타라이프를 구성하는 다섯 가지 코드를 다양한 사례와 함께 설명한다.


1. 흔적의 효용성: 완벽한 결과가 없어도 시도하는 과정에서 의미 찾기
2. 데이터 리추얼: 복잡한 삶을 객관적이 데이터로 분석해서 최적화하기
3. 인스턴트 네트워킹: 필요한 순간마다 가볍고 의미 있는 관계 만들기
4. 미숙함의 미학: 불완전함을 숨기지 않고 진정성 있게 보여 주기
5. 나라는 공간: 자신의 필요에 맞춰 공간을 자유롭게 재해석하기 (p.186)

완벽한 결과보다 과정에 의미를 두는 관점은 프로세스 이코노미를 떠올리게 했고, 복잡한 삶을 데이터로 분석해 최적화하는 모습은 기록을 통해 자신을 표현하려는 요즘 사람들과 겹쳐 보였다.

가볍지만 유의미한 관계를 지향하는 흐름은 커뮤니티의 부상과 맞닿아 있었고, ‘미숙함의 미학’은 베타 버전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지금의 시대성을 정확히 짚어낸 개념처럼 느껴졌다.

결국 ‘베타라이프’는 빠르게 변하는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실험하고 조정하는 능력, 그리고 그 속도를 삶의 디폴트로 삼는 사람들의 일상과 깊게 연결된 개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변화가 상수가 된 시대에서, 계속 업데이트할 수 있는 사람만이 살아남기 때문이다. (바쁘다바빠 삶인가...)

책에서 소개하는 브랜드 사례들도 흥미롭다. 왜 사람들이 그렇게 행동하는지, 왜 그런 선택을 하는지 한 번쯤 생각해볼 만한 지점을 충분히 제공하는 책이다.

#브랜드전략 #브랜드트렌드 생각하시는 분들에게 유용한 책! 특히 해외사례들이 흥미롭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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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 한옥에서 브랜딩을 찾다
박현구 지음 / 디자인하우스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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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도록 기억되고 사랑받는 브랜드가 되려면 상대적 희소성이 아니라, 오직 나만이 가질 수 있는 절대적 희소성을 발견해야 합니다. (p.11)

최근 뉴욕 270 파크 애비뉴에 위치한 JP모건 신사옥이 오픈했다. 개발 기간만 6년, 총 공사비는 약 4조 원.

JP모건 마이클 셈벨레스트 리포트를 읽다가, 새로 지은 회사 건물이 좋다며 한 번 구경와볼만 하다는 말에 대체 어떻길래, 하면서 구글링했다.
(이 건물 안의 야외 정원, 명상실, 미용실 등 모든게 다 존재하는 걸 보면, 직원들은 미친듯이 일을 해야만 할 것 같다. 그래서 난 회사복지가 너무 좋으면 무섭다. ㅎㅎ)

요즘은 호텔, 레스토랑 등 상업 공간뿐 아니라
업무용 오피스까지 ‘공간 경험’이 브랜딩의 일부가 된다.

기업들이 신사옥을 이렇게까지 공들여 짓는 이유도 결국 브랜드의 존재감을 공간으로 증명하려는 시도 아닐까.

그래서 공간과 브랜딩을 이야기하는 책에서 이러한 경험 설계를 어떻게 하는지 궁금했다.

어쩌면 ‘절대적 희소성’이란 바로 공간을 통해 만들어지는 압도적인 경험, 즉 따라하기 힘든 ‘고유한 감각’의 영역을 만족시켜야 하는 어려운 미션이다.

특히 상업용 공간이라면 더욱 치열할 수 밖에 없는데, '절대', '희소'라는 단어가 굉장한 자신감으로 느껴졌다.

그리고 그 자신감의 원천에는 그만큼의 공들인 시간이 축적되어 있었다.

마케팅과 브랜딩의 차이는 '지금'과 '언젠가'의 차이입니다. 마케팅은 지금 당장 얻을 수 있는 가시적인 결과를 원하고, 브랜딩은 다가올 미래를 준비합니다. 마케팅은 오늘 배고픈 사람에게 빵을 파는 일이고, 브랜딩은 내일도 모레도 그 사람이 우리 빵 집을 찾아오게 만드는 일입니다. (p.57)

브랜딩이 뭐길래, 저자는 브랜딩을 하다가 북촌에 한옥 호텔을 열었다.

한옥 호텔. 공급은 절대적으로 희소하지만, 수요는 지속적으로 창출될 것이라 판단했다. 코로나 시기에 과감히 한옥을 매수해 대수선을 감행한 그의 용기가 지금의 한옥 호텔 ‘노스텔지어’를 있게 했다.

블루재의 거실과 복도 위 천장을 올려다보면 우물 정자 모양의 천장이 있는데, 조선 시대 4두품 이하 백성은 사용할 수 없었단다. 즉 주거용 한옥에 우물 반자가 있다는 것은 주인이 최고 권력층이었다는 이야기.

이러한 문화재급 가치를 보존하면서 리노베이션을 통해 현대인의 생활방식에 맞게 재구성했다고 하니, 단순히 호텔로 보여지지 않았다.

그 밖에도 슬로재, 누크재, 힐로재 등 한옥 한 채 한채 공간에 정성을 기울이고, 좁은 길 사이를 헤쳐가며 호텔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그가 고심한 여정이 담겨 있다.

공간과 브랜딩이란게 이렇게 세심하게 설계되어야 사람들의 기억에도 그 의미 전달이 되는구나 싶다.

꼭 한 번 경험해보고 싶은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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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에 마음 없는 일 - 인스피아, 김스피, 그리고 작심 없이 일하는 어떤 기자의 일 닻[dot] 시리즈 2
김지원 지음 / 흐름출판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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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만약 어떤 분야에서도 엉뚱하고 새로운 일이 일어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면, 그것은 우리 시대가 지나치게 시스템에 얽매여 엉뚱한 짓을 하지 않는 개인들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각 시대는 각 시대의 발명과 각 시대의 (거의 멍청이처럼 보일 정도로) 터무니없는 일을 벌이는 사람들을 필요로 한다. (p.146)

‘일을 수상하게 만들어 해보는 것.’ 내가 좋아하는 일의 종류다.

나는 루틴한 일을 좋아하지 않는다. 정형화되지 않은 일, 특히 신사업처럼 처음부터 만들어가야 하는 일을 좋아한다. 이리저리 부딪히며 형태를 잡아가는 그 과정이 좋다.

그래서 이 책을 읽는 내내 작가의 마음이 유난히 콕 와 닿았다.

신문사라는 레거시 미디어에서 1인 뉴스레터를 만들기까지 그 여정에는 지난한 고민과 일에 대한 깊은 애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재미있는 글을 쓰겠다는 마음, 분야를 넘나들며 느끼는 부담감, 진정성에 대한 진심, 그리고 인스피아를 향한 애정까지.

분류되지 않은 일의 틈새를 찾아내 기꺼이 알아내고, 아무도 정의하지 않은 ‘그레이 영역’에 다가서는 사람.

본능적인 호기심에 이끌려 시작했다가 결국 자기만의 일을 만들어내는 사람.

나는 늘 이런 사람들에게 끌린다. 저자 역시 그런 부류다.

인스피아는 7월 말로 종료되었지만, 그가 다음에는 어떤 글을 쓸지 궁금하다.

아마도 직장 안에서도 자기만의 일을 다시 찾아내지 않을까.

진심으로 응원하게 된다.



일이 처음부터 빚어놓은 도자기처럼 완성된 형태로 내게 찾아오는 경우는 잘 없다. 어쩔 수 없이 깨어져 부서진 단면, 구르다 최대한 버티기 위해 취한 어설픈 포즈가 그대로 자신의 평생의 일이 되는 경우도 왕왕 있다. 그렇게 어떤 일이 누군가의 평생의 일이 되는 궤적을 보는 것은 흥미롭다. (p.10)

우리의 사고와 시야가 정해둔 울타리를 넘지 못하는 이유는, 대체로 재미가 아닌 의무감으로 세상을 바라보기 때문이다. (p.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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