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덤 그랜트의 생각 수업 - 하루 한 장, 당신의 일상에 영감을 불어넣는 문장
애덤 그랜트 지음, 정지현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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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성은 일관적인 루틴을 유지해야 높아진다. 반면 창의성은 루틴을 벗어날 때 발휘된다. (p.75)

이 책은 날짜형 일력처럼 구성되어, 하루에 한 문장씩 읽으며 생각을 곱씹을 수 있다. 성장, 관점, 주도성, 태도, 관계, 휴식, 회복탄력성, 자기 돌봄, 통찰, 지성, 변화, 의미. 이렇게 총 12가지 주제가 월별로 나뉘어 담겨 있다. 문장은 짧지만 결코 빠르게 넘길 수 있는 책은 아니다.

나는 특히 ‘시간’과 ‘자유’에 관한 문장에 오래 머물렀다.

시간 관리를 잘하고 싶었던 마음의 이면에는, 누군가의 기대에 부응하고 싶거나 죄책감 없이 최선을 다하고 싶다는 욕구가 있었다. 하지만 결국 중요한 것은 타인의 시선이 아니라 내 생각이었다. 여러 가지를 동시에 저글링하듯 달리면서도 무언가를 놓칠까 불안했는데, 어떤 순간에는 내려놓아야만 하는 때가 찾아오기도 한다.

생각해 보면 선택보다 포기가 훨씬 어려울 때가 많다. 그러나 그것도 결국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일이다. 예전에는 하나의 선택이 나를 완전히 규정한다고 느꼈지만, 알고 보면 그 또한 그 순간 내가 할 수 있었던 최선일 뿐이다. 시간이 지나면 다른 선택을 할 수도 있고, 나를 규정하는 기준도 변화하기 마련이다.

마음에 남는 문장이 많아 필사도 하고, 몇 번이고 되뇌며 읽었다. 일하는 공간에 꽂아 두고 틈날 때마다 한 문장씩 다시 펼쳐보기에 좋은 책이다. 연말에 누군가에게 선물하기에도 적당하다. 가볍게 한 번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_ 당신이 시간을 어디에 쓰는가는 당신이 무엇에서 동기부여를 얻는지 알려준다. 무엇을 기꺼이 포기할 것인지는 당신에게 중요한 가치를 보여준다. (p.214)

_ 미래에 자유 시간이 많아지리라는 것은 환상이다. 미래에는 다시 새로운 우선순위가 생길 테니 절대 지금보다 덜 바쁠 리가 없다. 한번에 “예스”가 나오지 않는다면 무조건 거절하라. (p.121)

_ 하루의 생산성은 실제로 일하는 시간에 달려 있다. 한 해의 생산성은 생각의 질에 달려 있다. 커리어의 생산성은 배움의 질에 달려 있다. (p.136)

_ 좋은 기회를 제안받았을 때 지위는 높아지지만 자유가 줄어든다면 다시 생각하라. 시간에 제약이 생기고 목소리를 낼 수 없는 자리는 아무리 큰 보상과 영향력을 얻더라도 소용이 없다. 자유가 유지되어야만 행복해진다. 성공에는 더 많은 자유가 따라와야 한다. (p.2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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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을 읽는 시간 - 읽으면 듣고 싶어지는 클래식 이야기 207
김지현 지음 / 더퀘스트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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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맨델스존은 제목이나 가사가 없는 무언가가 대체 무엇을 의미하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습니다.
“우리 영혼을 채우는 것은 말보다 음악이다. 음악은 가사가 할 수 없는 감정을 표현할 수 있다. 내게 그 노래가 무엇에 관한 것인지 묻는다면 그 노래는 노래 그 자체라고 말하겠다.” (p.318)

클래식에 익숙하지 않은 나조차도 흠뻑 빠져 “들었던” 책이다.

매 페이지마다 QR코드로 곡을 들을 수 있어 행복했고, 귀로는 익숙했지만 곡명은 몰랐던 음악들을 새롭게 알게 되는 경험도 했다.

모르는 악기 설명을 읽고 그 소리를 유심히 찾아 들었고, 임윤찬이나 랑랑의 피아노 연주는 들을 때마다 감탄이 절로 나왔다.

기억에 남는 영상들도 많다.

지휘자 안드리스 넬손스가 트럼펫을 직접 연주하며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는 장면은 낯설고도 인상적이었다.

양팔이 없는 호르니스트 펠릭스 클리저가 발가락으로 호른을 연주하는 모습, 윤경화 연주자가 2.5미터나 되는 마림바를 다루는 모습도 깊은 여운을 남겼다.

또한 2024년 2월 KBS교향악단 연주회에서는 연주 중 팀파니가 찢어지는 일이 있었는데, 당황할 틈도 없이 상황을 수습하고 팀파니 세 대만으로 연주를 마무리하는 모습을 보며 ‘진짜 프로구나’ 싶은 존경심이 들었다.

책 속 악기 소개도 무척 흥미로웠다. 특히 목관악기의 매력을 이번에 새롭게 느꼈다. 마치 미술관에서 도슨트 설명을 들으며 작품을 감상하듯, 설명을 읽고 귀로 소리를 확인하는 경험이 즐거웠다.

둥글게 감긴 관이 약 3미터에 달하는 호른이 기네스북에 ‘가장 연주하기 어려운 악기’로 올라 있다는 사실도 기억에 남는다. 오보에 소리도 좋았다.

피아노와 달리 오르간이나 첼레스타의 소리는 매력있어서 현장에서 듣고싶었다.

다시 듣고 싶은 곡들은 따로 메모해 두었다.
• 미국 재즈 연주가 척 맨지오니의<Feel So Good>
• 임윤찬이 연주한 쇼팽의 <흑건>
• 요요마가 2018년에 연주한 바흐 <무반주 첼로 모음곡 1번 G장조 제1곡 전주곡>
• 차이콥스키 발레 <호두까기 인형>속 첼레스타 소리

척 맨지오니가 누군지 찾아보며 ‘이런 거장을 이제야 알다니!’ 싶었다.

아이들이 모두 잠든 밤, 음악을 들으며 책장을 넘길 때면 하루의 피로가 스르르 가라앉는 기분이었다.

귀가 호강하는 기분, 알고 듣는 즐거움,
한 번 펼쳐보시기를 추천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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뤼미에르 피플 - 개정판
장강명 지음 / 한겨레출판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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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존재는 인간이 되기를 꿈꾼다. 말하는 곰이나 꼬리 아홉 달린 여우들조차 마늘이나 사람 간 같은 괴상한 음식을 먹으며 인간이 되려 한다. 혼백, 귀신, 천사들처럼 실체와 비실체 사이의 어스름한 존재들도 같은 이유로 인간을 꿈꾼다. 그들은 빛과 그림자로만 이뤄진 조용한 세계에서 애타게 생기를 갈구한다. (p.261)

신촌 뤼미에르빌딩 801호부터 810호까지. 서로 다른 인물들의 이야기가 연작처럼 맞물려 있다.

읽는 내내 실제 신촌의 르메이에르 빌딩이 떠올랐다. 밤에도 꺼지지 않던 불빛, 늘 시끌벅적하던 거리. 내가 기억하는, 과거의 신촌을 기억하며 책장을 넘겼다. 이제 그곳은 예전 같지 않으니까. 그 변화만이 낯설었다.

이 작품이 SF처럼 느껴진 건, 박쥐 인간이나 쥐 인간 같은 기묘한 존재들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보다 더 강렬했던 건 자본주의의 그늘 속에서 드러나는 생존본능이었다.

법과 도덕과는 거리가 먼 야생 수컷 무리에서 리더에게 필요한 자질은 정직함이나 포용력이 아니라 뻔뻔함과 문제 해결력이라는 사실을. (p.213)

〈삶어녀 죽이기〉는 인터넷 여론몰이의 폐해를, 〈돈다발로 때려라〉는 물질만능 사회 속 인간 존엄의 붕괴를 다룬다. 주제가 명확한 만큼 서사적 재미는 조금 덜했다.

오히려 동물이 화자로 등장하는 이야기들이 훨씬 흥미로웠다. 기괴하고 그로테스크한 분위기 속에서 자본주의가 만들어낸 계급과 그 밑단의 모습은 디스토피아적 우울함을 선사한다.

장강명 작가의 소설 중에 이런 소설도? 싶을 만큼 새로웠다. 2025년에 개정판으로 다시 만날 수 있어 반가웠고, 김새섬 대표님이 오래도록 건강하시길 바라는 마음도 함께 들었다.

개정판 작가의 말에서 마지막 문장이 특히 뭉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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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는 몸으로 살기 - 나를 다듬고 타자와 공명하는 어른의 글쓰기
김진해 지음 / 한겨레출판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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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우리가 사는 세상은 불확정성으로 가득차 있습니다. 글쓰기도 불확정성과 예측 불허를 기꺼이 초대하는 게 아닐까요. 우리는 단일한 생각, 하나의 주제, 통일성 있는 구성을 찾기 위해, 다시 말해 하나의질서를 남기기 위해 애씁니다. 그게 신화가 아닐까요?
좋은 글은 이질적인 이야기들이 협력하고 공생하는 글이 아닐지. 그러니 일관성을 찾으려고 너무 애쓰지 맙시다. 내 속의 이질성을 환영하기. 글 속에 이질성을 기꺼이 초대하기. 마당에 번져나가는 풀꽃들을 보면서 든 생각입니다. (p.298-299)

최근 읽었던 책 <세계 끝의 버섯>이 이 책에 언급되어 있었다. 저자는 서로가 서로에게 오염되며 공생하는 세상을 이야기하면서 글쓰기 또한 잘 정리된 하나의 생각만 담아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도 된다고 말한다.

이질적인 이야기들이 유기적으로 엮일 때 오히려 더 깊은 감동과 의미가 생겨나는 건 사실이다.

물론, 아무렇게나 흩어진 이야기가 아니라 서로 다른 주제를 촘촘히 엮어내는 일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그것이야말로 숙련된 글쓰기의 힘일 것이다.

쓰는 몸을 갖는다는 것.

글쓰기는 일하는 것과 같다. 일을 한다고 반드시 일을 잘하게 되는 것이 아니듯, 글을 쓴다고 해서 곧잘 쓰게 되는 것도 아니라고.

결국 필요한 것은 간절함과 절박함인 것 같다.

읽기와 쓰기의 차이도 바로 여기에 있을지도 모른다. 읽는 즐거움에 비해, 쓰는 즐거움을 말하는 사람은 드물다. 대부분 글쓰기를 ‘고통’에 빗대어 이야기한다. 내 이야기를 들어줬으면 하는 욕망은 누구에게나 있지만, 그것을 실제 글로 쏟아내는 사람은 많지 않다. 결국 글을 밀어붙이는 힘은 간절함과 절박함에서 비롯된다.

그렇다면 어떤 글이 좋은 글일까.

확고하고 단정한 글보다, 흔들리고 배회하며 길을 찾아 헤매는 글. 그런 글이 더 매력적이다. 삶의 두께가 느껴지는 글, 보편성보다 유일성을 담은 글. 생각이 글로 천천히 번역되어 나오는 글. 나의 경험을 어떻게 번역할 것인지, 생각과 글 사이의 틈을 어떻게 만들 것인지가 중요하다.

저자가 전하는 글쓰기 팁을 읽다 보면, 내가 평소 경험을 어떻게 전달해왔는지 돌아보게 된다. 단순한 감탄사는 어떤 경험도 납작하게 만들고, 구구절절한 설명은 듣는 이를 지치게 한다. 결국 중요한 건, 나의 생각과 경험을 적절히 압축해 언어로 번역하는 능력이다. 말이든 글이든 그건 연습으로만 다듬어진다.

글쓰기의 본질을 이보다 더 명확하게 전할 수 있을까.

책을 읽는 내내, 직접 저자의 강연으로 듣는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했다.

이 책이 더 많은 이들에게 닿기를 바란다.

그러니 글을 ‘잘’ 쓸 수 있게 되는 건 그냥 오지 않습니다. 언제 올지 모르는 ‘글 잘 쓸 때’를 기다리며 계속 자신을 단련시켜야 합니다. 이유나 목적이나 마감 없이, 나는 글 쓰는 몸을 갖추어가고 있는가? 시간을 일정하게, 공간을 맞춤하게, 습관을 일관되게 글쓰기에 맞추고 있는지 물어보고 그러기 위해 매일 조금씩 나아가야 합니다. (p.317, 에필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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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를 성장시키는 칸 마인드 - 칸 라이언즈를 통해 본 크리에이티브 가이드 북저널리즘 (Book Journalism) 112
김윤호 지음 / 스리체어스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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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를성장시키는칸마인드

현대자동차가 만든 10분 영화 '밤낚시'
손석구 주연으로 화제였다.
10분 영화에 1,000원을 내고 보는 사람들.

사실 이 영화는 광고였다.
아이오닉5에 부착된 단 7개의 카메라로 영화를 찍었다.

어쨌든 이 신박한 기획에 꽤 놀랐던 기억이 있었는데, 역시나 칸 라이언즈에서 상을 받았다.


칸 라이언즈가 뭐길래.
광고를 하는 사람이라면 꿈에 그리는 상. 영화계에 칸 국제영화제가 있다면, 광고계에는 칸 라이언즈가 있다.

이 책은 칸 라이언즈에서 인정받은 크리에이티브 사례들을 소개한다.
배경, 아이디어, 전략, 실행, 결과에 이르기까지 촘촘히 설명한다.

단 몇분짜리 영상 또는 옥외광고판 등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이야기를 듣다보면 우리가 흘려본 광고가 얼마나 치열한 생각의 결과로 나왔을지 놀라게 된다.

넷플릭스의 오프닝에서 사용되는 '투둠' 효과음은 사람들의 감각을 깨우며, 누구나 공유하고 싶어하는 유머는 광고를 공유하게 만든다. 그리고 사회적 편견을 재정의하는 광고까지.


각기 다른 광고들이 단순히 홍보에 그치지 않고, 내면의 사고를 일깨울 때. 광고는 무엇보다 반짝이는 콘텐츠가 된다.

기억에 남는 사례는 쿠어스라이트!
오타니 쇼헤이가 던진 파울볼이 쿠어스라이트 맥주 광고 전광판에 부딪혀 판 일부 라이트가 꺼졌는데, 쿠어스 맥주가 기회를 놓치지않고 오타니의 볼로 깨진 전광판의 검은 사각형을 그대로 옮겨 한정판 특별 캔으로 제작한 것.

오타니가 광고판을 부순지 48시간만에!
오타니를 모델로 쓰지 않고도!!!

이런게 크리에이티브지!

사람들은 그게 무엇이든 반짝이는 것을 좋아한다. 밤낚시 광고를 돈주고 보는 것도 그러한 경험 아닐까.

책을 읽고나니, 칸 라이언즈 올해 수상작들이 궁금해졌다. 예전에는 슈퍼볼 시즌마다 광고를 찾아봤었는데, 이제는 매년 6월 칸 라이언즈 수상작들을 찾아보는 재미가 있을 것 같다.

역시 아는만큼, 더 궁금해진다!

#김윤호 #북저널리즘 #쓰리체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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