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한옥에서 브랜딩을 찾다
박현구 지음 / 디자인하우스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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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도록 기억되고 사랑받는 브랜드가 되려면 상대적 희소성이 아니라, 오직 나만이 가질 수 있는 절대적 희소성을 발견해야 합니다. (p.11)

최근 뉴욕 270 파크 애비뉴에 위치한 JP모건 신사옥이 오픈했다. 개발 기간만 6년, 총 공사비는 약 4조 원.

JP모건 마이클 셈벨레스트 리포트를 읽다가, 새로 지은 회사 건물이 좋다며 한 번 구경와볼만 하다는 말에 대체 어떻길래, 하면서 구글링했다.
(이 건물 안의 야외 정원, 명상실, 미용실 등 모든게 다 존재하는 걸 보면, 직원들은 미친듯이 일을 해야만 할 것 같다. 그래서 난 회사복지가 너무 좋으면 무섭다. ㅎㅎ)

요즘은 호텔, 레스토랑 등 상업 공간뿐 아니라
업무용 오피스까지 ‘공간 경험’이 브랜딩의 일부가 된다.

기업들이 신사옥을 이렇게까지 공들여 짓는 이유도 결국 브랜드의 존재감을 공간으로 증명하려는 시도 아닐까.

그래서 공간과 브랜딩을 이야기하는 책에서 이러한 경험 설계를 어떻게 하는지 궁금했다.

어쩌면 ‘절대적 희소성’이란 바로 공간을 통해 만들어지는 압도적인 경험, 즉 따라하기 힘든 ‘고유한 감각’의 영역을 만족시켜야 하는 어려운 미션이다.

특히 상업용 공간이라면 더욱 치열할 수 밖에 없는데, '절대', '희소'라는 단어가 굉장한 자신감으로 느껴졌다.

그리고 그 자신감의 원천에는 그만큼의 공들인 시간이 축적되어 있었다.

마케팅과 브랜딩의 차이는 '지금'과 '언젠가'의 차이입니다. 마케팅은 지금 당장 얻을 수 있는 가시적인 결과를 원하고, 브랜딩은 다가올 미래를 준비합니다. 마케팅은 오늘 배고픈 사람에게 빵을 파는 일이고, 브랜딩은 내일도 모레도 그 사람이 우리 빵 집을 찾아오게 만드는 일입니다. (p.57)

브랜딩이 뭐길래, 저자는 브랜딩을 하다가 북촌에 한옥 호텔을 열었다.

한옥 호텔. 공급은 절대적으로 희소하지만, 수요는 지속적으로 창출될 것이라 판단했다. 코로나 시기에 과감히 한옥을 매수해 대수선을 감행한 그의 용기가 지금의 한옥 호텔 ‘노스텔지어’를 있게 했다.

블루재의 거실과 복도 위 천장을 올려다보면 우물 정자 모양의 천장이 있는데, 조선 시대 4두품 이하 백성은 사용할 수 없었단다. 즉 주거용 한옥에 우물 반자가 있다는 것은 주인이 최고 권력층이었다는 이야기.

이러한 문화재급 가치를 보존하면서 리노베이션을 통해 현대인의 생활방식에 맞게 재구성했다고 하니, 단순히 호텔로 보여지지 않았다.

그 밖에도 슬로재, 누크재, 힐로재 등 한옥 한 채 한채 공간에 정성을 기울이고, 좁은 길 사이를 헤쳐가며 호텔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그가 고심한 여정이 담겨 있다.

공간과 브랜딩이란게 이렇게 세심하게 설계되어야 사람들의 기억에도 그 의미 전달이 되는구나 싶다.

꼭 한 번 경험해보고 싶은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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