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슬로우 워크 - 덜 일함으로써 더 좋은 결과를 내는 법
칼 뉴포트 지음, 이은경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4년 9월
평점 :
_ 슬로우 생산성을 달성하려면 중대한 일에 좀 더 의미 있는 투자를 할 수 있도록 사소한 일의 제약에서 벗어나야 한다. 이는 구닥다리 생산성 전략 및 시스템이라는 싸움터에서 주로 벌어지는 골치 아프고 세부 사항에 휘둘리는 분쟁이다. 하지만 벤저민 프랭클린이 찬양한 것처럼 자기 시간의 주인이 되고자 한다면 반드시 싸워야 하는 전투이기도 하다. (p.108)
과거 농사를 짓는 사람들은 가을 추수가 지나고 나면 겨울에는 쉬어가는 한 때를 보냈다. 그러나 지식노동자들의 삶은 일년내내 바쁘기만 하다. 한 3주 휴가를 쓸 수 있는 여유가 있는 것도 아니고, 어떻게든 공휴일에 휴가를 붙여서 좀 쉬어보고자 하니, 설날/추석같은 긴 명절 연휴가 공항이 제일 붐비는 시기가 되어버린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내년 추석의 황금연휴를 기대하며 1년전부터 티켓팅 경쟁이 치열한 것이 과연 우리나라뿐일까. 어쨌든 이러한 연휴를 보내고 돌아와도, 바쁜 일상에 복귀하느라 더 피곤한 것은 말하지 않아도 다 겪어봤으리라.
책에서는 많은 업무를 해치우는 것이 최고라 생각하는 지식 노동자들의 생산성에 대해 비판한다. 대응방안으로는 3가지를 제안한다. 업무량을 줄이고, 자연스러운 속도로 일하면서, 퀄리티에 집착하자고.
_ 유사 생산성(psedo-productivity) 실제 생산 노력을 어림잡아 측정하는 주요 수단으로 눈에 보이는 활동을 이용하는 방식. (p.34)
업무량을 줄이라는 말부터 반감이 드는 것이 사실이지만, 자기 조절을 해야 한다는 것이 핵심인 것 같다. 일을 잘하려면 명확하게 업무를 파악하고 우선순위를 조정하여 중요한 업무에 몰두하고, 이메일/메신저/회의 등의 다른 일에서 집중도를 떨어뜨리지 말아야 한다. 일에 너무 매몰되면 끌려가기 마련이니, 조심해야 한다.
지금의 나에게 필요한 조언 같았다. 중장기 전략을 점검하고, 내년도 전략을 수립하는 중요한 시즌이지만, 초과근무를 길게 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회사의 일정대로 업무를 맞추기 위해서는 비중요한 일은 한꺼번에 몰아서 하고, 집중 타임에 업무를 몰두해야 한다.
물론 직장인이라면 알겠지만, 나 혼자서만 이렇게 한다고 되는 것은 아니다. 명확히 업무 지시를 파악하고, 서로 확인하고, 마감기한 내에 불가능한 것은 다시 체크하여 소통하고. 서로가 업무에 몰입할 수 있도록 배려해줄 수 있어야 한다. (어떻게 보면 여러모로 인복이 필요하다.ㅎㅎ)
조직은 부정할 것이다. 더 많이 일하는 것이 더 좋은 생산성 아니겠는가. 그러나 모든 기업이 질적 성장을 내걸면서, 그토록 질적 성장이 어려운 이유는 더 좋은 생산성이 눈에 보이는 생산성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눈에 보이는 생산성은 '유사 생산성'에 불과하며, 가짜 노동인지 모른다. 개인이 더 집중해서 일에 몰두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고, 시간이 오래 걸리는 진짜 목표를 조직이 추구할 수 있어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그래서 더 많은 가짜 노동을 양산하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현실은 이 책과 반대로 흘러간다.
저자의 말은 일리가 있지만, 조직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나 개인이라도 돌아보아야 한다. 개인의 장기 목표를 세우고, 자기만의 속도로 정진해나갈 것. 회사와 나는 동일 주체가 아니므로, 나 개인이 이루고 싶은 것에 한해서는 이렇게 해보도록 하면 좋을 것 같다.
_ 계획을 '더 많이' 세울수록 속도를 늦추는 데 도움이 된다는 생각은 역설적으로 느껴질 수도 있다. 그 비법은 바로 이 전략이 생산성을 평가하는 시간 단위를 확장한다는 데 있다. (p.167)
지금 당장 이루지 못할 목표에 대해 안달복달 하지말고, 5년 장기 계획으로 내게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어떻게 하면 이룰 수 있을지 '슬로우 워크'에서 제안한 방식대로 한 번 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너무 바쁜 시대에 슬로우, 슬로우를 외치는 것들이 주목받는 것이 참 아이러니하지만, 도리어 우리 시대에 필요한 철학이 아닐까 싶다.
_ 슬로우 생산성은 무엇보다도 매일같이 반복하는 바쁜 활동에서 한 발짝 물러서자는 탄원이다. 이런 수고가 자의적이라는 뜻은 아니다. 우리들이 보내는 불안한 나날에는 정말로 꼭 끝내야 하는 태스크와 업무 약속이 있다. 하지만 맥피가 그랬듯이 이렇게 기진맥진한 혼란이 정작 중요한 활동과는 무관한 경우가 많다는 사실을 깨닫고 나면, 관점이 바뀐다. (p.2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