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도파민네이션 - 쾌락 과잉 시대에서 균형 찾기
애나 렘키 지음, 김두완 옮김 / 흐름출판 / 2022년 3월
평점 :
이 책의 저자, 애나 렘키 교수가 중독치료센터 소장이다. 이 책은 정신과의사가 말하는 뇌과학과 도파민에 대한 내용이 아니라, 다양한 중독 사례와 함께 환자들의 치료 과정을 엿볼 수 있었다는 점에서 재미있었다.
특히 애나 렘키 교수도 로맨스 소설 읽기에 중독되어 있었다고 고백하며, 자신이 전자책 리더기를 버리고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기 위한 자신의 노력을 이야기한다. 그녀처럼 우리 모두는 남들이 모르는, 무언가에 집착하거나 중독된 것이 소소하게 있을 터인데, 그것을 자각하고 행동을 고치기란 쉽지 않다. 그녀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것은 어쩌면 정신과 의사인 나도 그러한데, 우리 모두는 어딘가에 중독되어 있다는 것을 마치 인정하라는 이야기로 들렸다. ㅋㅋㅋ
_ 균형을 찾아 유지함으로써 얻어지는 보상은 즉각적이지도 않고 영원하지도 않다. 보상을 얻으려면 인내와 노력이 필요하다. 앞에 무엇이 있을지 불확실한 상황에서도 기꺼이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당장 영양가 없어 보이는 지금의 행동들이 실제로는 긍정적인 방향으로 축적되고, 이것이 미래의 언젠가 나타날 거라는 믿음을 가져야 한다. (p.278)
여러 사례를 통해 중독된 환자들이 회복하기까지 여정을 다루고 있다. 쾌락과 고통의 줄다리기에서 균형을 찾는 것은 애초부터 쉬운 일이 아님을, 우리 모두 알고 있다. 약 처방은 고통스러운 감정을 완화하지만, 감정까지 무뎌지게 하는 부작용을 일으키기도 하는 등 해결책은 되지 못한다. 오히려 약물 중독에서 벗어나기 위해 찬물 목욕을 시작했다는 마이클의 사례는 신기했다. 찬물이 선사하는 고통이 약물의 쾌락과 비슷하다고 느꼈던 그는 찬물 목욕을 통해 약물 중독에서 벗어났으니 말이다.
_ 요즘은 사방에서 도파민이 넘쳐난다. 그래서 우리는 즉각적인 만족에 길들어져 있다. 우리가 뭔가를 사고 싶으면, 그 다음 날 문간에 그게 떡 하니 놓여 있다. 우리가 뭔가를 알고 싶으면, 곧바로 화면에 답이 나타난다. 결국 우리는 무언가를 곰곰이 생각해서 알아내거나, 답을 찾는 동안 좌절하거나, 자신이 바라는 걸 기다려야 하는 습관을 잃고 있다. (p.131)
SNS 푸쉬 알람이 우리에게 기분좋은 도파민을 선사하는 것은 알고 있었다. 그런데 요즘 세상의 당일 배송, 새벽 배송, 심지어 해외는 15분 배송까지, 이러한 배송 전쟁은 우리를 도파민이 넘치는 세상으로 인도한다. 과거보다 참을성이 없어졌다면, 이러한 세상에 너무 익숙해진 탓이라고 책임을 돌려도 될까.
데이팅 앱도 그러하다. 예전에는 소개팅이나 미팅을 통해, 마음에 드는 상대를 만나기 위한 불필요하지만 어쩔 수 없는 여정을 거쳤다면 요즘은 틴더 앱 하나면, 그러한 과정을 재빠르게 해치울 수 있다.
인스타에서 사진 몇장을 올리고 좋아요를 누르고, 팔로우 하고, 이러한 과정에서 연결되는 소셜 기능도 10대에게 유해하다는 지적에, 인스타는 최근 알고리즘을 개선했다. 과연 지금 10대는, 아니 더 어린 아이들은 우리보다 도파민이 넘치는 세상에서 잘 살아갈 수 있을까. 그들은 쾌락과 고통 사이의 균형을 어떻게 찾아나갈 수 있을까.
_ '어떻게 조절하느나'는 현대인들의 생활에서 점차 중요한 질문이 되고 있다. 고도의 도파민 상품이 말 그대로 곳곳에 널려 있어서 누구나 강박적 과용에 빠지기 쉽다. 중독의 임상 기준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해도 말이다. (p.111)
이 책을 읽고나면 나도 문제지만, 우리 아이들을 걱정하게 된다. 도파민을 제어할 필요가 커지는 세상에서 자기 자신을 어떻게 제어할 수 있을지. 쾌락 자극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면 내성을 갖게 되는데, 그들은 어떻게 스스로를 컨트롤하며 건강하게 살아나갈 수 있을지 걱정된다.
도파민이 넘치는 세상에서 쾌락과 고통의 줄다리기 속에서 균형점을 찾고자 한다면, 이 책을 한번 읽어보기를 권한다. 나는 어떠한 쾌락에 내성을 갖고 있는지 생각해보고, 이를 위한 균형점 찾기를 시도해보는 것은 어쩌면 꼭 필요한 일인지도 모른다.
*흐름출판에서 책을 제공받았습니다.